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준] 말하기에 자신이 생기면, 인생이 바뀐다

by 슈히

한석준 아나운서의 강연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강연장 주차장은 만석이라서, 공간이 없었다. 주변을 빙빙 돌다가, 가까스로 주차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유성구 문화원에 전시된 수강생들의 작품들을 구경했다. 가죽 공예들은 고급스러워 보였다. 액자 속 아름다운 수채화 풍경들이 눈길을 끌었다.

강연장은 4층 대강당이었다. 강연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거라서, 아직 관객들은 소수였다. 앞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흰 머리칼의 할아버지 한 분이 여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가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는 노발대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광경을 빤히 쳐다봤다.

"강연 준비해야 해서,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녀도 역시 나를 쳐다보는데, 눈빛이 안타까웠다. 여직원이 자리를 뜬 후, 어르신에게 질문했다. 최대한 부드럽고 차분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니, 글쎄!"

숲 체험과 강연에 대한 안내 문자를 하루 전날 받았다는 것이었다. 의아했다. 별 것 아닌 사연이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덜컥 전날 홍보하면 어쩌자는 거지! 최소 일주일 전부터 안내해야 참석자가 시간 조율해서 참석하지 않겠어?"

"글쎄요, 시간이 안 되면 참석 못 하는 거죠. 전날 안내한 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은데요?"

노인은 손사래를 치며, 대화를 중단했다. 본인의 의견과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 청자에게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였다.


우측에 앉은 통통한 아가씨는 도서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을 갖고 있었다. 말을 건넸다.

"와, 한석준 아나운서가 책도 냈나 봐요! 몰랐네요. 읽어 봐야겠다!"

그러자, 아가씨가 대답했다.

"몇 달 전에 읽고 지인한테 줬는데, 한석준 아나운서가 강연 온다길래 책 한 권 또 샀어요."

그녀는 흰 피부에 잘 웃는 넉넉한 인상이었다.

"우와, 이따 서명받으면 되겠네요!"


곧 강연자가 도착했고, 강연이 시작됐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키가 매우 컸다.

'운동선수나, 모델해도 좋았겠는걸!'

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니, 키가 185cm나 됐다. 특이한 점은, 고려대학교 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아나운서가 됐다는 점이었다. 궁금해서 나중에 그에게 직접 물었다.

"혹시 아나운서가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유는 없습니다. 뭘 해야 할까 하다 아나운서가 됐어요. 19살 때까진 공부를 잘했는데, 대학 가서 공부를 너무 못했거든요. 학점이 2점대였어요. 등록금이 너무 아까웠죠!"


"가족 간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석준 아나운서가 청중들에게 질문했다. 독자 아가씨가 대답했다.

"서로 비교하는 말이요."

그는 가족 간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도대체~ 하니?", "너는 엄마가 죽어야 엄마 말을 들을 거니?" 등이다.


화내는 모습의 청년과 활짝 웃는 노인의 사진을 나란히 화면에 띄웠다.

"여러분들은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으세요?"

"웃는 사람이요."

그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 <인간 관계론>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법 중 하나가 바로 웃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상대에게 칭찬하며 자연스럽게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상대는 잘난 척의 면죄부를 얻게 된다는 표현도 했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모음의 절반만 발음할 수 있다고 했다. 모음을 발음하는 연습을 했다.

예를 들어, "나는 학교에 갔다."라는 문장에서 자음을 제외한다면, "ㅏㅡㅏㅛㅔㅏㅏ"가 된다. 모음만 먼저 발음한 후, 완전한 문장을 다시 한 번 읽는다. 그러면, 이전보다 더 명확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아나운서들도 분명 이런 과정을 겪었을 테니, 연습이 매우 지루하고 힘들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이밖에 그는 KBS에서 근무할 당시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일화로 "말은 듣는 사람의 것이다."는 의견을 남겼다. 개그맨 박명수가 A형 간염으로 투병 중일 때, 한석준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쾌유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의도와는 달리 "박명수 씨는 투병 중에도 웃기네요."라는 실언을 해 수습하는 데 난관을 겪었다고도 말했다. 너무도 안타까웠다.

"사과하려고 했지만, 당시 국장님이 반대하셨어요. KBS 아나운서가 사과하면, KBS 전체가 사과하는 꼴이라나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추천했다. 그의 훌륭한 발음과 발성, 태도와 여유에 대해 칭찬했다. 귀가 후 관련 영상을 검색해 시청했는데, 과연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만약, 누군가 이 연설을 듣는다면 반드시 버락 오바마를 지지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강연을 들으니, 명석해진 기분이 들었다. 발음 연습은 다소 지루했으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공 외의 분야에도 늘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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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 아나운서 추천 영상

버락 오바마, <전설이 시작된 스피치>

https://www.youtube.com/watch?v=t7pc2j5OGp8&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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