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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Nov 15. 2023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아시나요

코피 루왁 커피의 숨겨진 얼굴

발리에서 택시 관광을 하게 되면 꼭 거쳐 가는 필수 코스가 하나 있으니, 바로 커피 농장.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도 불리는 코피 루왁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본 소감은, ”음, 글쎄”였다. 커피 가루를 그대로 가라앉혀 무척이나 진하긴 해도, 특별한 진미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발리 커피 농장에서 티 샘플러, 2023


코피 루왁은, 한 마디로 “고양이 똥”이다. 원래대로라면 사향고양이가 자연에서 맛있는 커피콩을 야금야금 먹고 배출된 것을, 인간이 살살 모아 커피로 내려 먹기 시작한 게 그 시초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이 코피 루왁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야생의 사향고양이를 잡아 좁은 케이지 안에 넣고 사육하기 시작했다. 억지로 커피콩을 먹이면서 말이다.


그 무식한 일들의 결과로 사향고양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려 털이 몽땅 빠지기도,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기도 한단다. 이렇게 인간에게 잡힌 사향고양이들은, 당연하게도, 일찍 생을 마감한다.


비극이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사향고양이의 비극. 그때서야, 커피 농장의 한 편에 멋쩍게 서 있던 간판의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 농장의 사향고양이들은 3주마다 바깥에 내보내고, 새로운 사향고양이를 잡아 옵니다”.


숨겨진 사연이 어찌 되었든 나는, 그들의 눈물을 마신 것이다.


여행자인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학대를 방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무심코 먹은 음식과 오락거리가 동물들의 흘린 눈물의 산물인 경우가 어찌나 많은지: 코끼리 등 타기, 무분별한 “먹이 주기” 체험, 차량 사파리 투어(동물들은 대체로 차 소리에 아주 민감하다) 등등.


복슬복슬한 사향고양이들도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작가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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