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풍경
두꺼운 점퍼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면접을 위해서 예쁘고 단정히 차려입어야만 했다. 화려한 재킷을 걸치고, 회색 치마를 받쳐 입었다. 정성 들여 화장도 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바람이 매서웠다.
면접 시간보다 대략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C사 입구에 들어서니, 경비실이 보였다. 면접 장소를 물으니, 경비원이 대답했다.
"OOO 지원하셨죠? 아직 시간이 이르니, 앉아서 좀 기다리세요."
"지원자 총 몇 명인가요?"
"두 명이요."
추운 날씨에 실내로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비실 내부에는 다른 면접 지원자들이 많아서, 비좁았기 때문이었다. 40대 이상의 남성 대여섯 명이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건물 유지 보수 관련 기술업자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침묵을 지켰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후, 면접 관계자가 나타나 대기자들을 데려갔다. 면접자들은 우르르 몰려갔고, 경비실은 텅 비었다. 함께 면접 볼 다른 지원자 한 명은 여태 나타나지 않았다. 지루했다.
화장실 위치를 경비에게 물으니, 야외를 가리켰다. 뒷문을 열자, 한 칸짜리 간이 화장실이 밖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가보지 않았어도, 불편할 게 뻔했다. 이맛살을 찌푸렸다. 용변이 급하진 않았지만, 할 일이 없어서 괜히 화장실이나 한 번 다녀왔다.
선임 경비원이 후임 경비원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는 중이었다.
"직원증을 기계에 찍으면 출퇴근 기록이 남겠지만, 우리가 재확인하는 거지. 근무자들 출퇴근 시간을 철저히 기록하세요. 특히, 조퇴자들 퇴근 시간 확실히 파악해야 나중에 급여 지급될 때 문제가 안 생기거든. "
상당수 직원들이 경비실에 자주 드나들어 퇴근 보고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조퇴하는 모양이었다. 또, 경비들은 출차 보다 입차에 신경 쓰는 편이었다.
"출차는 운전자들 본인이 알아서 하니까, 우린 입차 안내를 잘해야 돼요."
이윽고, 면접 시간이 다가왔다. 긴 생머리에 마스크를 쓴 젊은 여자가 경비실을 찾았다. OOO 직무에 지원한 사람은 나 말고 한 명 더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인가 싶었다. 그녀는 눈이 크고 예뻤다. 대화를 나누자, 그녀는 곧 마스크를 벗었다.
'어, 마스크 쓴 게 더 예뻤는데.'
그녀는 유아 교육 전공자인데,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하다 현재 그만둔 상태였다.
"저도 회사 다닐 때 느낀 건데,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 사람들이 업무 처리가 뛰어난 건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잘못하면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잖아요. 반면, 어른은 애들보다 못할 때가 있죠. 잘못에 대해 인정도, 사과도 절대 안 해요. 차라리,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낫다 싶을 때가 많아요."
나이도, 전공도 다른 우리였지만, 꽤 대화가 통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눈 대화였지만, 흥미로웠다. 잠시 후, 면접 담당자가 우리들을 데리러 왔다. 경비실에서 면접장까지 총총 걸어서 이동했다. 한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오들오들 떨었지만, 곧 헤어질 그녀에게 명랑히 말을 건넸다.
"C사가 과자 만드는 회사잖아요. 그래서, 이런 예상 질문을 생각해 봤어요. 'C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무엇인가요?'"
그러자, 여자가 깔깔 웃었다.
"아, 그러네요! 그런 건 생각 못했는데. 어떤 과자가 있죠?"
"OX, OO XX, OXX OX. 다 맛있는 제품들이죠!"
나보다 늦게 온 지원자는 먼저 면접장에 들어갔다.
다른 지원자가 면접을 보는 동안, 면접장 밖에서 잠시 대기했다. 칼바람을 맞을 순 없어서, 면접장 밖에 딸린 작은 방에서 추위를 피했다. 마스크를 쓴 여직원이 혼자 근무 중이었다. 방에는 서류가 가득했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구경 좀 해도 돼요?"
여직원에게 질문했다.
"아뇨, 안 돼요."
'......'
머쓱했다. 아무래도 외부인에게 회사 정보를 공개할 순 없는 거겠지, 하고 스스로 납득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면접 안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따라 면접장으로 조르르 들어갔다. 건물 1층의 내부에는 책걸상이 놓여 있고, 낯선 남자 한 명이 좌측에 앉아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