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기계발서는 이런 식으로
- 너에게 이런 문제가 있지 않느냐?
- 이렇게 해보아라
- 이것은 ~을 말하는데 (블라블라)
- (이제 알았으니 이렇게)하면 바뀔 것이다.
흘러.
아마 이 글을 클릭할 정도라면 공감할 멘트 같아.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어 자기계발서쯤 몇 권 읽어봤을 당신일 테니까. 그렇지 않고야 이 글을 클릭 할 리가(역시나 전제).
그런데 그거 알고 있었어?
자기계발서에 담긴 이 기조(글)엔 전제가 있다는 걸.
(사실 모든 말과 글엔 전제가 있지. 부를 바라며 하는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는 '나 지금 돈 없어요'라는 전제가 붙는 것처럼).
전제가 뭘까? 바로
당신이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이 원하는 그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는 것.
이해 됐나요?
그러니까 그 자기계발서를 집어든 당신은
현재와 다른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데
그 변화에 이르지 못한 당신의 상태는
~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을 하면 변화할 거다
라는 전제로 하는 조언들이 대다수라는 걸.
옛날 자기계발서의 전형적 어풍이긴한데 어쨌거나.
문제의 원인(글의 전제) :
이것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하지 않은 거다.
그래서 변했다면, 그러니까 당신이 바라는 그 상태에 도달했다면 그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 거니 '변하지 않았다'는 전제는 유효하다고 봐. 근데 있지, '이것을 하지 않아서'라는 전제는 불완전해. 왜냐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오늘은 이것만 말할게.
독자는 그것을 하지 않지 않았어.
무슨 말이냐면 그것을 했어. 이미 시도해봤어.
그러다 다른 책 뒤지고, 뒤지다 그 책을 만난거야.
그런데도 안 됐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 수확의 계절 여름을 '기다려야만 하는(단지 시간 문제)' 독자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말이야.
어쨌거나 했어. 열심히 해봤어.
그런데도 아직은 아니래. 그러니 '이거 안 해봤지?' 쌩판 시도도 안 해 본듯 소리 높일 게 아니라, 어르고 달래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말이야.
했는데도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
다음 새로운 제시를 해보란 말이야.
(역시나 '그럼 이거 해봐'로 끝나겠지만).
아님 시도 중 놓치고 있을 지도 모를 부분을 세세하게 알려주면 좋지.
독자가 얼마나 고마워하겠니.
그러나 있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그렇게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 너무 잘 알아. 책의 타겟은 '알지 못해서 행동으로 못 옮겨 본' 독자였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현실에서 변화한 미래로 독자를 이끌고 가려면 특정 사고적, 행동적 제시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음을 이해는 하는데
다만 전제를 바꾸면
(생판 안 해본 당신 > 해보긴 했는데, 잘 안 되었던 당신)
솔루션이 바뀌고, 솔루션이 바뀌니 글 내용이 바뀐다는 걸.
난 그런 책에 공감이 많이 가더라.
했는데 잘 안됐음을 전제로 시작한 책.
그 이유를 알려주고, 또 다른 제시로 넘어가는 책.
그리고 이 글은 다름아닌 나 들으라고 썼어.
너 들으라고 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