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여행을 하는 3가지 방법
“아! 꿈과 낭만의 도시. 빠리에 오신 당신은 그러나 큰 숙제가 있지요.
빠리에 왔는데 남들이 다 본 것을 당신이 안 봐서는 안된다는 그런 숙제 말이에요.
남보다 더 보면 더 보아야지 덜 보면 큰일 나니까요. 그렇지요?
개선문을, 꽁꼬르드 광장을, 에펠 탑을,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리고 몽마르뜨르 언덕을 찾으셔야지요.
찾아가 보시되 제발, 뒤통수로 보시기보단 앞통수로 조금 더 오래 보세요. “
(홍세화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中)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 붕어빵같이 똑같은 소위 “패키지여행”이 여행의 정석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우르르 버스에 올라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고,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뒤통수”로 관광지를 더 오래 보고, 다시 관광버스에 바삐 오르는 그 서글픈 촌극.
패키지여행 자체의 효율성도 무시할 순 없지만 단순히 “내가 가본 관광지”를 늘리는 것만이 여행의 목적은 아닐 터. 이번 장에서는 여행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나의 방법들을 소개하려 한다.
덜 유명한 여행지를 선택하라
왕좌의 게임, 꽃보다 누나 촬영지로 유명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몇 해 전 가을의 두브로브니크는 나처럼 전 세계에서 찾아온 왕좌의 게임 팬들과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분명 두브로브니크는 아름다운 곳이다. 코발트 색으로 빛나는 아드리아 해와 섬을 둘러싼 위풍당당한 하얀 고대의 성벽 등.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브로브니크의 손바닥만 한 길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에 지친 나에게 진짜 휴식을 선사해준 곳은 그 바쁜 도시 옆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이었다. 크고 작은 요트들이 연초록색 빛깔로 투명하게 반사되는 바다에 정박해있고, 항구 옆에 있는 소박한 레스토랑에서 생선 구이를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한적한 마을을 돌다가 지루해질 때면 그저 전망대에 올라가 고요한 아드리아해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한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천국 같은 곳이었다.
많은 이들이 가는 여행지엔 그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지쳐 정작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휴식과 깨달음의 시간들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여행지에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도 나만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식, 사 먹는 대신 해 먹자
나에게 음식은 곧 여행지 그 자체를 의미한다. 달콤한 메이플 시럽 냄새를 맡으며 캐나다 어느 소도시에서 일요일마다 해 먹었던 소박한 브런치를 떠올리기도 하고, 똠양꿍 수프의 새콤한 라임 냄새에 방콕의 카오샨 로드를 추억하기도 한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매일 만찬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선사한다. 슈퍼마켓에 들러 식재료를 고르고,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과정에서 여행지의 삶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싼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에서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건 저렴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여행지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
누군가는 여행을 즉흥적으로 떠나는 반면, 어떤 이는 이태리 여행을 떠나기 전 고대 로마의 역사 책부터 뒤지기도 한다. 여행 스타일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은 여행에 있어선 진리다. 아는 것 없이 “남들이 가는 곳” 위주로만 여행지 목록을 짜는 건 앙꼬 없는 찐빵 같은 여행에 불과하니까.
공부용으로 내가 추천하는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과 방송 매체는 다음과 같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청량한 휘파람 소리 같은 시그널 음악이 특징으로 들으면 누구나 아, 할 정도로 유명한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시작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특유의 담담한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의 유명 관광지들을 1인칭 관찰 시점으로 담아낸다. 장수 프로그램이니만큼 방대한 여행지 목록을 자랑하며 홈페이지에 각 도시별로 부제목을 달아놓아 내가 갈 여행지에 맞춰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Amateur Traveler Travel Podcast(영어)
여행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크리스텐슨이 2005년부터 운영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팟캐스트로 실제 다녀온 전 세계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스팟과 해당 여행지에 대한 최신 정보, 꿀팁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어 청취자들 위주로 만들어져 특히 미국과 캐나다 여행에 대한 지역별 자세한 방송들이 있는 것이 장점이다.
EBS 세계테마기행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 법한 EBS의 간판 여행 프로그램이다. 2008년 2월 25일부터 EBS1에서 방송하는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한 지역을 총 5회에 이르는 분량으로 방송해 테마가 된 지역에 대한 문화부터 지리,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에 있는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 관광지를 주로 다룬다면 EBS의 세계테마기행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나 온전히 나를 맡기는 일이다. 새로운 세계에 오감을 집중하고 전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그 즐거움을, 당신도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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