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 권지형 | 김보경 지음
결혼 2년차가 되어 가는 요즘, 친정 엄마는 우리 부부가 키우는 12살 반려견 짜르를 다른 집에 보내든지, 버리든지 어떻게 좀 하라고 성화다. 나는 어떻게 12년을 함께 산 동물가족을 포기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성토해보지만, 이제 곧 아이도 낳아야 하니 당연히 집안에 개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엄마의 주장이다. 이렇게 아이와 개가 한 집안에서 함께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정말 많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여러 이유로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져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동물 유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다.
아기와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싸워 이겨내야 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단하다. 반려동물이 있으면 반려동물이 여성의 모성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여성호르몬을 억제해 임신이 안 된다는 주장부터 개털이 나팔관을 막아 불임이 된다, 고양이를 키우면 기형아가 태어난다, 개나 고양이의 털 때문에 아기가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다, 개회충이 아이 눈을 실명시킨다, 사람에게 피부병을 옮는다, 아토피가 심해진다, 개는 물고 고양이는 할퀴어서 위험하다 등 온갖 편견과 오해들이 반려동물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때론 수많은 유기 동물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마구잡이로 퍼져나가는 이런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
이 책은 온갖 ‘카더라’ 통신으로 퍼져나가는 반려동물에 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두 딸과 두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한 반려인이고 의과대학을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아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는 것이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는 도구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간 반려동물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으려 많은 노력을 했으나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이 꾸준히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지켜보며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사실 반려인이기 이전에 과학적 근거와 통계적 수치를 바탕으로 건강을 연구하는 의사로서 객관적인 정보 전달에 더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는 책이다.
가령 반려동물이 모성호르몬을 증가시켜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설에 대해 저자는 의학적으로 모성호르몬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고 일갈한다. 설사 그런 것이 존재한다 해도 모성호르몬이 불임의 원인이 된다면 둘째는 어떻게 낳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나팔관이 개털로 막힌다는 설에 대해서도 자궁 경부는 평상시에 바늘구멍보다 작게 꼭 닫혀 있어 개털이 자궁 경부를 지나 나팔관에 도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아기가 털 때문에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다는 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동물의 털은 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의 코털조차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몸은 철저한 방어체계를 갖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어 기형아를 낳는다는 오해도 짚고 넘어간다. 실제로 톡소플라스마에 사람이 감염된다는 것은 고양이가 먼저 이 기생충에 감염된 뒤 알을 포함한 대변을 보고 그것을 사람이 ‘섭취’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피부병이나 외부 기생충을 옮는다는 주장도 동물과 인간의 신체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오해인 경우가 많다. 동물과 인간은 피부 구조와 감염될 수 있는 피부병, 기생충의 종류 자체가 다르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이나 위험이란 우리가 평소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안전사고나 환경에서 오는 위험의 확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예방과 훈련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아기와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행복한 임신, 출산, 육아’란 가족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는 선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학적 근거를 무시한 잘못된 상식과 편견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버려진 동물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위생 문제와 안전 문제를 낳고, 때론 동물들이 무작위로 죽임을 당하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사회는 결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저자의 바람대로 주변의 수많은 압박 속에 고통받는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이론적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동물가족을 포기하지 말자.
이 글은 2012년에 작성되었고 15살이 된 짜르는 올해 3월에 심장병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난해, 우연찮게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당연히 임신을 하더라도 이 개와 헤어질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