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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27. 2020

행복 교과서를 아시나요? -2-

지난번에 이어서 행복 교과서 속 9가지 실천 지침 중 나머지를 같이 읽어보도록 해요. 행복한 삶의 지침을 크게 세 가지 범주, 즉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누구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난번 ‘어떤 마음으로’에 이어 이번에는 ‘무엇을’ 범주를 살펴봐요.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적절한 대상이 필요한데, 그 구체적인 실천 덕목으로 ‘목표 세우기, 음미하기, 몰입하기’가 제시되고 있어요.


04 목표 세우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성공뿐만 아니라 행복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해요. 꿈과 목표를 가지는 것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흔히 목표나 꿈 등은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죠. 오히려 성공과 목표를 위한 삶은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여기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목적이 이끄는 삶”이 필요하다고 해요.

다만 목표에 조건이 있다고 해요. 첫째, 그 자체로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목표로 세워야 하죠. 이를 ‘내재적 목표’라고 하는데, 어떤 일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추구하는 목표를 말하죠.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등 친구,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한 목표가 대표적인 예이죠. 우리는 흔히 돈, 권력, 인기만을 좇는 ‘물질주의적 목표’를 갖기 쉬운데, 이와 같은 ‘외재적 목표’는 오히려 행복에 방해된다고 해요. 목표가 조건이 아니라 이미 그 안에 충분히 즐겁고 보람된 요소가 있을 때 성취 시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해요. 둘째, ‘접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해요. 접근 목표란 실패와 실수를 피하려는 목표가 아니라 성공과 성취를 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를 일컬어요. 쉽게 말해, ‘하지 말자’가 아니라 ‘하자’라고 표현되는 목표이죠. 예를 들어, ‘게임을 많이 하지 말자’와 같은 수동적인 목표가 아니라 ‘게임 시간을 지키자’와 같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목표를 말해요. 다시 말해 삶의 주도권이 확실히 나에게 귀속되었을 때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정한 후 이를 긍정적으로 믿고 자기 확신을 가질 때 목표가 주는 힘이 더욱 강력해진다고 해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은 우리를 삶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의 또 다른 비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심리학자 에드 디너의 말로 이 단원이 마무리돼요.

“행복은 스스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사진 - Young샘


여러분이 정한 목표는 과연 여러분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건지 점검해보는 거 어떨까요? 학기 초 목표를 적은 것을 보면, ‘친구와 좋은 추억 만들기’와 같이 의미에 집중하는 목표도 있지만, 대부분 ‘내신 등급 올리기’, ‘생기부에 한 줄 더 기록하기’ 등 ‘외재적 목표’가 대다수를 이루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목표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에 ‘내재적 목표’도 추가해 여러분 지금의 행복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샘은 현재 기성세대의 불행은 외재적 목표의 중독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부터 경쟁적 환경에 많이 노출돼서 그런지, 어른이 되어서도 돈, 권력 등 지나치게 외재적인 목표가 가득한 사회 속에 살고 있죠. 물론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한 번 자리 잡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여러분의 목표부터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고 봐요. 미래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한 연습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사진 - Young샘




05 음미하기 

현재를 만끽하고 음미하는 습관 또한 중요해요. 지금 여기, 그리고 현재에 집중해 천천히 음미하는 습관이 행복에 있어 중요하죠. 책은 현재의 중요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명대사를 인용해요.

“학생들이여, 현재를 즐겨라! 네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fe extraordinary).”

입시에 찌든 명문 사립고에 새로 부임한 괴짜 문학 선생님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학생들에게 깨어있는 시선으로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말한 유명한 대사이죠. 대학 합격이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이죠.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돌아볼 것을 주문하는 명대사예요.


사진 - Young샘


책은 또한 ‘축하하기’의 중요성을 말해요.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를 널리 알려 축하를 받는 것, 혹은 다른 사람의 좋은 일에 마음껏 축하해주는 것이 음미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고 말하죠. 또한 ‘음미 공책’을 만들어 자신이 하루 중 경험한 즐거운 일을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는 것 역시 삶을 더욱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해요. ‘음미 공책’ 아이디어 참 좋지 않나요? 그날 있었던 유쾌한 경험을 사진, 동영상, 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나만의 스크랩북을 만드는 것이 행복을 증가시킨다니, 적극적으로 시도할 가치가 있는 거 같아요. 최근 브이로그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학생을 보곤 하는데, 이 또한 좋은 음미하기 방법인 것 같아요. 현재에 충실하고 소확행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이 점은 여러분 세대가 확실히 우리보다 앞선 것 같아요. 여러분을 잘 관찰해 샘도 많이 배워야겠어요.


사진 - Young샘



06 몰입하기

행복의 조건으로 ‘몰입하기’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이는 행복에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마음이라고 해요. 우선 몰입(flow)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 상태’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한 무아지경의 상태를 의미해요. 한 가지에 몰두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의식도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도 옅어지죠. 우리가 몰입할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경험을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에요. 몰입의 대가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 시 우리는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을 가진다고 해요.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 경험을 많이 느끼는 것은 심리적 장점이 많다고 해요. 몰입하게 되면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돈, 명예 등 세상의 다양한 외적 조건들을 잊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내적인 가치에 더욱 집중하게 되죠. 또한, 몰입 경험이 스스로에 자신감을 줘 콤플렉스를 잘 극복하게 도와준다고 해요. 그리고 몰입은 자의식을 없애 줘요. 우리는 종종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 스스로의 행동을 꾸준히 점검하는 자의식의 덫에 빠지곤 하죠. “지금 내 외모가 괜찮은가?” “지금 내 행동이 불편함을 주지 않나?”등 말이죠. 하지만 몰입이 여러분의 행복을 방해하는 자의식이 커지는 것을 막아줘요. 그래서 책은 행복이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는 것, 쓸데없는 딴생각을 떨쳐 버리는 것, 그리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때, 몰입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죠.  

그렇다면 몰입은 언제 잘 이루어질까요? 칙센트미하이는 개인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 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즉 여러분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능력이 있고 과제 난이도가 도전적일 때 몰입이 잘 이뤄지죠. 여러분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불안 혹은 걱정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여러분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권태감을 느끼게 되죠. 마냥 쉽고 편안한 일만 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여러분이 능력을 갖추고 적절히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했을 때 쉽게 몰입에 빠져 행복에 도달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TV 보기, 게임하기와 같이 여러분의 실력과 난이도가 필요하지 않은 수동적인 여가들은 몰입, 그리고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무언가에 몰입하는 대상과 목표가 있나요? 나 자신까지도 잊게 만들고, 시간과 공간까지도 왜곡시키는 몰입이라는 능력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와 내가 좋아하는 것과의 관계만 있을 때 행복이 극대화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싶어요. 혹시 몰입 경험이 부족하다면, 주변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건 아닌지 점검해보았으면 해요. 타성에 젖어 그저 끌려가듯이 사는 것보다 하루 중 조금이라고 몰입 경험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07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지금부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크게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나누고 베풀기’, ‘용서하기’, 이 3가지 실천 항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먼저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부터 살펴봐요.

행복은 ‘사이’에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죠. 좋은 인간관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행복한 삶은 불가능할 것이에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가장 유명한 연구가 하버드대에서 진행되었어요.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Robert Waldinger)는 테드 강연을 통해 연구 성과를 설명해요. 테드 강연의 제목은 ‘무엇이 좋은 삶을 이끄는가? 행복에 대해 가장 오래 진행된 연구로부터 얻은 교훈 (What makes a good life? Lessons from the longest study on happiness)’이에요. 이 연구는 행복한 삶을 연구하기 위해 1938년부터 무려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요. 아무리 장기 프로젝트여도 10년을 넘기기가 힘든데, 75년간의 추적이라는 역대 최장기간의 연구를 진행하게 돼요. 연구 대상은 하버드대 재학생과 보스턴 지역 빈민촌 아이들이었어요. 이후 이들은 하층민부터 상류층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나눠져요. 연구진은 그들에 대한 심층 조사를 매해 진행했고, 이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로부터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교훈을 얻게 돼요. 행복한 삶에 부, 명예, 혹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 등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어요. 가장 분명하게 얻은 메시지는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고 해요. 그 사회적 연결이 긴밀할수록, 그리고 인간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좋을수록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해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진행된 연구 결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만 분명히 떠오른다니 놀랍지 않나요?

또한 책은 행복이 인간관계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소개해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행복하면 그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15퍼센트 증가한다고 해요. 더욱 놀라운 점은, 자신이 행복하면 그 친구의 친구 역시 행복해질 가능성이 10퍼센트 증가한다고 해요. 행복한 기운이 사람 간의 관계를 타고 전달된 셈이네요.

여러분들의 웃음은 대부분 무엇으로부터 기인할까요? 우리는 흔히 재미있는 말이나 콘텐츠를 볼 때만 웃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 웃음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온다고 해요. 대부분의 웃음은 사람 간의 상호작용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죠. 결국 더 많이 웃고 싶으면 더욱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에요. 인간(人間)이라는 단어 속에 이미 ‘사이(間)’의 의미가 들어 있어요. 그만큼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데 관계를 빼놓고 상상할 수 없을 것이에요.


사진 - Young샘




08 나누고 베풀기

남에게 나누고 베푸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참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를 도와주고 난 후, 혹은 봉사활동을 한 후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은 “주는 것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라고 단언하죠. 그래서 “지금 행복합니까?”라는 말은 “오늘 누군가에게 베풀었습니까?”라는 말과 같다고 해요.

왜 ‘주는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지 2가지 이유를 설명해요. 먼저 ‘헬퍼스 하이 (Helper’s High)’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요. 달리기 선수들이 처음에는 고통을 느끼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현상은 익히 들었을 거예요. 뇌에서 쾌감을 자극하는 물질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죠. 이와 유사하게 누군가를 도울 때도 기분이 상승되는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다고 해요. 남을 도울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거죠. 두 번째로 자신을 좀 더 가치 있게 여기게끔 도와준다고 해요. 남을 도울 때 자신이 쓸모 있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돼 행복도가 올라가는 것이지요.  

예전 옆 반 담임선생님 책상에 한 아프리카 어린이 사진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아이냐고 여쭈니, 반 아이들과 함께 후원하는 아이라고 말하셨죠. 학급 회의시간에 ‘나눔’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토의한 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아프리카 아이 후원을 결정했다는 것이에요. 비록 작은 돈이지만 함께 나눔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반 아이들이 처음 기부활동에 동참해 뿌듯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작은 나눔도 큰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죠. 나눔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샘도 작은 것부터 실천할 것이 없나 돌아봐야겠어요.

사진 - Young샘



09 용서하기

마지막 실천 원리는 바로 ‘용서하기’이에요. 나에게 피해나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때로는 제대로 복수하는 게 차라리 억울한 마음이 풀려 정신건강에 더 좋지 않나 생각도 들죠. 아니면 그들의 잘못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화를 안고 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모두 결국 자기 자신만 괴롭히고 여러분의 행복을 갉아먹는다고 해요. 책은 용서는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해서라고 말해요. 용서함으로써 지난날의 아픔으로부터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죠. 그리고 용서를 잘하는 사람은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며, 인간관계의 질이 좋으며, 사랑과 연민 의식이 강하죠. 결국 용서는 가해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은 “진정 행복해지고 싶으면 마지막 관문인 ‘용서’의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강조해요. 물론 용서가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어요. 상처가 크다면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용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게 되죠. 그래서 책은 진정한 용서란 ‘우리에게 부당하게 상처를 준 사람을 향한 분노와 부정적인 판단 그리고 무시하는 행동을 버리려는 의지와 함께, 그 사람을 향한 진심 어린 동정과 자비, 심지어 사랑까지도 품는 것’이라고 말해요. 이렇듯 용서는 여러분의 행복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로 이끌어 내면의 성장으로 이어지죠.

타인에 대한 용서 못지않게 스스로에 대한 용서도 중요해요.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는데,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 스스로 용서하고 반성하면 억눌러왔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요. 특히 사춘기 시절 생각이 많아져 지난날의 실수를 되새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하는 마음 훈련이 더욱 필요하죠. 심리학자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부적응 행위도 사실 당시의 자아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요. 그에 따르면 여러분이 한 크고 작은 실수들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던 것이죠. 물론 모든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피해를 준 타인에게 충분히 용서를 구했다면, 이제 여러분을 용서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해요.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에 대한 용서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혹시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여러분을 잡아먹고 있다면 용서를 통해 떨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으면 해요.



지금까지 샘과 함께 ‘행복 교과서’를 같이 훑어봤어요. 어때요? 참 매력적인 ‘교과서’이지 않나요? 샘은 무엇보다도 행복의 핵심 원리가 9가지로 잘 정리되어 명쾌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 행복에 대한 수백 가지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그만큼 관점이 다양해 혼란스러웠는데, 결국 9가지의 핵심 원리로 압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좀 더 행복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행복은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9가지 실천 원리 모두 내가 가만히 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죠.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연습해야 하는 실천 그 자체예요. 아무리 훌륭한 행복의 기술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책 속에 지식에 불과할 것이에요. 마지막으로 행복은 적극적인 교육의 대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어요. 샘도 학교에서 행복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어른이 되어서 덜 방황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행복 교과서처럼 다양한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많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 - Young샘



사실 ‘행복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해요. 어떤 샘께서는 행복 교과서의 내용이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사회의 모든 문제를 ‘개인’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셨죠. 행복을 위한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함으로써 ‘사회 구조’가 개인의 행복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애써 외면한다고 지적하셨어요. 오히려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할 경우 사회의 불합리함을 그대로 인정하는 꼴이 돼, 결국 전체 행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죠. 충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행복론은 ‘긍정심리학’의 한 분야인데, 사실 모든 학문은 태생적으로 일정 정도의 편향(bias)이 발생하기 마련이죠. 행복을 위해서는 사회의 불합리함과 불평등을 사고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행복이란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모두 고민할 때 더욱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또 학부 시절 한 교수님께서 ‘행복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해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어요. 행복에 대한 강요는 어떤 이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고 하셨죠.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다정하고 행복한 성품을 갖기를 강요받는데, 이때의 행복은 남성 권력에 대한 순종적인 자세의 강요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강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여성의 비판 정신은 더욱 용인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행복에 대한 강요는 억압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동안 행복은 절대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시선은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갔고, 행복이 자발적으로 실천한 것이 아니라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그 교수님의 ‘행복하지 않을 권리’는 행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닐 거예요. 결국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세상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외침일 것이에요.


사진 - Young샘

 

이렇듯 행복은 단순히 내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까지 생각해야 하는 복합적인 층위를 가지고 있는 주제라는 게 분명하네요. 이러한 행복에 대한 논의 모두 일리가 있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모두의 행복까지 고민할 때 여러분의 행복도 더욱 완성되는 것일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부터 먼저 행복해야만 해요. 그리고 행복 교과서는 여러분의 행복 여정에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각 실천 항목들을 깊게 음미하고 조금씩 실천해보았으면 해요. 추가로 알게 된 내용이 있다면 교과서에 조금씩 내용을 덧붙여 살을 찌우는 것은 어떨까요? 교과서라는 기본 틀에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결국 여러분의 몫일 겁니다.

내신 등급이 정기적으로 나오듯이, 여러분의 ‘행복 등급’의 추이도 꾸준히 기록돼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봐요. 여러분의 행복 곡선이 소외되지 않게 늘 자신을 배려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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