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3. 교육부 입시비리 감사 안내
금요일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 준비를 하던 중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학교 감사실 직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액정 위에는 공문서의 헤드라인을 찍은 흐릿한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이 떠 있었다.
"팀장님, 아무래도 감사가 오려나 봅니다."
이런... 올 것이 왔다.
00단과대학이 교육부 입시비리조사과의 집요한 자료 요청에 대해 입을 닫고 뭉개던 것이 기어이 화근이 되었다.
묻는 말에 답하지 않는 침묵이 가장 나쁜 대답이 되어버린 것이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억울했다. 입시 과정 자체는 공정했고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입시 과정에 대한 문제가 아닌 단과대학의 운영과 해당 학과에서 한 실기평가 결과에 있었다. 하지만 '입시'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상 입학처를 가장 먼저 타겟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은 저들이 질렀는데 연기를 마시는 건 굴뚝 아래 있는 우리 몫이다.
'젠장'이라는 단어가 혀끝에서 계속 맴돌다 식도 밑바닥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입학처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들의 농담이 귓가에 쟁쟁거렸다.
"교육부 감사관들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결과에서 티끌만 한 흠도 찾지 못하면, 그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의 절차적 틈새라도 기어이 비집고 들어가 문제 하나는 건져 올리는 양반들이야."
달력을 넘겨 날짜를 확인했다. 하필이면 신입생 등록 기간이 포함된 4일이다.
그것도 1차 충원 합격자 발표가 예정된 입학처의 업무 중 수확에 빗대는 중요한 시점이다.
구글 캘린더의 해당 주간에는 이미 '진학 교사 간담회'와 '2028 대입 기본계획 수립 교육 참석'이라는 굵직한 일정들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 있었다.
그 비좁은 틈새로 '교육부 감사'라는 거대한 돌덩이가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숨 쉴 틈은 사라졌다.
첨부된 공문 파일을 열었다. '사전 준비 목록'이라는 제목 아래, 제출해야 할 서류의 목록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는 친절을 가장한 엄중한 압박이었다.
또 얼마나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하는가.
습관처럼 뜨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막으려 해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탄식이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일이 닥쳤으니 서류를 꾸리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첨부파일들을 살펴봤다. 내 머릿속은 이미 공문 목록을 스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방어 논리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건 이렇게 소명하고, 저건 저 데이터를 끌어다 쓰면 되겠다."
감정보다 먼저 작동하는 이 직업적 움직임.
밥벌이의 지겨움과 고단함이 뒤섞인 채 기계적으로 야근을 준비하는 내 모습이 문득 서글퍼졌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 참담한 상황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오랜만에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창밖은 이제 막 해가 기울어 사물의 윤곽이 거뭇하게 지워지는 시간이었다.
그 회색빛 대기 속을 가로지르며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은 내 처지와는 무관하다는 듯 지독하게 평온해 보였다.
저 눈이 세상을 덮는 동안 나는 이 좁은 방에서 길고 지루한 밤을 견뎌야 할 것이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