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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의 완벽한 햄버거

디즈니 초짜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애니멀 킹덤 편

by Sunyoung Choi

내가 탄 비행기는 플로리다의 상공을 3만 피트로 날고 있다. 올랜도 공항에 내릴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드문드문 보이는 짙은 초록색 늪지대가 어릴 적 흥얼거리던 악어떼 노래를 떠올리게 했다.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를 지나서 가면, 악어떼가 나올라!”


비행기를 타고 본 플로리다 올랜도의 풍경

악어떼가 나올라, 구절을 부를 때는 “왁!”하고 옆에 있는 옆자리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국룰(국민 룰의 준말로, 특정 행위가 불문율임을 뜻하는 신조어)이었는데. 아쉽게도 옆자리 승객은 악어떼 동요는커녕 세서미 스트리트나 보고 자랐을 세대의 아메리칸이라 장난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악어와 늪지대의 땅, 플로리다에 온 이유는 딱 하나다. 세계 정복, 아니 디즈니월드 정복을 위해서였다.


생뚱맞게 디즈니랜드도 아닌 디즈니월드냐고? 디즈니월드 리조트는 쉽게 말해, 4개의 디즈니랜드를 한 곳에 모아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 4개의 테마 파크와 2개의 워터 파크로 나뉘어 있다. 디즈니 만화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신데렐라의 성이 있는 마스코트 격 존재인 매직 킹덤, 끝없는 초록색 평야가 펼쳐지는 놀라운 규모의 사파리가 특징적인 애니멀 킹덤, 나 같은 스타워즈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할리우드 스튜디오(현재는 Galaxy’s Edge로 나눠져 있다), 세계여행을 테마로 한 엡콧(Epcot)으로 분류된다. 이 모든 테마파크를 다루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올랜도 공항에서 나와 일주일 간 머물 숙소로 가는 길목에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나온 매직 캐슬 기프트 샵을 지나쳐갔다. 디즈니월드 옆 모텔에 거주하는 극빈층 아이들의 어두운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파스텔톤으로 그려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습기 가득한 디즈니월드 바깥세상에서는 어쩐지 영화에서 본 꼬질한 차림으로 통통한 배를 내민 채 까르르 웃고 다니는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천진난만한 6살 무니(Moonee)와 어린 싱글맘 할리는 디즈니월드 주변에 널려있는 칙칙한 모텔의 방 한 칸을 겨우 빌려 부유한 관광객을 상대로 싸구려 향수를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디즈니월드를 처음 간다는 흥분상태와 꿈과 환상의 세계 속 뒤편에 숨겨진 어두운 현실을 동시에 바라보며, 조금은 착잡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디즈니월드의 첫 번째 관문, 애니멀 킹덤


첫째 날: 애니멀 킹덤(Disney's Animal Kingdom)


어제의 칙칙함과 눅진함은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파란 하늘 아래로, 차를 달려 디즈니월드 원정 첫 번째 타자인 애니멀 킹덤에 도착했다. 초대형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를 배경으로 때 묻지 않은 야생의 자연환경을 테마로 만들어진 테마파크다: 영화 아바타를 그대로 재현한 놀이기구들과 흡사 세렝게티 초원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사파리를 구경하며 이곳이 미국인지 아프리카 대륙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테마파크다.


짙푸른 나무 사이로 유유자적 그 귀여운 오리궁둥이를 익살맞게 흔들면서 지나가는 뽀얀 도날드덕을 포착해 사진을 청하고,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을 그대로 본 딴 신비한 강에서 보트를 타고 탐험하는 나비 리버 저니(Na’vi River Journey)를 타다 보니, 디즈니 첫날의 흥분 상태가 최고조에 달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 있으며, 새롭고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라는 칭호가 과연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국적인 열대 지방을 테마로 한 애니멀 킹덤이다 보니 음식들도 평범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길거리 음식을 테마로 한 키타무 그릴(Kitamu Grill)에서 샐러드를 곁들인 비프와 양고기 자이로(gyro, 고기와 채소를 평평한 빵에 돌돌 말아 만든 음식)를 먹고, 기운차게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키타무 그릴(Kitamu Grill)


애니멀 킹덤 초짜 여행자를 위한 팁 1: 디즈니월드의 상징인 미키와 미니마우스와 사진을 찍고 싶지만 이 넓은 공원 안 도무지 어디 숨어있는지 찾아내기 힘들다면, 각 캐릭터별 포토 스폿을 공략하자. 사파리 룩으로 잘 차려입은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는 Adventure Outpost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애니멀 킹덤 초짜 여행자를 위한 팁 2: 거대한 나무를 수놓는 빛의 향연, 밤에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환상적인 트리 오브 라이프의 쇼를 놓치지 말자.


둘째 날: 할리우드 스튜디오(Disney's Hollywood Studios)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A Galaxy Far, Far Away Show)


디즈니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애초에 우리에게도 사자가 어흥, 하는 마스코트로 친숙한 MGM 스튜디오 테마파크로 시작했더랬다. 자연히 그 이름처럼 황금기 할리우드의 테마로 꽉 차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다른 테마파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상이 강하지 못해 인기도는 떨어지는 편이나, 스타워즈 팬인 나에겐 카일로 렌이 붉은 라이트 세이버를 붕붕 휘두르며 활보하는 스타워즈 쇼*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포스 넘치게 등장한 다스베이더가 외치는 “네가 다크 사이드의 힘을 알았더라면!(You don't know the power of the dark side!)”를 라이브로 듣는 재미라니. 지금은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Star Wars: Galaxy’s Edge)의 개장으로 밀레니엄 팔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좀 더 본격적인 스타워즈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스타워즈 팬이라면 놓치지 말지어다.

(*스타워즈 쇼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사이-파이 드라이브 인 극장 레스토랑에선 미국적인 햄버거를 즐길 수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또 다른 재미는 마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올 법한 클래식한 자동차를 타고 50년대 테마의 어둑한 자동차 극장에 앉아 오붓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파이 드라이브 인 극장 레스토랑(Sci-Fi Drive in Theater)였다. 가장 미국적인 메뉴라 할 수 있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한가득 시켜놓고 은막에 펼쳐지는 디즈니 만화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블루치즈가 한가득 얹힌 소고기 패티 햄버거였는데, 짭짜름하고 콤콤한 푸른곰팡이가 핀 블루치즈의 진한 맛과 묵직한 소고기의 풍미, 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재료가 의외의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햄버거였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초짜를 위한 여행 팁 1: 사이-파이 드라이브 인 극장 레스토랑(Sci-Fi Drive in Theater)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선 자동차 부스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예약 가능 여부를 잘 확인하고 가시길.
할리우드 스튜디오 초짜를 위한 여행 팁 2: 스타워즈 팬이라면, 당신만의 드로이드와 광선검을 제작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꼭 잡기를. 레이아 공주가 한 명대사처럼, “절대 드로이드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Never Underestimate a droid).”
할리우드 스튜디오 초짜를 위한 여행 팁 3: 디즈니 플러스 시청자라면 한 번쯤 스쳐 지나가듯 봤을 디즈니랜드 놀이기구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트와일라이트 존 타워 오브 테러(The Twilight Zone Tower of Tower)가 바로 여기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나는 타고나서 하룻밤은 꼬박 악몽을 꿀 정도로 힘들었으니,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분은 잘 생각해보고 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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