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유 -
네가 나를 타고 들어와 날실로 꺾어지고
내가 너를 타고 들어가 씨실로 휘어진다
애초에 서로를 원했던 그날도
꼿꼿하던 몸뚱이 비틀고 휘어
서로를 안아주지 않았던가
너에게 감겨 들길 온전히 희망했던 날
고고한 턱선 떨구어 너의 입술을 찾아 헤맸고
그로부터 풀리지 않는 주문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동행이 시작되었다
너의 걸음이 선명하면 내가 방향을 틀고
나의 걸음이 길어지면 네가 모른 척 돌아가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믿기 힘든 직조술
아! 나를 엮어 너를 자아내고
너를 엮어 내가 풍성해지는
가진 것 몸뚱이 하나로도 우리는
본 적 없던 세상을 만들어 냈구나
2023년 2월 8일/ 수요일
마주보면
나는 그의 눈안에 담긴 세상을
그는 나의 눈안에 담긴 세상을,
껴안으면
나는 그의 등너머 세상을
그는 나의 등너머 세상을,
그래서 함께 간다는 것은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못보는 세상을 봐주는 것
그리하여
그의 세상을 넓혀주고
나의 세상 또한 넓어지는 것
혼자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당신 덕분에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