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권하는 여자1
뫼비우스의 띠지의 서브 코너 '이직의 제왕의 이직 상담소'가 시작됐을 때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
그 폭발적 반응이라는 것은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이직'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데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과 환호가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왜 이직을 '권장'하냐는 것이었다. 우선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자면 그 코너는 이직을 하라고 권장하는 코너는 아니다. 하지만 이직을 권장하지 않는 코너도 아니다.
그런데 설사 그 코너가 이직을 권장한다한들, 그것이 왜 나쁜 것인가. 더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고 나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나에게 좀 더 맞는 조직을 찾아가자는 권유가 왜 나쁜 것인가. 한 번 다닌 직장에서 뼈를 묻을 수 있는 사회도 아닌데,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되는 업계도 아닌데, 현재보다 나은 상황을 찾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자며 개설한 코너에 찬물을 끼얹는 그 발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직장생활은 힘들다. 그러므로 다들 참고 견디고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조금 힘들다고 관두고 조금 힘들다고 이직을 결심하는 건 나약한 짓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들을 쉽게 낙오자로 낙인 찍는다. 하지만 당신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퇴사보다 힘든 게 입사고, 퇴사보다 힘든 게 새 조직에 대한 적응이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의 고뇌, 그 결심을 상부에 전달하기까지의 고난, 새 회사를 찾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업데이트된 자기소개서를 또다시 써야 하는 번거로움, 면접 또는 테스트라는 험난한 산, 그리고 새 회사에 입사하여 새 조직과 사람들에 적응하는 과정. 그 모든 것은 그냥 현재의 조직에 그대로 머무르며 절망을 견뎌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그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이직을 하겠다는 사람이 왜 낙오자인가.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생존자다.
그러니, 미련없이 퇴사를 하자. 끙끙 앓다가 위염에 장염에 편두통을 참아가며 자학의 고리로 스스로를 옭아메고 아침마다 울면서 출근하는 짓을 이제 그만하자. 이 시점에서 퇴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좀 더 다녀봐야 하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하다가 여러분은 퇴사의 적기를 놓친다. 그러니, 미련없이 퇴사를 하자. 누구 인생을 말아먹으려고 자꾸 퇴사를 하라고 부추기냐고 잔소리를 들어도 좋다. 나는 여러분에게 퇴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사실 지금 퇴사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저 두려울 뿐이다.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 익숙한 조직을 내치는 것, 낙오자로 낙인 찍히는 것. 그런 것들이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견디는 것과 퇴사하는 것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어느쪽이 내가 덜 불행해지는 길인가를 정밀하게 측정해보자. 양쪽으로 칸을 나눠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써내려가며, 혹은 하나씩 지워내려가며, 어느쪽이 행복이 조금 더 가까운가를 가늠해보자.
어차피 우리 세대는 행복하게 살기엔 이미 텄다. 그저 조금 덜 불행해지거나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길을 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미련없이 퇴사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