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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19. 2020

여자에게 귀엽다는 말


아주 어려서는 귀엽다,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듣고 살았다.

일단 대열 맨 앞이나 앞에서 두 번째가 내 역할이었고, 작은 눈에 오밀조밀한 얼굴이 퍽 귀여웠나보다. 특히 남자애들한테 많이 들었는데, 걔들은 나만 보면 그랬다.


"반장 귀/여워."


귀엽다의 "귀"를 강조하는 특유의 억양이 있었다. 그 말투로 말했다. 차렷과 경례 외치는 내가 귀/엽다고. 고3 되고 살이 근 10kg나 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곧 굴러다닐지 모르겠다는 내가 귀/엽다 했다. 그래서 난 내가 좀 귀/여운 줄로 알았다. 걔들이 나만 바라볼 줄 알았다. 다른 예쁜 여자앨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귀엽다는 말에, 어느 순간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여자에게 귀엽다는 말보다 더 최악은 이거다.


"어~ 걔 착해!"


착해? 뭐가 착해? 내가 뭐가 착한뎅?

귀엽다는 말마저 나오기 힘든 세상엔 착하다는 말이 모두를 대변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귀엽지도 않은. 착하고 좋은 사람. 안 착해도 좋으니,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은 게 여자다. 그래서 나는 나더러 예쁘다, 동안이다,말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 신뢰한다. 믿음이 간다. 글 잘 쓴다는 칭찬보다, 운동 잘 한다는 말보다 여자인 내가 더 듣고 싶은 말일테니까.


나도 여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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