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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동화 Jan 05. 2023

딸에게 보내는 편지. 01/ 벌써 이렇게 자란 너




- 엄마,

나 스무살 되면 친구랑 술 마셔도 돼?



- 그럼! 당연히 되지~



- 꺄아! 그럼,

나 스무살 되면

밤에도 밖에서 놀아도 돼?



- 그래. 실컷 놀아!

실컷 놀고 밤 10시 전에만 집에 들어와.



- 진짜? 진짜 그래도 돼?



- 그럼~!

밤 10시면 너는 친구랑 맛있는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커피숍 가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시간이야~

실컷 놀다가 9시 되면 버스 타고 집으로 와.

그럼 10시 전에 도착할 거니까. 알았지?



- 진짜? 나 혼자서 버스 타고?



- 응. 너 혼자서 버스 타고.



- 꺄아~ 감사합니다, 엄마!!!







스무살이 되어 혼자 버스 타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오! 원근법으로 뒤의 사람들을 작게 그리다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딸의 자화상. ㅋ






사랑하는 나의 딸.

벌써 네가 여덟살이 되었구나.




고구마같이 울퉁불퉁하고

순식간에 빨개졌다 노래졌다 하던

갓난아이가 여덟살이 되기까지는,

고작 눈 한 번 감았다 뜨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었구나.




그러니

앞으로도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너는 중학생이 되어 있고,

하품 한 번 길게 하고 나면

너는 스무살이 되어 있겠지.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미어지게 울던 너,




엄마의 손길 없이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못하던 네가,




어느덧 세수도 양치도 척척 해내고,

동생 손을 잡고 엄마 없이 놀이터도 다녀오는

의젓한 어린이가 되었지.




지금도 모든 것을 잘 해내는 네가

열 다섯, 스물이 되면

얼마나 더 대단한 일들을 해낼까!




엄마가 어렸을 때는

감히 상상도 시도도 못했던 일들을

너는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내겠지.




너는 호기심도 많고 머릿 속의 상상을

바로 그림으로 구현해 내는

최고의 예술가니까.




안녕, 나의 딸.

안녕, 너의 인생.




지나왔던 순간 순간에는

너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사실 나는 거들기만 했을 뿐

너는 네 스스로 이렇게나 잘 자랐구나!




든든하게 자라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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