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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Apr 04. 2024

6. 인정과 이해의 차이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아, 인정해 준다면.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이해와 인정을 바란다. 그리고 관계 사이에는 이해와 인정이 있어야 무리 없이 굴러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해와 인정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나는 어느 날 머릿속에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그동안 그들에게 원했던 것은 이해였을까, 인정이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개가 뭐가 다른 거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전을 찾아보니 확실히 달랐다.      


이해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유의어공감깨달음납득

인정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유의어긍정승인     


 사전을 찾아보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나는 인정과 이해를 둘 다 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았던 이유는 대화하는 동안 나의 감정과 생각이 인정받으면서도 이해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감정이 이해받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인정받는 것은 내가 그런 감정과 생각을 느끼고, 해도 된다는 확인을 받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감정이 어머니에게 이해받지 못하게 되자 서운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뿐 아니라 여러 사람과 부딪히고,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들에게 이해와 인정을 바랐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했다. 그것이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과 이해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나 조차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니 내가 아닌 타인을 그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인정은 어쩌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나마 수월하다. 


 인정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한없이 우울해지고, 짜증이 많아져서 예민해질 때 나는 항상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내가 왜 지금 우울하지?’, ‘왜 내가 예민해졌지?’라면서 머릿속에 물음표를 계속 띄워놓고 있었다. 나는 마치 우울해도 안 되고 예민해져서도 안 되는 사람처럼. 그런데 내가 이유를 찾지 않고 ‘오늘 우울하네.’, ‘오늘 좀 예민해졌네.’라고 인정하는 연습을 반복하자 나와 나의 관계가 전보다 수월해졌다. 타인에게 적용하던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니까 우울할 수 있고, 화날 수 있고, 예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 겪는 상황, 감정 등을 경험했기 때문일 확률이 크다. 과거에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야 그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당황스러워지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말,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은 상대에게 공감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와 내가 비슷한 경험을 한 횟수가 얼마나 겹칠까 생각해 보면 사실 겹치는 일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비슷한 일을 겪는다고 해도 상대와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해를 할 수 없다면 인정을 하자고 생각한다. 인정은 이해하지 않아도 가능하니까. 이해는 가지 않지만, 즉 공감은 되지 않지만 상대는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도 인정해 주는 것처럼 상대도 ‘쟤는 저런 얘구나.’라고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해를 받으면 좋겠지만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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