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경험, 글쓰기
나는 오직 글을 쓰고 있을 때만
'이거 말고 딴 걸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 글을 쓰는가, 에 대한 글로리아 스타이넘 - 『길 위의 인생』의 저자 - 의 답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아니다, 성공이 성공의 어머니이다. 아주 작은 성공의 경험이라도 그 순간의 보람, 성취감, 기쁨이 나를 다시 도전하게 한다. 그래서 목표를 작게 설정하고 그걸 해내는 일이 중요하다.
성공, 이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잊지 못할 글쓰기의 순간이 하나 있다. 그건 내 삶에 있어 어쩌면 무척 작고 별거 없는 사건이었다. 2년 전이었을 것이다. 단편 소설을 습작하겠다고 혼자서 애쓰던 때였다. 주말에 남편은 집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나는 안방 바닥에 방석을 깔고 교자상을 펼친 후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저녁 다섯시반에 시작해서 밤 열두시가 다 될때까지 한 자리에서 글을 썼다. 중간에 화장실도 한 번 가지 않고, 남편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들어 카톡이나 인스타그램 확인 한 번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오로지 나와 노트북 화면,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존재하는 작은 세계에서 나는 여섯 시간도 넘게 자발적으로 갇혀 있었다. 나의 평생 이토록 한가지에 몰입했던 적은 없었다. 미드 '24시' 한 시즌을 정주행 했을때도, 가까운 친구들과 밤 깊은 줄 모르고 술을 마시던 날도 나는 틈틈이 딴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나는 네이버에 ADHD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실제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테스트도 해볼 정도로 산만한 사람이다 (다행히 테스트 결과는 위험 수준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견디지 못해 주변의 텍스트를 찾아 읽었던 것이 오늘 날의 활자 중독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 나는 지하철에서든 버스에서든 어떻게든 광고판들을 찾아 아주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 주의 사항까지 모조리 읽어내고 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열정으로 책을 읽을 때도 나는 종종 스마트폰을 꺼내어들고는 한다.
그러니 여섯 시간 동안 방바닥에서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스마트폰조차 건들지 않고 집중했던 시간이 나에게는 얼마나 상장 같고 자랑 같은 시간이 되었겠는가. 그 후로 나는 단 한 번도 여섯 시간은 커녕 세 시간도 가만히 집중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따금 한 시간씩, 한 시간 반 씩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이거 말고 딴 걸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 없이 내 안으로 깊이 잠수한 채 온통 글을 쓰는 일에만 집중한다.
(이 글은 40분 동안 썼다. 역시나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 없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