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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n 08. 2022

<나의 비건 분투기> 출간 되었어요!

다섯 번째 출간

노트북 화면 우하단에 노란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흘깃 보아하니 출판사 대표님이다. 이미지 몇 개를 전송하더니 마지막에 이 같은 멘트를 날린다.




“책 나왔습니다. sns 홍보용으로 활용하실 이미지 보냅니다.”




이맘쯤일 거라 예상은 했다만 연달아 3일 쉰 뒤 받은 출간통보는 여간 당황스럽다. 몸과 마음은 여전히 토요 야구 경기장에 있어 홍보전선에 뛰어들 컨디션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대표님 메시지를 본 이상, 그러니까 그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이미 확인한 터라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잔잔한 박동이 쉴새 없이 이어진다. 심장이 두두두두댄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작년 6월 ⟪헬스장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롱타임만에 맞는 쫄깃함. 비록 첫 책의 탄력과는 비교할 바 못 되지만, 벌렁대려는 심장을 애써 눌러본다. 차분히 하던 일-글방 준비-를 마저한다.

다섯 번째 책



글방 모임 준비를 대충 마무리하고, 그제야 대표님 메시지를 열어볼 수 있었다. 예정된 시안 그리고 이미 알고 있던 카톡 내용. 감사하다고, 책이 제 운명을 만나 출간될 수 있었다며 거듭 인사를 건넸다. 가족에게 소식부터 전했다. “책 나왔데ㅋㅋㅋ 많이 사줘. 여기저기 좀 팔아줘.”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엄마가 대뜸 묻는다. 돈 주고 책 내는 거니. 나는 말했다. 엄마 딸 돈 받고 책 내는 거야. 그러자 엄마가 나도 책 쓰고 싶다고 한다. 방법을 알려달라기에 수강료부터 내라고 했다. 더는 말이 없었다. 급히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인스타에 짧은 출간 인사를 게시했다. 팔로워 31명에게 보내는 나의 고백ㅋ. 작지만 소듕한 나의 그이들이니까. 글머리 없는 글을 어수선하게, 다만 가쁜 마음만은 전달되도록 남기고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집에 먹을 거라곤 노랑 빨강 파프리카와 주황 당근뿐이라 오늘은 꼭 마트에 가야한다. 지금은 홍보보다 마트,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글방 잘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본격 홍보해야지.




하던 의도는 몇에 의해 실패했다. 프로필 사진을 본 응원군들이 선톡을 보내왔다. 드디어 나온거냐, 축하한다.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책 사서 여기저기 선물하겠다. 그리고 예스24에 실린 책 소개란 오타. 손은경을 심은경으로 기재한 그것에 발끈한 응원군들은 어서 수정 요청하라며 나를 채근한다. 글쎄. 여러 정황을 보니 어쩌면 나보다 더 출간을 기다린듯한 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코 혼자 쓰지 않았구나 하는 기분에 엔돌핀이 온 몸을 쓰윽 휘감는다. 카트에 두부를 주워 담으며 감사 인사 한 번, 두유 두 개를 집어넣으며 감사 인사 한 번을 건넸다. 그 사이 사탕 한 봉 마지막으로 장을 다 봤다. 메시지 엔딩라인으로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려던 찰나, 계산대 이모가 총 39,670원이란다. 헐. 예상보다 만 원 오바다. 그러나 곧 인세가 들어올 터, 카트에 담긴 식품 어느 하나 덜지 않고 결제할 수 있었다. 근래 한 결제 중 가장 가뿐하고도 호쾌한 결제아니었나 싶다.




연휴 내 팽개쳐둔 운동을 하러 갔다. 아무래도 운동이 우선이다. 프리랜서라면 멘탈, 척박하고 메마른 이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리기란 강철멘탈이 아니고서야 이룰 수 있으랴. 요즘 추신수가 내 멘토나 다름없는데 하기 싫은 때나 하기 좋은 때나 흔들림 없이 루틴을 유지한다는 그를 보며, 저녁 6시엔 홍보보단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했다. 운동하는 중에도 더러로부터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과 숨을 가쁘게 몰아쉬느라 들썩이는 두 손으로 거듭 하트 이모티콘을 남발했다. 가슴을 들썩이며 쉬는 이 숨은 운동 때문인지 벅차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남은 스쿼트를 이어갔다. 가라앉았던 엉덩이가 제법 업 됐다. 운동 마치고 집에 가니 저녁 7시, 내 마음은 이미 글방에 가 있었고 그렇게 밤 11시. 다섯 번째 책이 나온 첫날을 마무리 짓는다.




관계 안에 우리는 하나다

손은경 저, <나의 비건 분투기>




크게 들뜨지 않았고, 그랬던 까닭은 이 책을 계기로 내 삶의 앞과 뒤가 달라질 거라 기대하지 않아서였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쓰는 나이고 써나갈 나이다. 다만 그리고 그저 이 책으로 내 글을 알릴 기회, 보다 유의미한 일이라면 비건이 되고 싶지만 고기 끊기를 망설이던 그들에게 분투하는 비건인 ‘내’가 있음에 용기 실어주고 싶던 것. 출간 그 자체로도 감사한 일임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나는 알고 있다.



장장 7개월, 편집자님 말만 따라 퇴고라는 무간지옥을 건너며 언제쯤 책이 되려나 내심 기다리던 오늘이었으나 오늘을 오늘로 마무리한다. 침대에 누워 야구장 덕아웃에 설치된 덕캠을 보며 흐뭇한 미소로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 어제나 오늘이 다를 것 없다.




책을 쓰고 출간하는 일

이제는 삶의 루틴이 되어버렸다는 걸, 다섯 번째 책을 내며 비로소 실감하는 바이다.





드디어 다섯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축하 받고 싶어 글 올려요.

가장 오랜 시간 준비한 듯합니다. 시간들여 마음들여 애쓴 날만큼 많은 독자분에게 예쁨 받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나와 당신과 동물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관계 안에 우리는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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