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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n 07. 2023

메타 라이팅 : 구체적으로 쓰라

<손은경 글방>


*메타 라이팅 : 메타 인지에서 추출한 단어로,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나를 관찰하고 발견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글방지기 손은경이 지어낸 용어로 '이곳(글방)'에서만 활용되는 표현이다.






1년간 책 5권을 낸 작가이자, 글방지기 손은경입니다.

글과 책쓰기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얻어낸 저만의 통찰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글방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오마이뉴스와 네이버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 밤 9시엔 <손은경 글방> 모임이 있었습니다.

<발아 글방>이 글쓰기 초보를 위한 글방이었다면, <손은경 글방>은 글 꽤나 잘 쓰다는 중수 이상이 모이는 글방인데요.






어제는 [구체적으로 쓰기] 그것에 대해 논하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글을 쓰거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은 한 번쯤 들었을 겁니다.

'쓰라, 구체적으로 쓰라.'






그러나 이 한 문장에 담긴 정수는 전혀 구체적이지 못하죠.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할지 적용을 못하겠거든요. 마치 자기계발서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무책임한 문장은 여러분을 그 자리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래서···이거 맞아요? 이렇게 쓰는 게 구체적으로 쓰는 거임?'






일단 구체적으로 쓸 부분은 크게 두 군데입니다. 하나는 장면을 세분화 할 때이고, 다른 하나는 단어 차원의 일인데요. 하나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식당'에 갔다고 써왔습니다.






ㄱ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잘 보시면, 여기 구체화 할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는 그 진술. 덜렁 하나 남겼을 뿐이죠. 여기서 구체화할 수 있는 포인트 하나. '식당을 좁혀보세요.'






ㄴ [제주에 있는 김가네 갈치조림]에 가서 밥을 먹었다.






어떤가요? 글이 확 살지 않나요?

이는 특히 시인 <박준>씨가 자주 활용하는 구체화이기도 합니다. 그는 장소와 식당 등을 특정지어 쓰기를 좋아합니다. 그의 글만 보면 그의 발자취를 따라 나설 수 있을 정도.






참고로 구체적으로 쓸 때는 '글 전체를 구체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Zoom in-Zoom out 하듯 당겨야 할 때 구체적으로 쓰시고, 밀어내야 할 때 진술(혹은 설명)으로 두루뭉술하게 쓰시면 됩니다.







마지막은 메타라이팅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글의 차원을 '자아'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던가, 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가령 내가 느꼈던 그 감정에 대해 좋았다-나빴다-미웠다-행복했다, 거기 머무르고 있었다면 이는 절대 구체적인 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글방을 통해 제가 제안한 방법이 [메타 라이팅]이었습니다.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내가 왜 그때 그 감정을 느꼈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평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느 부분이 나를 기쁘게 했으며 나를 화나게도 하는지-이 모두를 글을 쓰는 과정에 충분히 사유한 뒤 글로 써내었을 때, 여러분 글은 구체적이면서도 완벽하게 됩니다.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는 단지 표면적으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찾는 것이 아닌 내면 깊숙이 자아에 가려져 있던 원초아 같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글을 쓰며 깊어지세요. 나 자신의 지성에 혼이 빠질만큼, 듬뿍 담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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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방은 6월 20일(화) 밤 9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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