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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ul 03. 2024

16. 뒤돌아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후회와 자책으로 보내던 날들


 많은 날을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느 것에는 후회를 하게 되고, 어느 것에는 미련이 생기기 마련이다. 후회는 어쩌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생기는 것이고 미련은 그것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후회와 미련을 그다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니까. 하지만 나의 후회와 미련은 조금은 달랐다. 나의 후회와 미련은 좋지 않은 나의 상황을 더욱 극대화시켰고, 나를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한테는 오랫동안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하나 있는데 자꾸 뒤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러 다니던 기억, 어머니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기억, 친구들과 재미있었던 기억,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시간들의 기억 등 이미 지나버렸고 다시는 올 수 없는 날들을 기억하며 그날의 감정을 가져오려고 한다. 누군가는 좋게 ‘추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내가 이 날들을 생각하며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는 것이다. 비교한다는 것은 지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부모님의 사이가 멀어졌고, 어머니와 나 사이에 벽이 존재해야 함을 알게 되었고, 그 친구들과는 더는 연락하지 않고, 호감을 주던 연인이 더는 옆에 없거나 더는 그렇게 사랑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던가 뭐 그러한 이유다. 그렇게 지난날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그때 내가 이렇게 했었더라면-’이라고 미련을 갖는다. 지난날을 동경하면서 자책한다. ‘내가 그렇지, 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을 때 나는 이미 지난날로 되돌아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고, 밤이면 더욱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후회와 자책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날들이었다. 그 후회와 자책을 계속하느라 정작 신경을 쓰고 집중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기 일쑤였다. 나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우울감이 줄어드는 것이었고, 다음은 생각, 반추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나의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계속 생각하며 자책하고 주저앉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아, 뭐 하면 되겠지.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고는 했다.  스스로 신기한 변화 중 하나였다.


 요즘도 나는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고는 한다. 그때 다른 행동을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 시절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때로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지?’

‘그때 이렇게 했다면 지금은 달랐을까?’     

언제까지 ‘그때’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나는 ‘지금’에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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