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지요"
빨간망토에겐 남편이 있지요
‘모든 우리 아내 먼저’ 라는 제1사랑 지침을 가진 다정한 사람이랍니다
우린 행복하지요 정말 행복하지요
세상 누구보다 예쁜 사랑을 하지요
처음 만난 그 순간 하늘에서 예쁜 눈을 뿌려줬지요
마치 한 장면의 영화처럼 너무 아름다운 그와 내가
눈이 맞았지요 (*god 애수 中)
계절이 흘러 개구리가 튜브 끼고 계곡엘 놀러 갑니다
차갑게 식힌 생맥주 한 잔이 달가운, 여름이 왔네요
소매가 짧아지고 노출이 시작되었답니다
우리를 감싸던 옷 소매도 댕강 반이 되었지요
그날은 그도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날이었는데
평소와 달리 티셔츠 밑으로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드리웠더랍니다
무엇일까
호기심에 그의 팔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빨간망토는 소스라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느느느늑…늑대가?’
소매에 감춰진 늑대의 팔이 드러났거든요!
당황하지 않은 척, 빨간망토는 애써 썩은 웃음을 지어 보였답니다
등줄기엔 땀 한 방울이 흘러 내렸구요
늑대는 제법 인간 같았어요
양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젓가락으로 파프리카를 집어 먹고
식후엔 양치를, 이틀에 한 번 꼴로 면도를 했지요
0.8에 달하는 시력으로 안경을 쓰기도 했답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Human being인데,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늑대였다니
말과 행동은 여전히 상냥하고 다정했답니다
아무렴요
그이인걸요
빨간망토는 생각했어요
‘그가 늑대인들 달라질 게 있을까. 우리를 경계 짓던 건 고작 껍질 아니었던가.’
그제야 가출한 정신을 되찾은 빨간망토는 활짝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네가 무어라도 좋아. 인간이라도 좋고 설사 늑대라도 좋아. 대신 정글로 돌아가지만 말아줘.
나와 함께 있어 줘.”
정작 늑대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렸지만
아무렴요
빨간망토는 늑대를 꼬옥 안아준 뒤
팔에 덥힌 털을 제 얼굴에 가져다 대었답니다
그날 밤, 빨간망토는 그의 팔털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더라지요
‘사랑하는데 털은 장애가 되지 않아.
겉바속촉이라잖아.
겉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내면이지.
그런데 훈남이기까지 해서 고마워. 후훗.’
겨울이면 그를 더 꼬옥 껴안아야겠다고요
자체 난방시스템을 가진 그라면 이 겨울 결코 춥지 않을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