brunch

매거진 INTER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May 31. 2023

"연기도 노래도 정답이 없는 일"

사카모토 마아야(坂本 真綾) 서면 인터뷰


그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영역을 커버하는 아티스트가 있을까 싶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수와 배우, 성우를 넘나들며 많은 이들에게 다채로운 추억을 선사해 준 그이기에, 대중들이 그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목소리로, 누군가는 드라마나 뮤지컬에서의 연기로, 누군가는 수많은 디스코그라피 속 노래로.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엔터테이너로서의 소명을 다해온 아티스트, 바로 사카모토 마아야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서면 인터뷰는 열한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記憶の図書館(Kioku no Toshokan)] 발매를 기념해 성사되었다. 그의 수많은 커리어를 한번의 인터뷰로 다 담을 수 없기에, 이번에는 신보를 비롯한 음악적인 질문에 집중했음을 미리 강조하는 바이다. 아티스트에서 ‘엄마’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도, 앞으로 그것들이 자신의 활동에 다시금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진심. 매순간 진정성을 담아 활동해 온 그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와의 거리감이 좁혀지기를 희망한다.



안녕하세요. 우선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アニョハセヨ). 항상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한국의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마워요(コマウォヨ).


마침 제가 이 인터뷰를 작성한 4/23은 [마크로스 F]의 오프닝 테마 ‘トライアングラー / Triangler’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고, 4/24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오프닝 테마 ‘約束はいらない / Yakusoku wa Iranai’가 27주년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팬들도 이를 기념하며 온라인 상에서 노래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공유한다거나,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보면 사카모토 마아야 씨의 목소리와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어린 날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자리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본인을 통해 예전의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최근에는 일로 만나게 된 분들도 ‘어릴 때부터 들었습니다’ 라든가 ‘같이 일해보는 게 꿈이었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 노래가 많은 분들의 기억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팬 여러분과 직접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여러분의 사랑은 저에게 전달되고 있고, 제가 감사하는 마음도 여러분께 닿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성우와 배우, 가수를 겸해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각 역할마다 발휘해야 하는 자신의 역량이라던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인에게 있어 각각의 역할은 분리되어 있는지, 아니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포트 하는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노래와 연기 각각 표현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지는데요. 특별히 의식해서 마인드를 확 바꾸거나 하지는 않아요. 연기하면서 얻은 것이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음악 활동으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쌓아온 경험이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신보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보려 하는데요. 3년 반 만의 새앨범이 되는 [記憶の図書館(Kioku no Toshokan)]은 “폐기된 기억을 주인에게 돌려준다”라는 이색적인 설정을 가진 콘셉트 작품으로 완성이 되어 있는데요. 우선 이 테마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앨범의 주제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이란 건 정말 신기하죠. 눈에는 보이지 않고 불확실한 것이지만 인간의 퍼스널리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매일 어린 아이를 돌보면서 인생의 반환점 쯤 되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부모님이나 신세 졌던 사람들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죠. 순식간에 흘러가는 삶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저는 대체 어떤 기억을 끌어안고, 혹은 어떤 기억을 내버려두고 앞으로 이어질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요. 그런 것들을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있어 그것을 테마로 해봤습니다.


전작 [今日だけの音楽(Kyo Dake No Ongaku)]에 이어 이번 역시 콘셉트 앨범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번엔 싱글 곡을 수록하지 않고 제작했다면, 이번엔 기발표된 노래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다가옵니다. 싱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각 곡의 이미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 콘셉트 앨범을 만드는 쪽이 좀 더 어렵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작업하는 입장에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발매한 싱글에 신곡을 추가해서 풀 앨범을 만든다는 것이 처음부터 기획의 중심이었습니다. 신곡을 만들어 에 있어서도 지침이 되는 테마가 필요할 것 같아서 짧은 콘셉트 스토리를 썼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곡을 만들어갔죠.


콘셉트에 얽매여서 이도 저도 못하게 되면 의미가 없어요. 이번에 내세운 '기억'이라는 주제는 참여해 준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발상을 부풀리게 하기 위한 불씨와도 같습니다. 그냥 실무적인 회의를 해서 곡을 의뢰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런 방법이면 참여하는 사람들도 즐기면서 창의력을 발휘해주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번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께 작업해 왔던 키타가와 카츠토시나 h-wonder를 비롯, 이 작품을 계기로 처음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들도 눈에 띕니다. 특히 신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함께 작업할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참여해 주신 분들 중에는 오래 알고 지낸 분도 있지만 처음으로 함께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잘 아는 분들은 저에 대해 잘 이해해줘서 어떻게 보면 편하기도 하지만, 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처음 함께하는 분과의 만남은 항상 모색하고 있습니다.


처음 함께하는 분과의 곡 제작은 커뮤니케이션을 거듭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고 하고, 새로운 환경이나 자극에 대응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편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가 가진 개성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결과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 특히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앨범을 만들면서 스스로도 ‘이게 어떤 작품이 될까?’라고 예측할 수가 없었어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뿐이었죠. 통일성이라는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이 곡의 한가운데에 분명히 존재한다면, 전곡을 연결하는 실이 되어줄 것 같았습니다.  


리드곡이기도 한 ‘ないものねだり / Naimononedari’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팝의 공식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곡으로 다가옵니다. 전반에 깔려 있는 현악 세션과 플룻 등은 클래시컬한 무드를 부여하고, 여러가지 악기가 서로 부딪히며 떠다니는 듯한 질감을 자아냅니다. 아라우치 유씨의 도움을 얻어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곡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곡을 작업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리드 곡으로 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라우치 씨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이 곡의 데모를 듣는 순간 제 마음을 꿰뚫어서 “꼭 리드곡으로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아마 소위 팝의 공식으로는 후렴구가 올 때마다 곡이 고조되고 마지막에는 대단원이 되는 다이내믹이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일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하고 끝까지 결코 뜨겁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압된 일정한 리듬 중에 가끔 참지 못하고 끓는 물처럼 보글보글 넘치는 게 있는 그런 느낌.


아라우치 씨는 제가 쓴 콘셉트 스토리를 바탕으로 작곡해 주셨는데, 제 머릿속에 있던 도서실의 고요함, 부지런히 기억을 정리하는 사서의 모습, 그 회수 담당 소년의 눈동자 등이 그대로 이 곡에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야말로 이미지에 딱 맞는 곡을 써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각 아티스트들이 제공하는 곡의 스타일이 다르기에, 작사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동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一度きりでいい / Ichidokiri de Ii’ 같은 곡은 밴드 특유의 박자감이 전면에 깔려 있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본래 자신이 구사하던 워딩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시면서, 여러 아티스트와는 어떤 식으로 소통하셨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아티스트와 제작을 진행하든, 우선 제가 쓴 콘셉트 스토리를 읽어 주시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곡을 만들어서 마지막에 가사를 쓰는 흐름이었어요. 어쨌든 이 스토리가 앨범의 기점과 핵심이었고, 주제나 방향성 등을 가리키는 나침반 같은 거였거든요. 덕분에 처음 함께하는 분과도 공유하는 것이 원활했고 소통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티스트 여러분들이 각자 스토리를 읽고 떠올린 경치나 생각난 자신의 기억 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곡 제작을 즐겨 주셨던 것 같아요.


팝 록 트랙인 ‘Anything you wanna be’의 경쾌함이 굉장히 좋았는데요. 가사를 보니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훌쩍 커버린 자신에 대한 괴리감을 표현하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도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 혹은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사카모토 마아야 씨도 그런 생각들을 하시는지, 본인의 그런 생각이 이 노래에 투영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 곡을 작곡해 준 히유네 씨는 20살인데요. 앨범에 참여해주신 아티스트 중에서도 최연소였습니다. 그녀가 만드는 음악도,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분위기도 굉장히 차분하고 어른스러워서 놀랐어요. 그런 그녀와 만나고 제가 20살 때의 일을 이것저것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Lucy]나 [イージーリスニング(Easy Listening)]을 만들던 게 딱 20살 때거든요. 어린애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가사는 당시의 저를 모델로 해서 썼습니다. 43세가 된 지금의 제가 생각하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인생에는 몇 번 탈피해야 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그럴 때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더 적다고 할까, 보통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 죽기 전까지 또 그런 전환점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의미에서는 말씀하신 대로 지금도 계속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鏡の中で / Kagami no Nakade’의 가사는 ‘역시 사카모토 신타로’라고 생각할 만큼, 그 발상이나 접근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앨범이 표현하는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어떻게 사카모토 신타로씨에게 가사를 의뢰하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을 의뢰하셨고 가사를 받아보시고 난 후에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카모토 신타로 씨는 예전에도 몇 곡 작사를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사카모토 씨가 쓰는 가사를 정말 좋아하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어요. 어려운 말은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모든 말이 필요한 말이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마치 새로운 울림처럼 들리고, 철학적이고 상냥하지만 조금 무서워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세계관입니다.


‘鏡の中で / Kagami no Nakade’ 가사를 받아보고 한 번 읽어봤을 때 무심코 하늘을 우러러 본다고 할까,이거야말로 사카모토 신타로라는 가사에 감동한 것과 동시에 조금 주눅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천재가 존재하고 저는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죠. 이제 스스로 작사를 하는 것이 싫어질 정도로 사카모토 씨의 가사에 마음이 저렸습니다.


본인이 작곡한 작품은 ‘言葉にできない / Kotoba ni Dekinai’가 유일합니다. 아이리시 민요와 같은 이국적인 추임새를 넣은 후반부가 특히 인상적이며, 각자의 길로 나아가며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이별이 따뜻한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 느낌입니다. 대중적인 면모와 도전적인 면모가 잘 조화되어 있는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작곡한 곡 중 유일하게 이 곡을 포함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까도 말했듯이 작년에 발매한 싱글곡을 넣어서 앨범을 만든다는 기획이었기 때문에 이 곡도 넣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애니메이션 엔딩 테마를 위해 만든 곡이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격려해주는 느낌의 곡이라서 저도 마음에 듭니다.


더불어 이번 앨범에서 따로 제 자작곡을 넣지 않은 건 지난해 막 출산해서 지금은 육아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 차분히 피아노를 마주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그런 시기라고 결론짓고, 그만큼 훌륭한 아티스트와의 새로운 만남을 즐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육아와 일을 양립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으신가요? 저는 원래 여러 가지 일을 동시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힘이 드네요. 그래도 무사히 1장의 앨범을 완성할 수 있어서 한숨 놓았습니다.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은 지금의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모든 게 첫 경험이라서 자극적인데요. 언젠가 가까운 장래에 그것이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저 힘들 뿐입니다(웃음).



결국 이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菫 / Sumire’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앨범 콘셉트 상으로는 ‘12명에게 돌아가는 기억’이라고 하셨지만, 결국 이 작품은 인생을 살며 누구나 겪는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열 한개의 트랙 속에 있는 감정을 거쳐 ‘결국 인생이란 자신을 소중히 여김과 동시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감동적인 트랙이라고 느껴졌는데요. 본인의 인생관도 이 노래의 내용과 비슷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菫 / Sumire’는 특별히 애착이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이 앨범을 마무리하고 잘 정리해줬어요. 이 곡도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바로 저의 인생관 같은 것을 다채롭게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이 앨범을 테마로 한 라이브 투어도 진행 예정이신데,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며 라이브를 준비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라이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랜 세월 이런 일을 해왔는데 아직도 무대에 서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리허설이 시작되면 대개 밤에는 악몽(스테이지에서 실수하거나, 관객분들이 점점 자리를 뜬다든가)을 꾸기 시작합니다. 그 정도로 불안함이 커지기 때문에 정말 이 일과는 잘 안 맞는다고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대에는 혼자 서는 게 아니라 밴드나 스태프들이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많이 소통하고 준비하다 보면 점점 힘을 얻어 공연을 맞이할 수 있게 돼요.


이상적인 라이브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야 물론 제가 완벽한 퍼포먼스를 하고 관객분들도 기뻐하시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려고 해도 소용없다고 할까요, 그것보다 우선 저 스스로 즐기는 것,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분명 전달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부터 성우, 성인배우와 가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말 쉼없이 달려오셨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역할, 다른 장르의 일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어떤 일을 하다보면 루틴이 생기고, 같은 것을 반복하는 탓에 매너리즘이 올 법도 한데, 혹시 그런 적이 있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모처럼 한 번뿐인 짧은 인생이니까, 전에 했던 것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는 성미입니다. 물론 변화가 무서울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 신선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매너리즘을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연기도 노래도 정답이나 골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만족하는 일 없이 계속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지향점이나 목표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오래 노래해 온 것만으로도 기적 같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나 팬분들께 감사하며,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을 맛보면서 소중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저의 단독 라이브를 개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이 기사를 읽어 주시는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 황선업

진행 및 번역 : 제이박스 엔터테인먼트(J-BOX Entertainment)


2023/05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 brunch.co.kr/@sunuphwang)




매거진의 이전글 텐-피트(10-FEET)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