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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양 Dec 30. 2020

아이다2 취득 (10)

‘축하해, 성공이야’

마지막 세션 강습을 받았는데, 오늘 나의 다이빙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조금 쉬었다고 어색해진 cwt 의 자세와 마지막 세션 전에 연습에서 찍었던 16m의 수심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정말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합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다가 노력하는 나에게 언제쯤 고요하고 정적인 행복감을 안겨줄까.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생각해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와의 싸움인 프리다이빙이다. 항상 긴장완화를 할 때엔 생각이 많아진다. 수면 위에 둥둥 떠 마음을 다잡으며,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좀 나아진 듯싶지만, 깊이 내려갔다 올수록 힘들어지는 내 몸을 생각하자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몸을 지배하고, 결국엔 최종 호흡도 짧아진 채로 입수한다. 고요한 행복감을 맛보고 그게 좋아서 다이빙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인데, 이 상태로는 허겁지겁 밑으로 내려가기만 바쁘다. 의미가 퇴색된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데, 나 혼자 조급하다. 시간에 쫓겨서 그런가,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가. 솔직히 자격증이 뭐라고. 형식 상일뿐 나는 그저 다이빙을 즐기면 되는 것인데.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강사님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긴장완화를 해보자. 수면 위에 둥둥 뜬다. 이 고요함을 느껴보자. 지금 이 순간 나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자일 뿐이다. 바닷속으로 다이브 하기 전, 준비 호흡을 하는 순간에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처럼, 그저 이 순간을 피부로 즐길 뿐이다. 차분해진 마음과 함께 최종 호흡을 길게 마치고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 순간. 찬란한 현재뿐이다.

살아가며 한 번도 향하지 않았던 방향, 100퍼센트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주변은 온통 고요함과 황홀함, 행복감으로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그러한 감정들로 가득 찬 나만의 미증유의 공간으로 변했다. 천천히 줄을 보며 밑으로 향한다. 향하다 보니, 16m의 고지에 달했다. 다시 천천히, 침착하게 몸을 뒤집고 수면 위로 향한다. 내 앞에는 나의 버디, 강사님이 있고 바닷속으로 찬란하게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과, 수면 위의 안식처, 부위가 둥둥 떠다닌다. 수면 위에 올라온 후, 부위에 매달려 천천히 회복 호흡을 시도한다. 그 순간, 강사님이 말했다. ‘축하해. 완전히 성공이야.’ 아...성공이다. 아이다2 자격증을 취득하는 순간이다. 내 인생의 특별한 자격증이 생기는 순간이다. 이거구나. 이 행복감이구나. 이 고요함이구나. 이게 다이빙이구나. 이게 새로운 세계구나. 이게 바닷속이구나. 주마등처럼 그동안의 노력들이 지나간다.


1. CWT 덕다이브 16m 수직하강

2. 마스크 벗고 상승

3. 손 만으로 상승

4. 수심 10m 레스큐



수영장

1. 스태틱 무호흡 2분

2. 다이나믹 수평잠영 40m

3. 노핀 노스노쿨 생존수영 200m


내 자격증 !

거즘 한 달에 걸쳐, 지구반대편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와 위의 통과 기준을 모두 해내고 남들 필수 자격증을 따기 바쁠 때에 웬 AIDA2 (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Dvelopment of Apnea )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냈다. 구명조끼 없이 깊은 바다에 들어갈 엄두도 못 냈던 박순양이었는데, 이젠 맨몸에 바닷속으로 16m를 다이브 한다니. 나, 물 하고 이제야 좀 친해졌나 보다. 짧지만 긴 시간 동안 다쳐서 고생하기도 하고, 매일 바다에 들어가면서 온전히 100% 나에게 집중하는 법, 아름답고 고요한 바닷속에서 지금 이 순간 어느 때보다 피부로 와 닿는 ‘현재’를 즐기는 법, 무엇과도 비교하고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법. 또, 22년 동안 알지 못했던 바닷속의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아름다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덥고, 피부는 타들어가며,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잦은 단수에다가 하루에 3마리 이상 나타나는 바퀴벌레와 함께했던 나의 다이빙. 결국에 나에게 선물을 안겨주서 고맙다 다합아.


그리고 이퀄이 안돼서 수심을 내려가지 못했던 우리 형은, 결국에 샵에서 프로 연습생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노력을 통해 (유료 트레이닝 2번 포함 ^^) 결국에 아이다2 자격증을 따냈다. 그리고 문제의 우리 어머니는, 결국 바닷속의 고요함이 주는 행복감은 물 공포증을 이겨내지 못하셔서 자격증은 따내지 못하셨지만, 50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셔서, 아이다2 수영장 자격증 과정을 합격하셨다. 이로서 ‘숲과 나무 바다에 뛰어들다’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애증의 다합을 떠나, 카이로로.

떠나는 길.

다합을 떠나는 날이 결국에 왔다. 카이로로 떠나는 지금, 다합에서의 순간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서 맴돈다.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다음을 기약해본다. 내가 여기서 느꼈던 벅찬 감정들, 그 감정들로 인해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겠지. 나의 원동력의 일부분이 되어줘서 고마워 다합아. 다음에 또 오는 날이 있겠지. 오늘따라 바다는 더 아름답고 거리는 훨씬 평화롭다. 날씨는 우릴 가지말라고 잡는 것처럼 뜨겁고. 잘있어 애증의 다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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