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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동화 Feb 07. 2023

우화의 강/ 마종기/ 물결이 맑은 사람







< 우화의 강 >

- 마종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2023년 2월 7일/ 화요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도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하나 봅니다




단번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고




서로 물을 보내어

자주

섞여야하나 봅니다




물결을 맑게 고집할게요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이 될게요




당신이 제게

섞여들고 싶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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