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제빵사의 3천만 원 보증금 반환 투쟁기, 법원이 인정한 진실의 무게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1. 달콤한 꿈의 시작, 그리고 숨겨진 가시
실력 있는 젊은 파티시에 김소희(가명) 씨는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를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구르메 헤븐’(가명)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도심 번화가에 새로 열 구르메 헤븐 지점의 운영을 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매니저가 아닌, 김소희 씨가 독립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전대차 계약 형태였죠. 김소희 씨는 2023년 3월경, 부푼 꿈을 안고, 적지 않은 돈인 3천만 원을 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구르메 헤븐 측에 송금했습니다. 그녀의 달콤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2. 갑자기 사라진 약속, 보증금은 어디로?
김소희 씨는 약속된 매장에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매달 지점의 월세도 꼬박꼬박 전액 부담하며 계약 조건을 성실히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11월경 계약 기간이 끝나갈 무렵, 김소희 씨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구르메 헤븐 측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대차 계약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르메 헤븐 측은 김소희 씨가 지급한 3천만 원에 대해 처음에는 ‘약정금’이라고 했다가, 말이 바뀌어 ‘담보 기능의 보증금’이라는 등 일관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김소희 씨를 단순한 지점장인 것처럼 몰아가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김소희 씨의 달콤했던 꿈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3. "대표님, 전대차 계약서 언제 쓰나요?" - 카톡이 기억하는 진실
구르메 헤븐 측의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에 김소희 씨는 망연자실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뜻밖의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구르메 헤븐 대표와 김소희 씨가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메시지였습니다.
저희는 김소희 씨를 대리하여 2024년 2월경, 구르메 헤븐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했습니다. 대화 내용에는 구르메 헤븐 대표가 김소희 씨에게 보증금 액수를 언급하며 송금을 요청하는 내용, 그리고 김소희 씨가 "대표님, 저희 전대차 계약서는 언제 쓰죠?"라고 묻자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답변하는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전대차 계약의 증거였습니다.
4. 끝나지 않는 회유와 압박, 그러나 진실은 하나
법정 다툼이 시작되자, 구르메 헤븐 측은 더욱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김소희 씨를 압박하기 위해 허위 사실로 형사 고소까지 하는 비열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해당 고소는 당연하게도 무혐의(불송치)로 종결되었습니다. 심지어 구르메 헤븐은 다른 소송에서도 패소하여 발생한 소송비용조차 지급하지 않으려 계좌 잔고를 바닥내거나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채무를 면탈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김소희 씨가 매장의 월세를 전액 부담했다는 사실, 매출 수익의 90%를 김소희 씨가 가져가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 구조 (피고 90: 원고 10) 등은 그녀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독립적인 전차인이었음을 명백히 뒷받침했습니다.
5. 임대인 미동의? 90% 수익 배분? - 허물어진 상대방의 논리
구르메 헤븐 측은 '건물주가 이 사건 점포의 원 임차인 명의를 김소희 씨로 변경해 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으니, 김소희 씨가 해당 지점을 넘겨받아 운영하기로 한 계약(전대차 계약) 자체가 제대로 성립할 수 없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즉, 김소희 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지점을 운영할 수 없었으니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첫째, 건물주가 임차인 명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기존 임차인(구르메 헤븐)과 새로운 운영자(김소희 씨) 사이에 맺은 전대차 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둘째, 오히려 김소희 씨가 자신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못한 채, 구르메 헤븐 명의의 사업장에서 카드 단말기 사용 및 고객 대금 수령 등 운영상의 모든 불편과 잠재적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고 사업 인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건으로 부가세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매출 이익의 90%를 김소희 씨에게 지급하고 구르메 헤븐은 10%만 가져가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율이 설정되었던 것입니다. 즉, 김소희 씨가 겪어야 했던 '사업자 명의의 불편함'은 계약이 무효라는 근거가 아니라, 바로 그 계약 조건(특히 높은 수익 배분율)이 설정된 중요한 배경이었습니다.
6. 치밀한 정산, 흔들리지 않는 증거들
구르메 헤븐 측은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할 정산금이 많다고 주장하며 어떻게든 반환 액수를 줄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김소희 씨가 구르메 헤븐 대표와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정산 내역과 입출금 내역 등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반박했습니다. 법원 또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전대차 해지 직전인 2023년 11월 20일, 2023년 11월 25일 및 이 사건 소제기 직전인 2024년 1월 초 정산 내역에 관하여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주로 피고가 자세한 정산 내역과 금액, 근거 등을 제시하면 원고가 이를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7. 드디어 울린 정의의 망치: 법원의 판결!
길고 긴 다툼 끝에, 2025년 5월 15일, 법원은 김소희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보증금은 전대차 보증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하며, 구르메 헤븐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양측이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은 정산 내역을 근거로 최종 정산이 완료되었다고 보아, 구르메 헤븐이 김소희 씨에게 2천 3백 8십 7만 5천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김소희 씨가 처음에 지급했던 보증금 3천만 원에서 양측이 합의했던 정산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사실상 김소희 씨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구르메 헤븐이 김소희 씨의 기존 보증금 반환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제기했던 강제집행 불허 청구는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용되고, 나머지는 기각되었습니다.
8. 소중한 승리, 그리고 남은 과제
이번 판결은 김소희 씨에게 단순한 금전적 배상을 넘어, 부당함에 맞서 싸워 진실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끊임없는 말 바꾸기와 부당한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권리를 지켜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구르메 헤븐 측의 과거 행적을 볼 때, 판결금액을 순순히 지급할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김소희 씨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9. 맺음말: 작은 증거가 큰 진실을 밝힐 때
김소희 씨의 사건은 믿었던 관계에서 발생한 약속 파기와 그로 인한 한 개인의 고통,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사장님, 저희 전대차 계약서는 언제 쓰죠?"라는 카카오톡 메시지 한 줄이 이토록 중요한 증거가 되어 재판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희는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명확한 증거의 중요성과,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끝까지 의뢰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의를 세우는 변호사의 사명을 되새깁니다. 김소희 씨가 이번 판결을 발판 삼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다시 한번 달콤한 꿈을 펼쳐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