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두리라

by 책한민국


‘과보’라는 말이 있다.
인과응보의 줄임말이다.
‘과’는 열매, ‘보’는 갚는다는 뜻이다.
열매는 갚는다? 무슨 말인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삶의 근본 원리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사과 심으면 사과를 얻고, 볍씨 뿌리면 쌀이 난다.
결혼하면 속박되지만, 의지할 짝이 생긴다.
혼자 살면 자유롭지만, 외로울 확률이 높다.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 이는 결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나와 결혼하면 후회하기 쉽다.

미녀와 결혼한 남자는 평생 불안할 수도 있다.
재벌가에 시집간 여자는 많은 것에 얽매인다.
자식을 낳으면 굉장한 기쁨을 얻지만,
동시에 끔찍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도 열린다.

운동을 하면 당장은 힘들어도 점점 건강해진다.
운동을 안 하면 당장은 편해도 점점 쇠약해진다.
심지어 죽음조차 탄생이라는 씨앗의 열매다.
태어났기에 죽는다. 붓다의 말씀이다.

가난하면 필요와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괴롭다.
부유하면 필요와 욕망이 충족되어서 권태롭다.
혹은 더 큰 욕망이 일어서 괴롭다.
잘난 자식은 바빠서 부모 얼굴 보기도 어렵다.
못난 자식은 못난 덕에 곁에서 부모를 돌본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키는 법이다.

어떤 사업가의 부모님은 금슬이 각별했다.
헌신적인 남편이 아내를 지극히 돌봤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남편도 늙고 병들었다.
그러자 아내의 삶이 매우 불편해졌다.
칠순이 넘은 아내는 혼자서 버스도 못 탄다.
은행에서 돈도 못 찾고, 공과금도 못 낸다.
문자도 보낼 줄 몰라서 자식에게 부탁한다.
할 줄 아는 건 요리와 살림뿐이다.
자식들도 덩달아 힘들어졌다.
좋은 게 늘 좋지만은 않다.

어떤 부부는 남편이 무능력했다.
아내가 애써서 돈을 벌고 가장 노릇했다.
고생했지만, 아내는 경험과 능력을 얻었다.
남편이 있든 없든,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베풀 수도 있다.
나쁜 게 늘 나쁘지만은 않다.

물리학에도 과보가 있다.
뉴턴의 제3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
작용 반작용은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
화염을 뿜는 로켓은 반작용으로 인해 위로 날아간다.
벽을 친 주먹은 반작용으로 인해 뼈에 금이 간다.
벽이 동일한 힘으로 반작용했기 때문이다.

삶은 씨앗이며 동시에 열매이다.
어떤 작용도 반작용을 낳는다.
어떤 말도, 생각도, 행동도 그렇다.
씨앗은 기어코 열매를 내어놓는다.
피하려 하면 괴로움만 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만히 있다 죽어야 할까?
아니면 되는대로 마구 살까?

붓다의 가르침은 이렇다.
우선 과보의 원리를 확연하게 보라.
어쩌면 당신은 속으로 이럴 것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렇지 않다.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다.
쉬운데 어렵다.

확연하게 봤는지는 어떻게 알까?
일이 닥칠 때 반응을 보면 안다.
그때 내 마음을 보면 안다.
좋은 일에 기뻐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나쁜 일에 흔들려서 어쩔 줄 모르면,
아직 과보를 모르는 사람이다.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사람이 꽤 있었다.
과보를 깨달았다면 그럴 수 있다.
두려워도 용기를 내어 갈 수 있다.

죽음이 두려워 발버둥 치는 것은
탄생의 열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 스토아주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죽어야 할 사람을 낳았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다.
희로애락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또 무작정 없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감정과 정서는 인간의 핵심적 요소이다.

붓다조차 아끼던 제자가 죽었을 때 아쉬워했다.
공자는 사랑하던 제자 안회가 죽자 통곡했다.
예수도 죽기 전날 밤새 눈물로 기도했다.
인간이라면 원래 이렇다.

다만 ‘적당히’ 하시라.
좋을 때 적당히 좋아하시라.
너무 지나치게 좋아하지 말고.
힘들 때 적당히 힘들어하시라.
너무 지나치게 괴로워하지 말고.

이것이 담담함과 초연함이다.
담담하고 초연하면 치우치지 않는다.
모든 건 과보로 왔을 뿐, 결국 지나간다.
담담함과 초연함은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결단이다.

결혼했든 안 했든,
부부 사이가 각별하든 소원하든,
자식이 있든 없든,
그 자식이 잘났든 못났든,
금수저로 태어났든 맨손으로 태어났든,
지나치게 마음 쓰지 마시라.

부족한 듯한 밥이 몸에 이롭다.
짧은 듯한 낮잠이 달콤하다.
서운한 듯 머무는 손님이 환영받는다.
덜 아픈 척해야 정말로 덜 아프다.
덜 괴로워해야 실제로 덜 괴롭다.

기쁠 땐 기뻐하되, 적당히 기뻐하시라.
즐길 것은 즐기되, 적당히 즐기시라.
슬플 땐 슬퍼하되, 적당히 슬퍼하시라.
괴로움은 괴로워하되, 적당히 괴로워하시라.

운명은, 수용하는 자는 인도하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 간다고 한다.
과보도 비슷하다.
수용하든 거부하든 피할 수 없다.

과보를 받아들이고 지나침을 피하시라.
그저 오늘 더 나은 씨앗을 뿌리면 된다.
그럴 때 삶이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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