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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이아빠 Oct 21. 2022

셜리의 피쉬 앤 칩스

me and NZ(6)

뭐라고 하는지 모두 알아듣지는 못 하지만, '요시'를 따라나섰다.  홈스테이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데어리로 향했다.  데어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구멍가게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큰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구매하는데, 우리 같은 학생들은 군것질이 하고 싶으면 집 근처 데어리에 간다.  예상했겠지만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 Dairy shop은 아마도 이런 분위기 >

아이스크림 한 개씩 사서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요시'는 마치 10년을 피운 사람처럼 담배를 뻐끔거렸다.  또래가 담배 피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드디어 내가 자유의 나라에 왔구나'


그렇다고 담배를 피우고 싶진 않았다.  그냥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 확인 한 정도.  영어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담배고 뭐고 눈길도 가지 않았다.  지금은 연령이 상향됐다고 들었는데, 그 당시 흡연 가능 연령과 운전 가능 연령이 만 16세였다.




다음날 월요일.  9시까지 영어학원에 가야 해서 아침에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집 앞에 있는 호수 수면 위로 안개가 자욱했고, 1년 내내 따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겨울 아침이 유난히 추웠다.  한국과 달리 버스가 계속 오는 게 아니라서 꼭 시간표를 보고 타야 한다.  이미 시간표는 전날 세 번이나 확인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가죽 가방을 들고 있는 뉴질랜드 아저씨와 등교하는 고등학생 2명 그리고 어학연수생 같은 동양인 한 명이 버스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있다가 버스가 한대 도착했고, 난 첫 등교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미 머릿속으로 버스 타는 시뮬레이션을 백번은 더 한 것 같다.  버스는 30분 정도 시내로 향하겠지.  시내 종점에서 내려서 콜롬보 스트릿으로 걸어가면....이라고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안 모든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홈스테이의 그 중국 여자아이가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야 이거 스쿨버스야."


친절한 홈스테이 친구, 목소리는 속삭이듯이 하지만 액션은 크게, 스쿨버스를 탔다고 말해주곤 빨리 내리라고 했다.  음...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서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로 내렸다.  어쩐지 버스비로 90센트 만 받더라니.




놀랄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 일주일 용돈이 2천 원이었다.  먹을 것 입을 것 다 주는데 용돈이 뭐 필요하냐는 부모님의 말씀에 그냥 그렇게 살았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한국에서는 몇백 원 하던 버스비가 이곳에 오니 편도 1500원.  손해가 심하다는 생각에 운동도 할 겸 버스비도 아낄 겸 중고 자전거 한대를 구입했다.  이곳의 자전거는 오토바이와 함께 교통수단의 의미를 가진다.  헬멧도 꼭 써야 하며, 인도가 아닌 차도로 운행해야 한다.  좌회전 우회전 시 자전거 운전자가 직접 수신호도 해야 한다.  처음엔 차에 치일까 봐 무서웠는데, 계속 타다 보니 오히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들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등. 하교에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왕복 20km 거리였는데,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페달만 열심히 밟으면 30분 언저리에도 영어학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얼굴이 검게 그을리며 살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30분 동안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1달 정도가 지나자 오히려 기록 단축에 노력했다.  홈스테이 집으로 돌아갈 때 가장 힘든 고비가 출발한 지 20분 정도에 오는데, 정말 배가 고픈 구간이다.  그때 지나가는 지역에 이름이 '셜리' 였는데, 이 '셜리' 지역의 '피쉬 앤 칩스'를 엄청 사 먹었다.  뉴질랜드는 동네마다 '피쉬 앤 칩스' 집이 있다.  생선 1조각과 감자튀김을 배합하여 $5 세트메뉴로 맥도널드 빅맥과 측면 대결을 펼친다.  양이 많아서 그리고 느끼해서 대부분 다 못 먹는다고 들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매번 게눈 감추듯 먹어댔다.  자전거를 앞에 눕혀 놓고 Horseshoe Lake를 바라보며 신문지로 싼 피쉬앤 칩스 먹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도 많이 사 먹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내 자전거를 볼 때마다, 피쉬앤칩스 주인아줌마는 손을 흔들어 주며 '오늘은 안 먹고 가?' 라며 인사했다.


'아줌마! 깎아 주셨으면 좀 더 자주 갔었을 거예요.'


3개월 후, 허벅지가 눈에 띄게 굵어졌지만, 체중은 10kg 빠졌으며,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렸다(뉴질랜드 위 쪽 오존층은 뚫려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누군가가 차에서 던진 빈 깡통에 맞았다.  Go Home이란 소리를 얼핏 들은 듯하다.  이미 집에 가는 중이었는데...      


< 동네 Fish & Chips 가게는 이런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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