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K ROCK < DETOX ASIA TOUR 2026 > 후기
26/2/2 7(금) 20:00, 잠실실내체육관
솔직히 말해 살짝 의무감에 본 것도 있었다. 최근 앨범이 뭔가 확 맘에 들었던 것도 아니고(개인적으로 현 레이블 계약 이후 나온 앨범 중 최고는 < Luxury Disease >라고 생각) 단독이던 페스티벌이던 그들의 무대를 꽤 많이 봐왔던지라 확 땡기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지인이 어찌어찌 연석을 구한 덕분에 ‘그래도 나름 명색이 일본음악 라이터인데...’ 하면서 현장을 방문했다는 것은, 개인적인 공간에 올리는 프라이빗한 후기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근데 결론적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원 오크 록이 연주가 화려한 팀은 아니다. 테크니컬한 연주는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대신 드럼의 세밀한 그루브와 타카의 보컬 차력소로 장점을 뽑아내는 팀이 왕오쿠가 아니었던가... 근데 이들은 올 때마다 자신들의 단순하면서도 직선적인 매력을 업그레이드 해 온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처럼 자신들이 그간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기어코 증명해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들의 라이브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자리하는 것 같다.
세트리스트는 미리 참고한 바와 같이 절반 이상이 신보 < DETOX >의 수록곡. 우리나라에서 원 오크 록의 공연이 특별한 1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펼쳐지는 이벤트라는 점은 그들이 철저히 ‘앨범 발매 투어’로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목격된다. 특히 러닝타임 동안 느꼈던 것은, 이번 신보의 경우 유달리 ‘관객이 참여하는 부분’이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의 모든 곡에서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파트가 있었다는 지점이 지난 < Luxuty Disease >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느껴졌다.
더불어 세상 열광적인 반응과 커다란 떼창은 최근 경험했던 공연 중 가장 ‘찐팬’의 비율이 높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 아무래도 최근 팬덤과 머글이 어정쩡하게 섞여 있는 공연을 몇차례 경험해서 더욱 그런것 같기도. 이런 점에서 원 오크 록의 국내 인기가 이렇게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더불어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일본 아티스트’라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타카의 보컬 차력쇼는 여전했다. 나는 라이브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나는 노래를 알고 가면 더 재밌는 공연, 하나는 노래를 모르고 가도 재밌는 공연. 원 오크 록은 확실히 후자다. 듣는 재미가 있다. 이 페이스를 어떻게 2시간 넘게 유지하나 싶을 정도로 타카의 에너저틱한 무대매너와 가창력은 단순히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더불어 깨끗하고 선명한 악기 사운드에 대해서도 상찬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치밀한 테크닉을 굳이 쫓지 않는 팀이기에 전체적인 사운드의 볼륨이나 데피니션이 어떻게 잡히느냐가 중요한데, 워낙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만족을 넘어 팀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컬 없이 사운드만으로도 보여주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자면, 물론 다른 일본 아티스트를 폄하하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최근 앨범의 퀄리티가 어떻고, 타이업이 어떻고, 히트곡이 어떻고를 논하기에 앞서, 이날 공연을 보고 그냥 이들은 체급이 다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이들이 안정된 환경을 박차고 나가 더 큰 꿈을 쫓았기에 가능했던 그런 풍경이었다고 확신한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유대감을 맺어온 한국 팬들에게 감사함을 연신 표했고, 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Delusion:All’을 앞두고 자신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진심을 담아 전하는 모습에선 역시 원 오크 록 답구나 싶기도 했고, 아시아 투어에 추가된 두 곡 ‘Wherever you are’과 ‘キミシダイ列車’는 오랫동안 이들의 궤적을 쫓아온 이들에겐 최고의 선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첫날 공연이었기에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 이 정도 분위기면 내일은 하겠구나’ 싶었던 ‘完全感覚 Dreamer’까지. 아시아를 넘어 한국만의 특별한 이틀이 만들어진 라이브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초반에 언급했듯 약간의 의무감을 동반해 방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 DETOX >라는 앨범의 목적과 의도가 라이브를 통해 완성되는 순간을 맛보았다. 더불어 이들은 아직 발현하지 못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긴 것도 어느덧 10년, 이제 할만큼 해보지 않았나, 이제 한계가 오지 않았나 생각했던 나에게 멋진 카운터를 날려준 원 오크 록. 다음엔 의무감이 아닌 기대감으로 그들의 라이브를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