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나만의 행복도 없다
꿈을 꿨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 생에서 하고 싶고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걸 다 갖춘 꿈이었다. 꿈속의 나는 누가 봐도 예쁘고 얼굴이 아주 작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털털하고 착하고 똑똑했고, 고양이 알레르기도 없었다. 꿈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털이 곱고 눈이 예쁜 은색 고양이를 키웠는데, 꿈꾸는 내내 나를 아주 좋아해 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습관처럼 나를 사랑해 줬다.
나를 싫어하던 사람도 나를 만나면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 분야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인기도 있고 돈도 많았다. 외국에 살고 나를 끔찍이 생각하는, 자기 앞가림 잘하고 야무진 여동생도 있었다.
꿈에서 깨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꿈이 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참 이상하지만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행복감 비슷한 안도가 밀려왔다.
현실의 나는 지극히 평범하고 내성적인 사람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만큼 알레르기가 심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도망칠 궁리만 한다. 나도 너 싫어, 하는 티를 내고 싶어서 안달 난다. 가장 오래 유지한 직업은 3년이고 보통 1년이 지나면 다른 일을 찾았다. 남동생은 종종 나를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런데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
행복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얼마나 이뤘는지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 보다. 목표가 아주 많은 편인데, 그 목표들은 그냥 목표일 뿐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거나 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행복은 지금 이곳에 나와 함께 존재하는 거였다. 내가 없으면 나만의 행복도 없다. 앞으로는 선명한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깨달은 것만으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양이를 안았던 느낌이 선연하다. 밤새 고양이를 안아보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지난 기억은 꿈처럼 불분명하고 이상하고 아슴아슴하니까. 나는 꿈을 통해 여러 삶을 연습해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