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해밀이 갑자기 걸걸한 빌런 목소리가 된 이유를 찾아서
마크 해밀은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한 미국 성우이다. 스타워즈 루크 스카이워커로 알려져 있어서, 처음 루크를 연기한 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루크 스카이워커로 살아오고 있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스타워즈 이전의 영화, TV 배역에서는 낭랑하고 소년소년한 역할을 맡았고, 목소리도 역할에 맞게 부드럽고 청춘스럽다. 오페라로 따지면 남주 테너다. 근데 루크 스카이워커 이후의 활동에서는 목소리가 걸걸하고, 대체로 빌런 연기를 맡았다.
나의 호기심 천국은 다름이 아니라 여기서 시작됐다. 최근 북 오브 보바 펫에서 TV 제작자들이 컴퓨터로 젊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목소리를 뚝딱 만들어냈는데, 목소리가 그의 젊은 시절과 아주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로봇 같은 발연기였다. 컴퓨터 말고 마크 해밀이 젊게 연기를 할 수는 없었을까? 거기다가 약간의 후보정을 더했더라면 더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마크 해밀이 70살이라서 아무리 힘을 주고 두성을 많이 써도 30대 청년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30대 루크를 표현한 건데, 마냥 젊은 목소리를 쓰지만은 않아도 될 것 같고, 워낙 경력이 풍부한 성우라 연기력으로 소화할 수 없었을까 궁금해진 거다.
그래서 루크 스카이워커 이후에 마크 해밀이 연기한 남주스러운 역할을 찾아보고자 이 탐험을 시작했다. 근데 내 능력으로는 그 역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 갑작스러운 노화가 찾아온 것인지 그저 빌런 역을 너무 사랑해서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를 내다보니 그렇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리.고. 집착 끝에 어느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https://youtu.be/Z9HSE2gdRvA?t=148 (2분 29초부터)
https://youtu.be/w-HFv6Ms1lw?t=81 (1분 20초부터)
- 첫 영화로부터 6년이 지나서 약간의 목소리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남주스럽다.
이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시간 차가 있어도 목소리 변화가 그렇게 급격하지 않다. 낭랑기로부터 불과 3년 후에 시작된다.
https://youtu.be/wEL6kUrK5zE?t=408 (6분 48초, 7분 24초)
- 우울한 남자 이야기 주인공. 캐릭터가 화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약간 걸걸함이 나온다.
https://youtu.be/oZY72iyCG2s?t=250 (4분 10초부터)
- 여기서 잠시 목소리가 젊어졌다. 공명강을 많이 쓰지 않고 목소리를 얕게, 고음으로 낸 것 같다.
https://youtu.be/kVcAuHuT2Jg?t=103 (1분 44초부터)
https://youtu.be/7FnezLs_1ng (영상 초반에 계속 말하는 악역 스켁시)
3번 영상은 루크 스카이워커 이후 3-4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3년동안 목소리가 그렇게 바뀌지는 않으니까 발성의 차이가 아닌가 가설을 세워봤다. 루크를 두성 쪽으로 약간 띄워서 연기하다가, 슬픈 아저씨라서 좀더 깔아서 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작품 외에 마크 해밀이 보다 일상적으로 자신의 말을 하는 영상을 따라가 보았다.
낭랑한 남주 재질 26세 마크 해밀, 항상 목소리에 뭔가 잡음이 껴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https://youtu.be/RDZZDmEyKIM (22초부터)
목이 약간 쉬어서 평소와 다른 발성(목소리를 약간 누르고 짜냄)으로 말하는 27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kfedhw2nfn8?t=25 (25초)
자꾸 가래가 끼는(?) 32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dlH2xVcI7yI?t=480 (8분)
- 8분쯤부터 마크 해밀이 계속해서 말을 하는데, 중간중간 가래가 끼어서 목청을 가다듬는다. 서서히 노화가 된 것이 아니라, 이 시기에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호흡기나 성대가 상처 입을 일이 생겨서 그 이후로 목소리가 걸걸하게 변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으나, 아래의 인터뷰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다 보니 그냥 서서히 변한 듯하다.
음질은 안 좋지만, 목소리가 더이상 맑지만은 않은 32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_lCNn8Ys5GQ?t=144 (2분 24초)
역시 음질은 안 좋지만, 목소리가 맑지 않은 33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NtQJk9Z44BA?t=115 (1분 55초)
여전히 얼굴 상단 공명강을 부드럽게 울려서 남주 느낌이 나지만, 걸걸함이 더 낀 35세 마크 해밀
여기서부터 현재 목소리처럼 비강 울림이 보다 밀도있어진 38세 마크 해밀
음질은 안 좋지만, 확실히 위쪽 공명강을 덜 쓰고 밀도있게 목소리를 쓰는 41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6D6BY_idXao?t=429 (7분 9초)
걸걸기의 밀도있는 비음 목소리가 완전히 일상으로 자리 잡은 46세 마크 해밀
https://youtu.be/9FcFpDq6TEg?t=11
마크 해밀의 낭랑 → 걸걸 갑작스러운 변화는 작품에 따라 목소리를 다르게 써서 유난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목소리 변화는 노화를 비롯하여 목소리를 쓰는 습관이나 말하는 태도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듯 하다. 젊은 시절의 생글생글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말씨와 달리, 지금은 유쾌하고 쩌렁쩌렁(?)한 말투를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 뱃심을 잃지 않는 한 사람들 목소리가 까랑까랑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인들은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 내 생각에 루크 스카이워커 목소리를 지금 마크 해밀이 마음 먹고 수증기 흡입하고, 식염수로 코세척 하고, 배즙이랑 도라지즙 마시고(?) 공기 많이 섞어서 얼굴 위쪽으로 소리를 띄워서 젊게 내면 AI보단 나았 것을 것 같다. 후보정도 섞고... 근데, 그가 직접 해 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
오늘의 호기심 70% 해결!
관심사와 호기심이 많긴 한데, 평상시에는 블로그에 정신건강과 애착 형성, 인간관계, 정신장애 등에 대해 글을 조금 더 쓰고 있습니다. 스타워즈나 마크해밀, 배우 덕질 전용 블로그는 아니오니 구독 시 먼저 다른 글을 둘러 보시면 좋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인생 살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글이라도 많이 쓰려고요. 누구나 생각에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기 때문에, 저의 결과물들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깨달음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을 흥미롭게 보셨다면 구독하고 종종 읽어 주세요.
선율 / 인스타그램 / 트위터 / sunyoo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