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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Dec 15. 2017

아프리카 풍경에 대해
I don't understand





"잠깐만 멈춰주세요. 달 사진 찍고 싶어요!"

"Oh~ I don't understand~ (절레절레)"






 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를 떠나는 날 새벽이었다. 새벽 5시 숙소에서 푸시푸시(자전거 교통수단)를 타고 10여분을 달려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 한다. 해변가를 따라 쭈욱 가던 중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다. 모론다바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이라 바닷물 색깔이 흙탕물 색이다. 갈색 빛 바다 위로 새파란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다. 그 구름에 하얀 달이 살짝 걸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에 푸시푸시를 몰던 아이에게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이건 찍어야데! 내가 또 언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처음 보는 갈색 빛의 바다, 새벽녘이라 그런지 더욱 스산한 새파란 색깔의 구름, 그리고 밤인 듯 낮인 듯 알 수 없는 시간대의 하얀 달까지..  


 그런데 푸시푸시를 모는 아이가 웃으면서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I don't understand you' 도대체 뭘 찍냐는 거다. 그 아이는 이곳 모론다바 해변 마을에서 매일 아침 이 풍경을 본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익숙한 풍경을 찍는 내가 신기해 보였나 보다. 엄청 특이한 동물이 나타난 것도,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그저 바다와 구름, 달을 찍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사실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했다.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에서 악마의 수영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악마의 수영장은 빅토리아 폭포의 수량이 줄어드는 건기 시즌인 8~10월쯤 까지만 운영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이곳. 여기를 방문하기 위해 잠비아 여행을 일부로 10월 중순으로 잡았다.  


 악마의 수영장에 가기 전날 너무 긴장돼서 잠도 설쳤다. 드디어 악마의 수영장에 입수했다. 엄청난 굉음과 물안개로 정신이 쏙 빠졌다. 바로 절벽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빨려 내려갈 것만 같았다. 이날 딱 쌍무지개까지 덤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저기 봐봐! 폭포 위에 쌍무지개야. 봐봐! "

 "나 여기 맨날 와. 안 봐도 돼 "



 가이드에게 이 엄청난 풍경을 보라고 말했다가 되레 민망한 답변만 받았다. 매일 오기 때문에 이 풍경은 시시하다는 것. 사실 세계 3대 폭포 위에 서서 쌍무지개를 보는 일은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다시는 못 볼 풍경이다. 악마의 수영장을 가기 위해 우선 보트를 타고 폭포 끝자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날카로운 바위를 디디며 한참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밧줄에 의지한 채 물속을 허둥버둥 헤엄쳐 갔다.  악마의 수영장까지 가는 길에 얼마나 두근두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이드에겐 맨날 보는 지루한 풍경일 뿐인 거다. 

  










 탄자니아 세렝기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입장하자마자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세렝게티. 그리고 우린 곧 사자를 만났다. 영화 라이언킹에 나오는 사자 바위 위에 진짜 사자가 떡 하니 앉아 있었다. 



"저기 봐봐! 사자가 바위 위에 있어!"

" 안 봐도 돼~ (드르렁~ 푸우)"



 사파리 차량에 함께 탄 우리 팀 요리사는 우리가 사자를 보든 말 든 낮잠을 잤다. 우리가 치타를 찾고 물소를 찾고, 코끼리 떼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셔터 소리를 수시로 냈지만, 요리사는 단 한 번도 꿀잠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 대자연 속의 동물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지? 요리사를 깨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함께 이 엄청난 세렝게티의 풍경을 나누고 싶었다. 아차! 가이드랑 요리사들은 매일 세렝기티에 오지! 











 

 아프리카 여행을 선택한 건 '풍경'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여행할 때 그 어떤 요소보다 풍경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한 도시에서의 일몰과 일출, 밝은 달과 쏟아지는 별, 독특한 나무와 꽃들.. 아프리카 풍경은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다.


 사실 풍경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놓치기 싫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셔터도 빠르게 눌러댓다. 모론다바에서 푸시푸시를 모는 아이를 멈추게 한 후, 사진을 찍은 이유는 곧 달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였다. 1분 1초로 변하는 풍경을 내 마음에도 담고 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매일 보는 풍경일 뿐, 전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니 살짝 웃음이 났다. 지구 반대편 동양에서 온 우리는 아프리카 풍경이 이토록 소중한데 말이다. 부럽기도 했다. 매일 이런 풍경을 보고 산다는 것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이렇게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역사를 찾아서, 맛집을 찾아서, 편하게 쉬기 위해서 등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평생 보지 못할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시시하지만 나에겐 처음 보는 그 엄청난 풍경을 말이다.


  아프리카 친구들아, 내가 이해가 안될지라도 나는 아프리카 풍경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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