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수년에 걸친 상속재산분할 다툼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변호사님, 저희 어머니 재산인데… 큰누나가 거의 다 자기 거라고 하니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제 앞에 앉은 의뢰인은 세 남매 중 둘째인 '김민준' 씨(가명)였습니다. 그의 옆에는 여동생 '김수진' 씨(가명)도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죠. 이들은 돌아가신 어머니 '박혜정' 여사(가명)의 상속 재산을 두고 큰누나인 '김영희' 씨와 길고 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2018년에 시작되어 대법원 결정까지 7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1. 모든 것은 '그 아파트'로부터 시작되었다: 100% 기여분 주장의 진실은?
분쟁의 핵심에는 어머니 명의의 '서초동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김영희 씨는 이 아파트의 취득과 유지에 자신이 100% 기여했으므로 아파트 전체, 혹은 그에 상응하는 상속분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여분'이란 무엇일까요? 공동상속인 중에서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데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다면, 그 공로를 인정해서 상속재산을 나눌 때 조금 더 많은 몫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김영희 씨는 바로 이 '기여분'을 100%라고 주장한 것이죠.
하지만 저희가 파고든 진실은 사뭇 달랐습니다.
아버지의 유산, 어머니의 보금자리: 서초동 아파트의 역사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재현' 씨(가명)가 남긴 오래된 주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주택이 재개발되면서 조합원 분양으로 아파트를 받게 된 것이죠. 즉, 아파트의 기초 자산은 부모님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누나가 낸 돈 vs. 부모님 대출: 물론 김영희 씨도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부담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의 상당 부분은 아버지 이재현 씨 명의로 받은 이주비 대출 및 추가 대출금으로 충당되었습니다. 이 대출금은 어머니 박혜정 여사 사망 시까지도 남아 있었죠.
수익은 누나가, 부담은 가족이?: 김영희 씨는 아파트 취득 후 상당 기간 그곳에 거주했고, 한때는 임대를 놓아 보증금 수억 원을 직접 관리하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아파트 유지에 필요한 대출 이자나 세금 중 일부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신경 쓰거나, 결국 상속재산에서 정산되어야 할 몫으로 남았습니다.
2. "이럴 수가!" 위조된 임대차 계약서의 등장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던 중, 저희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김영희 씨가 자신의 남편을 임차인으로, 어머니 박혜정 여사를 임대인으로 하는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마치 남편이 어머니에게 거액의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아파트에 대한 자신의 재정적 기여를 부풀리려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글을 잘 모르셨던 어머니가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동의하셨을지는 큰 의문이었습니다.
3. 동생의 '특별수익', 그리고 누나의 '특별수익' 논란
상속재산분할에서 '특별수익'이란,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살아계실 때 증여(미리 재산을 받음)나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받음)을 통해 받은 재산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 이미 재산을 받은 사람은 상속분을 계산할 때 그만큼을 미리 받은 것으로 쳐서 공평하게 나누려는 취지입니다.
막내 남동생인 '김철수' 씨는 생전에 부모님으로부터 다른 지역의 빌라를 증여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특별수익이었고, 저희는 이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여 김철수 씨를 '초과특별수익자'로 판단, 이번 상속에서는 받을 재산이 없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반면, 김영희 씨는 수년간 서초동 아파트를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임대 수익을 올린 부분, 그리고 어머니 계좌에서 본인 또는 남편 계좌로 상당한 금액이 여러 차례 이체된 내역 등이 특별수익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측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영희 씨의 기여 등을 고려하여 특별수익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4.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 조정, 항소, 그리고 또 항소
과거의 조정, 현재의 발목?: 김영희 씨는 과거 남동생 김철수 씨와 개인적인 금전 문제(김철수 씨가 사고 후 받은 거액의 보상금을 김영희 씨가 관리했던 건)로 법적 조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조정을 근거로 김철수 씨가 이번 상속에 대해 더 이상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해당 조정은 두 사람 간의 특정 채무에 관한 것일 뿐, 어머니의 상속재산 전체에 대한 분할과는 무관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도 이 점을 받아들여, 과거의 조정이 이번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파트 대출금은 누구 몫?: 서초동 아파트에는 어머니 명의의 대출금이 남아있었습니다. 김영희 씨는 아파트 가액에서 이 대출금 전액을 공제한 후 자신의 기여분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다른 상속인들에게 대출금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금전채무는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분할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며, 특정 상속재산 가액에서 일방적으로 공제될 수 없다고 반박했고,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5. 법원의 판단: 35%의 기여, 그리고 남은 과제들
수년간의 치열한 다툼 끝에, 법원은 김영희 씨의 서초동 아파트에 대한 기여분을 35%로 결정했습니다.
100%를 주장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수치였지만, 여전히 다른 형제들이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습니다. 서초동 아파트는 김영희 씨가 소유하는 것으로 하되,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초과하여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현금으로 정산하도록 명했습니다. 김민준 씨와 김수진 씨의 기여분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지만, 큰 틀에서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고 기나긴 분쟁은 마무리되었습니다.
6. 변호인의 시선: 가족이기에 더 어려운 돈 문제
상속 사건은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어 가족 간의 해묵은 감정과 기억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 역시 수십 년간 쌓여온 가족사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각자의 다른 기억들이 충돌하며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의뢰인들은 큰누나가 부모님 재산 형성에 거의 모든 기여를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큰 상실감을 느꼈고,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마저 왜곡되는 것 같아 힘들어하셨습니다.
비록 법원의 최종 판단이 의뢰인들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을지라도, 저희는 위조된 문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누나의 기여분이 과장되었음을 밝혀내며 최소한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가족 간의 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처만 남기기 쉽지만, 때로는 이렇게 법의 잣대로라도 매듭을 짓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남은 가족들이 이 아픔을 딛고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찾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