쮸의 크리스마스 선물
나 : 쮸~ 산타할아버지께 소원 빌었어?
쮸 : 응
나 : 뭐라고 빌었는데?
쮸 : (덤덤하게) 텔레비전
나 : 응? 텔레비전?
쮸 : 응.
나 :(허걱) 그건 너무 커서 안 될 것 같은데... 배달하기 힘드실 것 같은데...
쮸 : (단호한) 아니야. 산타할아버지는 뭐든지 다 배달할 수 있어.
나 : 그래도...
쮸 : 아니라니까.
나 : 음... 산타할아버지께서는 어린이들에게 유익하고 그런 것만 배달해 주시지 않을까?
쮸 : 엄마도 텔레비전 사자 했잖아.
나 : 응? 엄마가 언제?
쮸 : 지난번에 제주도 갔을 때.
나 : (그럴 리가 없는데.. 음...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는데...) 그래? 엄마는 정말 기억이 안 나는데.
쮸 : 아.. 엄마가 아니다. 아빠다. 그때 제주도 갔을 때, 아빠가 제주도 일 잘 되면 텔레비전 사자 했어.
나 : (부글부글. 흠.... 허...)
쮸 : 그래서 내가 일부러 산타할아버지한테 소원 빈 거야.
나 : 응?
쮸 : 엄마 아빠 텔레비전 사려면 돈 많이 드니까, 엄마 아빠 돈 아껴주려고 텔레비전 소원 빈 거야. 엄마는 내 맘도 모르면서~
그럼 그럼. 엄마는 네 맘 모르고, 넌 엄마맘 모르고. 그나저나 텔레비전을 사야 하나?
아이들은 날 때는 시인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점점 시인의 재능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12월을 맞아 아이에 대한 기록들을 살피다 발견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에피소드. 이제는 "에이~~~ 엄마 아빠가 산타클로스잖아"라거나 "선물? 뭐든지 다 사줄 거야?" 대놓고 물어보는 뭘 좀 아는(?) 어린이가 되어 아쉽기도 하지만, 여전히 시인의 눈으로 시인의 말을 불쑥 던져 엄마를 깜놀하게 하는 쮸 어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