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베일리 어게인, 2018
"인간들은 개들이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한다니까. 이별 같은 거"
주인 이든이 차를 몰고 멀리 떠나는 날, 베일리는 온 힘을 다해 수풀을 헤치고 따라간다. 그냥 어렸을 적부터 해오던 공놀이 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차를 쫒아 가 이든을 멈춰 세우고 차 앞좌석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든은 웬일인지 베일리를 차에서 내보냈다. 이별이었다. 주인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단호하게 이별을 고한 것이다. 하지만 베일리는 차와의 경주가 공놀이인 줄만 알고 쫒아갔고, 자신을 떠나보내는 이든을 보고 얘기한다. 인간들은 개들이 이해하지 못한 일들을 한다고..
개와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이별을 왜 하는지, 왜 지난 슬픈 일을 품고 사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주인 이든과 여자 친구가 뽀뽀를 할 때면 둘이 입안에서 음식을 가지고 싸운다고 생각하는 점 등 도 재밌게 개의 입장에서 재밌게 설정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주인공 개 '베일리'의 대사, 속마음을 통해 인간과 대비되는 생각들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전해준다.
원제목은 베일리의 목적(A Dog's Purpose)이다. 개가 사는 목적은 무엇일까. 영화에서 보면 베일리의 대사와 생각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주인 이든이와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할아버지가 상 밑으로 몰래 던져주는 베이컨에서도 행복감을 느낀다. 함께 사는 고양이와 하루 종일 뛰어놀면서도 행복해한다. 불만과 불안, 근심 걱정이 없다. 인간들은 왜 이별을 해야 하는지, 왜 슬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주면서 베일리처럼 오늘 하루를 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과연 더 좋은 모습이 아닌지에 대한 대조를 보여준다.
첫 번째 견생에서 베일리는 주인 이든을 만나 매일이 즐겁다. 하지만 이든과 헤어짐 후 곧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이 100세 시대라면 개의 삶은 10~20살일까. 사람과 개의 삶이 동등하게 걸어갈 수는 없다. 베일리는 이든과 헤어진 후 시름시름 앓다고 죽은 후 제2의 인생을 산다. 베일리에서 엘리라는 이름의 경찰견으로 다시 태어나 주인을 따른다. 매일 범인을 잡는 시카고 경찰견으로써 칭찬을 받는 일이 일쑤지만, 웬일인지 주인이 베일리(엘리)에게 관심이 없다.(주인공 개의 이름을 베일리로 통일) 주인은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항상 슬퍼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도움이 될까, 이든과 함께 침대에서 잤던 것처럼 경찰 주인이 날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며 침대에 오른다. 항상 밤마다 슬퍼하는 주인에게 개가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일 중 최선의 일이었다.
세 번째 견생에서의 이름은 타노다. 주인이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베일리(타노)도 아이스크림을 생각한 만큼 마음이 잘 맞았다. 슬프지도 퍽 기쁘지도 않은 평탄한 삶을 행복하게 살았다. 네 번째 견생에서는 버려진 유기견으로 탄생한다. 주인을 잘못 만나 성견이 될 동안 바깥에 한번 나가지 못한다. 목욕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베일리는 결국 탈출을 하게 되고 영원한 주인이자 친구인 이든의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한다.
진짜 이든이다. 사람의 생에 주기 마지막쯔음인 이든이 할아버지가 됐을 때, 개의 생애 4번째가 만났다. 4번의 생애 동안 베일리는 같은 생각,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을 행복하게 살던 베일리에게 자신의 기억 한가득을 차지한 이든을 만나다니. 마지막에 이든과 베일리가 만나 어렸을 적 공놀이를 그대로 하던 장면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개와 사람이 맺어진 인연은 특별하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의 나쁜 이면을 은연중에 보여줬다. 술 취한 이든의 아빠의 안하무인 한 모습, 이든을 질투해서 이든의 인생을 망쳐버린 친구, 도시 한복판에서 납치 등 위험한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무조건 개를 사고도 돌보지 않는 모습 등이다. 하지만 반대로 베일리는 견생 4번 동안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피해는커녕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줬고, 주인들은 베일리를 통해 행복함을 느꼈다.
베일리는 마지막에 다시 이든과 만나 어렸을 적 자주 하던 공놀이를 한다. 이든이 공을 멀리 던지고 엎드리면, 베일리는 이든의 등을 넘어 공을 케치 한다. 그때 이든이 외치는 소리, 베일리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소리 '베일리 베일리, 베일리!'다. 베일리는 영화 끝자락에서 속으로 말한다.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삶의 목적을 잘 모르겠어.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베일리가 4번째 환생을 하기까지 다양한 인간을 만나지만 인간들의 모습은 항상 불안하고 안타깝고, 이기적이었다. 이별을 했고 나쁜 일을 저질렀고, 싸우기도 했다. 술에 중독되기도 했다. 과거의 삶에 얽매여 현재를 잘살지 않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낮추는 주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상황, 현재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이든은 과거를 잊고 옛 연인과 화해를 한다. 그리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간단한 인생의 법칙, 우리가 평소 들어왔던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개의 입장에서 보는 영화다. 사람이 아닌 개의 눈으로, 개의 마음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고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베일리 어게인 (A Dog's Purpose), 2017(미국)
-모험, 코미디, 드라마 -
-라세 할스트롬 조시 게드(베일리/ 엘리/ 티노/ 버디 목소리), 데니스 퀘이드(이든), K.J. 아파(십대 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