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암 투병기를 그린 만화 <3그램>
가끔 들리는 도서관에서 수신지 작가의 강연 소식을 우연히 발견했다. 익숙한 작가여서, 반가웠다. 주변에 이를 알리며 강연회 참석을 홍보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아쉬웠다.
"만화 <며느라기> 모르세요? 드라마로도 제작된 작품이에요!"
강연은 2024년 7월 25일, 오전 10시였다. 도서관 관계자가 수신지 작가를 부르는 걸 곁에서 들었다. 아마, 신 씨인 모양이었다.
"신OO 작가님!...... 어머, 성함을 말해 버렸네요! 죄송해요."
"호호, 괜찮아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수줍은 미소를 띤 작가는 티셔츠와 치마를 입었다. 청색을 선호하는지, 상하의가 모두 파란색이었다.
"인물 사진은 찍지 말아 주세요."
강연을 마치면 작가와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녀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눈치였다.
'어쩐지, 인터넷 검색해도 인물 사진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더라니......'
수신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오래전 동네 도서관에서였다. <3그램>이라는 표지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모로 비스듬히 누운 인물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는데, 무슨 연유로 저리 슬프게 울까 의문이 들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어 펼쳤다. 도서를 대여하지 않은 채, 단숨에 완독했다. 만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화학 전공자이고, 원래 평소에도 만화를 즐겨 읽는 편이다.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너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건 단순히 남의 불행이 아니었다. 바로, 작가 본인의 암 투병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20대에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섬뜩했다. 가족 중에 60대 암 환자가 있기에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암 중에 생식기암이야! 어휴, 정말 안타깝다......'
그녀의 병명은 바로 난소암이었고, 발병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인상적인 작품을 읽은 덕분에, 그때부터 수신지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됐다. 아니, 기억할 수밖에 없었고 잊을 수 없었다. 뇌리에서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7년, 암 환자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아픔이 있는 딸이기 때문이었다.
슈히: <3그램> 읽고,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됐어요. 투병 기간에 대해 질문해도 될까요?
수신지: 별로 길진 않았어요. 같은 처지인 투병 환자들의 수기를 읽고, <3그램>을 작업하게 됐어요. 산부인과 병동은 6인실이었는데,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어요. 낮에는 문병 오는 손님들이 있으니 비교적 활력이 있지만, 밤엔 다들 조용하죠. 저마다 슬픔을 간직한 시간들이어서, 우울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작가가 <3그램>에서 표현한 그림을 보며, 설명했다. 여섯 명의 환자들의 모습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섬 같았다. 세상과 단절된 소외감과 고독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수신지: 독립 출판으로 200권 출간해서 병원에 전시했어요. 환자들이 쉽게 들고 읽을 수 있도록, 특별히 가벼운 재질로 작업했어요. 당시 수익은 150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병원 측에선 전시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더군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