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히 Jul 16. 2024

사람 귀한 줄 몰라서(3)

구청장과 시장에게 면담 요청하다

  H 언니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K동에서 수강 중인 Y구민이다.


슈히: 제가 지난 금요일에 수업 갔었잖아요? OO님이 빈자리 없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전날 K동 주민 자치회에 문의했을 땐 분명, 잔여석 있다고 했거든요.

H 언니: 아, 그래요? 오......

슈히: Y구민 아니면, 수강 안 된대요. 그래서, 동장님한테 부탁도 드렸어요. 'Y구민은 아니지만 Y구에서 재직하면서 세금도 내는데, 이건 차별 아닙니까? 불합리하다.' 하고요.

H 언니: 으음.

슈히: 제가 작년 12월부터 계속 K동 수업 다녔잖아요.

H 언니: 그렇죠.

슈히: '그때는 됐는데, 지금은 왜 안 돼요?' 물었더니, 아무튼 안 된다는 거예요.

H 언니: 어......

슈히: 차별 아니에요?

H 언니: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근데, 인원 미달이면 타 구민도 가능하지 않아요?

슈히: 안 된대요. OO님도 타 구민은 배척하더라고요. 주민세 낸 사람들만 수강하는 거라나요.

H 언니: 아니지. Y구에 세금 낸다고 해도, Y구에서만 돈을 쓰나?

슈히: 억울하죠! 나도 세금 내는데...... 이게 지역 이기주의 아니에요?

H 언니: 여기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몇 명이 좀 드세. 난 웬만하면, 그런 사람들과 안 엮이려고 해. 되도록 말 안 섞고. 아줌마들이 좀 지랄들을 해야지. 여기 공무원들도 머리가 아플 거야.

슈히: 치맛바람이 세죠?

H 언니: 여자들이 말들이 너무 많아.

슈히: OO님 조심하셔요. 앞에선 하하 호호, 뒤에선 뭐라고 험담할지 모르는 분이에요.

H 언니: 아유, 신경 안 써요! 신경 쓰면, 나만 손해지.

슈히: 아무튼, 타 구민이라서 안타깝네요......

H 언니: 그걸 왜......, 그걸 왜 그러지? 이해할 수가 없네.

슈히: 타 구민이 오는 게 싫은가 보죠.

H 언니: 그런 게 어딨어요? 다 남남끼리 만나는 건데?

슈히: 그분의 정신세계는 알 수가 없어요.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 없어요. 너무 놀랐어요. 

H 언니: 어어......, 아줌마들이 그런 게 있는데......

슈히: 속상하네요. 그래도, 잊어야죠.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H 언니: 맘 잘 추슬러요!


  시청 비서과에 전화했다.


슈히: 시장과 통화할 수 있나요?

비서(S):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슈히: 고맙습니다.


  애초에 시장과 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민간 업체에 위탁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구청 기획실에도 같은 요청을 했다.


슈히: 혹시, 구청장과 통화 혹은 면담 가능할까요?

남직원(K):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슈히: 지난 금요일에 마을 자치과 팀장과 통화했는데, '주민 자치 프로그램에 대해서 답변을 줄 수 없다.'가 답변이었어요.

남직원(K): 해당 부서와 말씀이 잘 안 되셔서 그런 건가요?

슈히: 네, 맞아요. K 동장도 마찬가지예요. '도와줄 수 없다.'가 답변이에요. 제가 전화한 의도는 수강할 수 있도록 구청장님께 부탁드려 보려고요. 말씀이나 전달해 주세요. 안 된다고 하면, 뭐 어쩔 수 없고요.

남직원(K): 관련 부서에 제가 다시 한번 여쭤볼게요.

슈히: 그건 이미 제가 여러 번 했어요. '자치 프로그램이니까, 거기서 알아서 하셔야죠.' 이게 팀장 답변이라고요. 이건 제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잖아요.

남직원(K): 담당 부서에서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거예요.

슈히: Y구민이어야만 해요. 제가 타 구민이라서 수강 거절하는 거예요.

남직원(K): 작년까지는 구청에서 운영했는데, 올해부터 민간 업체에 위탁했어요.

슈히: 그걸 계속 구에서 운영하지, 왜 그랬어요? 그리고, 위탁을 줬다고 해서 관여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일을 남에게 맡겼는데, 왜 의견을 못 꺼내요? 전, 그게 이상해요. 마치 '관여하기 싫다.'로 들려요. '관여할 수 없다.'가 아니고요.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뜻이죠.

남직원(K): 비서실에 전달해 볼게요.

슈히: 동장에게도 여쭸더니, 권한이 없대요. 개입하기 싫다는 걸로 들리던데. 아니, 동의 최고 권위자가 동장 아니에요? 왜 그 자리에 있는 거예요? 납득이 안 가서요. 동장도 정치인 아니에요?

남직원(K): 관련 부서에 전달할게요.

슈히: 아뇨, 제가 원하는 건 관련 부서에 전달하는 게 아니에요. 구청장과의 면담이라고요.

남직원(K): 네, 전달할게요. 비서실에서 연락 갈 거예요.

슈히: 네.


  시청 자치 행정과에서 연락이 왔다.


여직원(Y): 주민 센터 조례 상 자치 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하는 거라더군요. 시청에선 권한이 없어요. K동 주민 자치회에 건의해 보세요.

슈히: 이미 충분히 건의했어요. 결정이 나면, 그쪽에서 저한테 연락을 주는 게 맞는 거죠. 하지만, 연락 주겠다는 말도 못 들었어요.

여직원(Y): 저희는 권한이 없다고 계속 말씀드렸어요.

슈히: 시장과 구청장 의견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분들도 안 되면, 대통령도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국민 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거나, 손 편지를 써서 우편을 부칠까 생각했다. 또, 각종 축제에서 시장과 구청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때 접촉을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윗분들이 일개 시민을 상대할는지는 의문이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귀한 줄 몰라서(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