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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뜻한 Sep 10. 2021

완벽하진 않아도, 한 걸음 나아가기

나만 안 되는 것 같은 인생에 한 걸음을 내딛다

'나만 안 되는 것 같아.'


 


  이상하게 그랬다. 옛 속담 중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안 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어릴 때 들었던 '바이오리듬'이 최하여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나의 '대운'이 바뀌는 지점이어서 그런가?

인생이 잘 안 풀린다고 느끼니 머릿속에는 별의별 잡생각이 가득찼다.


 선택을 해도 하나같이 실패를 하고.

취준을 위해 원서를 넣었던 곳에서는 하나같이 쏘리 메일이 오고. 

심지어는 몸까지. 어른이 되서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내 친구 '아토피'와,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상포진'까지! 


 뭐 하나 잘 되는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 내 인생을 주식처럼 그래프로 그려 보라면 제일 낮은 '최저점' 내지 'xx년 최저가(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았다. 최저가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되곤 하는 쇼핑 할 때야 최저라는 게 좋지, 내 인생에서의 최저점은 난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감과 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열패감에 젖어 살았던 것 같다. 한동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길다. 한 2년 정도? 뭘 하려고 하면 안되고, 뭐가 좀 된다 싶을 때는 몸이 아프니. 도무지 뭘 할래야 할 수 없었다. 무기력에 대한 스스로의 핑계일수도 있지만.


 그런데 오히려 최근에 몸이 엄청 아프고 나니 좀 전환점이 찾아왔던 것 같다. 주식도 바닥까지 찍고 나면 다시 올라갈 영역밖에 없지 않은가. 엄청나게 최악이었던 어제보다는 최악은 아니라는 것. 그 사실에 무언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한 발짝이라도 걸음을 떼 보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에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해바라기 그림이 집에 걸리면 풍수학적으로 집에 돈이 잘 들어온다더라. 차라리 인터넷에서 몇 만원 주고 해바라기 그림을 살 바에야, 내가 직접 그리고 말겠다. 학교 다닐 때 쓰고 잘 안 쓰던 색색깔 색연필을 다시 꺼냈다. 구글에서 따라 그릴 해바라기 사진을 찾고 하나하나 그림을 슥슥 그리기 시작하니, 희한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 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은 접어들고, 그림을 그리는 나 자신만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색연필이 종이에 닿을 때 나던 사각거리던 소리. 그리고 하나하나 색깔을 색칠해가는 그 재미. 그리고 사람들이 잘 그렸다고 예쁘다 칭찬해 주니 더 기분이 좋았다.


 그곳에는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만이 있었다. 뭘 해도 안 된다고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질책하던 나는 없었다. 그냥 색칠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만 있었을 뿐이다. 맞아. 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끄적 거리는 거 좋아했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나, 그리고 내가 재미있게 그린 그림의 결과물.


 모두 한 발짝을 뗀 덕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한 걸음을 떼고 나아간 순간,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그 뿌듯함과 좌절감에서 스스로 벗어났다는 대견함이 느껴졌다. 


 어느덧 선선해진 가을 바람에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꼭 누군가가 나를 인정을 해 줘야 내 인생이 의미 있어지는 거야?
남들이 선망하던 직장에 들어가야 내 삶이 성공한 삶이 되는 거야?
남들의 시선에 맞춰서 꼭 똑같은 꿈을 이뤄내야 하는 거야?
아니!? 내 보람은 내가 찾겠어.
남들이 좋아하는 일들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스스로 찾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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