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남편_월평균 최소 4회 이상콘서트장에 출석하며 장르 불문한다._이 예매해서'Epik High'콘서트에다녀왔다. 남편따라 여러 콘서트들을 다니면서_아이가 대학가고 둘만 남은 시간이 길어지니 함께 할 무언가를 찾던 중_, '무릎이 쑤시네, 재미가 없네, 이 노래가 저 노래 같고, 저 노래가 이 노래 같네' 라며 투덜거리기일쑤였던 내 앞에_매 콘서트마다 가기 전날엔 공연하는 밴드 혹은 가수의 노래를 다 들어보고 가는 기특한 노력을 해봐도, 노래는 역시 코찔찔이때 정서라니까.많은 이들이 오성식팝스 잉글리쉬들을때도 나는 별로별로였다_, 어느날 남편이 Epik High 콘서트 표를 내밀었다. 미국인인 남편은 이들의 노래를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딱딱한 콩크리트 바닥을 단화를 신고 미친듯이 뛰는 나를 보면서, 무릎걱정도 되었지만 데려온 보람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와서, 한국서도 만나지 못했던 Epik High를 두 번만났다. 2022년 4월에 Downtown Phoenix에 있는 'Van Buren'이라는 콘서트 홀에 왔었고, 작년엔 Tucson, AZ에 왔었지만 여기서 2시간이상 떨어져있고, 평일이어서 가지 못했다.
올해는 Tempe에 있는 'Marquee Theatre'라는 콘서트 홀이다.
Tempe, AZ에 있는 'Marquee Theatre'는 Arizona State University 근처에 있고 Chandler 우리 집에서는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오가기 좋다. 주차가 수월하지만, 공연이 있는 날에는 주차할 자리를 찾아 헤맬 가능성이 있으니, 매진된 콘서트인 경우는 좀 일찍 가는 게 안전하다. 주차비는 현장에서 안전요원에게 $10 지불한다.
과하게 웅장한 콘서트장 가는 길
입장하는 팬들
내 청춘의 노래들을 부르는 Epik High.20대 중반,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남들 나이트에 가 있을때 육아하느라 바빴던 나에게 'Fly'를 권했던 님들. 신기하게도 멤버 전원이 애아빠들이 되면서 전보다 더 거칠고 더 반항적인 가사들의 노래가 많아졌다. 그들이 여전히 동심(?)을 간직해준 덕에 함께 나이들어가는 힙합그룹이 있어 다행이다.그 사납던 Eminem도 아빠가 되고나서 했던 콘서트 중에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지 않았던가. 타블로, 미쓰라진 그리고 투컷, 이렇게 세 사람의 멤버가 나이가 들어도하고 싶은 음악을 더 재미나게 하는 과정을 보는 것, 나에게도 전하는 메세지가 크다.
이번 콘서트에서 Epik High가 불렀던 노래들은, 도저히 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Love, love, love'와 'Fly' 그리고 '우산' 같은 노래들부터 시작해서올해 발표된 신곡,'K-Drama'와 'Late Checkout'까지 숨고를 틈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무대 아래에서 작은 콘서트홀을 들었다 놨다하는 여유와 유머가 가득했다.
2022년에도 그러했지만, 올해에도 한국인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거라는 추측은 빗나갔다. 2022년에, 내 앞에서있던 커플에게 Epik high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BTS의 유튜브를 타고 타고, 한국 가수들 노래를 듣다가, Epik High를 알게 되었고, 영어를 잘하는 타블로의 유머감각이 너무 좋아서 팬이 되었다고 했다. 재미있었던 점은 나는 20년 전의 노래들을주로 알고,이제 스무살의 그들은지난 달 나온 신곡들을주로 알더라는 점이었다. 국적불문, 세대불문, 국경불문하고모여든 팬들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에서세 멤버가 뿌리는 생수를함께 맞으며돌고래 함성을 지를 줄, 20년전20대의 나와 그때 겨우 걷기 시작했을그들이 상상이나했을까.
이날 투컷은 앞선 일정에서 생긴 발가락 부상으로 100%는 아니어도 발가락을 제외한 99%를 다 보여주었고, 미쓰라진은 공연장 아래 위로 종횡무진하며부러운 스테미너를보여주었고, 타블로는 역시나 시인같은 말들과 유머감각을 영어로 유창하게 쏟아내었다. Epik High가 이곳에서도 이런 호응을 얻는 가장 큰 부분중에 하나는 소통, 그것을 하기 위한 언어가 된다는 장점에 더하여 유머까지갖췄으니 2024년을 사는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북미투어를 마치면 진행하는프로젝트들 때문에 당분간은 미국까지 건너오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이, 왜 매년 오던 친구가 당분간 못 온다는 소리로 들려 서운하기까지 한 건가...
무슨 프로젝트인지 몰라도 얼른 마치고 또 이 곳에서 볼 날을 기다려본다.
그땐 꼭 나도 'Park Kyu Bong'_Epik High 전용 응원봉,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내 앞에서 신나게 흔들어대는 가운데 손가락이 부러웠다._을 사서 흔들어재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