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아이돌'은 이런 것

마츠다 세이코 내한공연 < Sing! Sing! Sing! 후기 >

by 황선업

26/2/22(일) 17:00, 인스파이어 아레나

마츠다 세이코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사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딱히 실감은 안났던것 같다. 이번 내한은 작년에 데뷔 45주년 일환으로 진행된 < Sing! Sing! Sing! >의 연장선상. 한국 내 일본음악 붐, 여기에 뉴진스 도쿄돔 팬미팅 당시 하니가 불렀던 ‘青い珊瑚礁’의 나비효과까지 더해지며 성사될 수 있었다고 본다. 꽤나 절묘한 타이밍으로 가능했던 내한이었기에,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라이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장에는 꽤나 많은 수의 일본인 팬들이 원정을 와 있었고, 이미 보유한 굿즈와 응원 도구들로 ‘친위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는 거의 매년 투어를 돌기 때문에, 공연 문화라던가 응원 방법 등에 대해 이미 빠삭히 알고 있을 터. 반면 한국 관객들은 지금 음악을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기 보다는, 예전에 좋아했던 마츠다 세이코를 보기 위해 정말 간만에 공연장을 찾았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커 보였다. 일본 팬들의 ‘무장’을 보고 놀라워 하기도 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표하는 눈치기도 했다. 양국 중장년층의 공연 관람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졌던 대목.


다소 촌스러운, 일부러 세련됨을 피한 듯한 미감의 무대 세트와 백그라운드 영상을 배경으로, 마치 10대에 입었던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은 듯한 마츠다 세이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아이돌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키라키라한 등장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더불어 처음부터 메가 히트곡인 ‘青い珊瑚礁’와 ‘渚のバルコニー 2025’을 전진배치시키며 분위기를 초반부터 한껏 끌어올렸다. 그제서야 ‘아, 진짜 마츠다 세이코가 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마치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감상이 들기도 했다.


네 곡을 연달아 끝내고, 한 5분 정도의 무대를 안무단(댄서보다는 안무단이 어울리는 표현 같다)과 세션이 함께 꾸몄는데, 이 인터미션과 같은 연출이 이후 두번 정도 더 이어졌다. 완성도는 높았으나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차라리 마츠다 세이코가 나와서 한 곡을 더 부르거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연출 변경 및 체력 안배 등의 이슈로 이런 구성이 된게 아닌가 싶기도. 이후 드럼과 퍼커션, 기타를 각각 번갈아 연주하며 노래하는 파트가 이어진 후, ‘Shapes Of Happiness’로 1부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초반부가 이어지는 동안 노래는 참 잘하는데 뭔가 너무 흔들림이 없다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했는데, 이어진 어쿠스틱 코너에서의 가창을 듣고 조금은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100%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립싱크가 부분적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어쿠스틱 코너의 창법은 조금 더 엔카에 가까웠고, 소리 자체는 훨씬 명징하게 들린반면 소화하는 음역대는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 그래도 퍼포먼스 자체는 워낙에 안정적이었던 터라, 지금의 마츠다 세이코를 만끽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赤いスイートピー’였는데, 모든 후렴을 거의 통째로 관객석으로 넘겨서... ‘아, 이제 이 음역대가 소화가 안되는구나..’하고 씁쓸해 하고 있었는데 또 마지막에 ‘夏の扉’는 거의 원키로 잘 부르길래 원래부터 ‘赤いスイートピー’는 같이 부르는 곡인건가 싶었던. 이와 함께 마지막 메들리에서 몰아치는 히트곡을 듣고 있자니 새삼 정말 좋은 디스코그라피를 가지고 있는 가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뿐만 아니라 마츠다 세이코는 한국어 MC를 정말 성실히 준비해왔다. 따로 참고하는 프롬프트나 메모도 없이 꽤나 많은 멘트를 한국어로 진행했다. 물론 중간중간 밴드 멤버들과의 대화 시에는 통역의 힘을 빌리기도 했고 해당 투어의 코너 중 하나인 ‘노자키상 리퀘스트 코너’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멘트에 대한 성의는 내가 만나 본 어떤 아티스트에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신 한국어가 부족해 죄송하다던 그의 모습에서, ‘아이돌로서의 팬서비스 마인드’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공연이 단순히 추억팔이가 될지, 아니면 현재진행형으로서의 그를 발견할 수 있는 무대가 될지 관람 전까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시대를 일부러 뒤쫓지 않은 무대 연출과 적지 않은 비중의 립싱크, 예전만 못한 곡 소화력 등은 ‘그 역시 다른 노장 아티스트처럼 팬들만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러닝타임 중반에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종 드레스를 갈아 입고, 부릿코까진 아니더라도 여전히 아이돌로서의 캐릭터와 품위를 잃지 않는, 여기에 팬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배려하는 모습에서 ‘천상 아이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말미에는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다사다난한, 가시밭길과 같은 연예게 생활을 해 온 이도 없다. 노래가 예전같지 않으면 어떠랴, 더 좋은 무대를 위해 살짝 립싱크를 가미하면 어떠랴.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뛰어 넘어, 지금과 같이 많은 팬들과 서로 즐겁게 나이들어 갈 수 있다는 행복을 마주한 그에게 있어 다른 불평은 다 사치처럼 느껴진다. 시간은 흘러갈지언정, 그와 상관없이 자신은 여전히 아이돌로 있고자 하는 의지가 빚어낸 영원의 생명력을 목격했던 시간. ‘프로’는 ‘진정성’으로 빚어진다는 것을 재차 깨닫게 한, 꽤나 의미있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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