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꽁꽁 발이 꽁꽁

남원 고리봉과 구례 만복대

by 슈히

블랙야크 백두대간 인증지인 남원 고리봉과 구례 만복대를 다녀왔다. 처음엔 지리산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가보니 지리산 자락이었다. 혹시나 해서 스패츠와 아이젠을 챙겨 갔는데, 서일 님은 스패츠를 집에 두고 왔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음식도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아까 네가 먹던 빵 지금 나눠 먹으면 안 될까?"

고리봉 지난 길목에서 먹다 남긴 빵을 다시 꺼내서, 그와 사이좋게 갈라 먹었다. 내 침이 묻은 빵이 그의 손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그는 용산 님의 햄버거도 뺏어 먹은 터였다. 고맙게도, 서일 님은 내게 생수를 나눠 줬다.

등산하면서 난 땀에 모발이 흠뻑 젖었는데, 찬 바람에 금방 얼어버렸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간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됐으나, 몸은 덜덜 떨렸다.

만복대 지나서 정령치로 하산하는데, 눈이 허리까지 쌓여서 마치 수영장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가던 서일 님은 여러 번 넘어졌다. 다행히 부드러운 눈 위에서 미끄러진 거라서 부상은 없었다.

용산 님은 이렇게 소리쳤다.

"눈 싫어!"

정령치에서부터 약 6km의 지루한 임도가 이어졌다. 골반이 으스러질 듯 아프고, 뾰족한 아이젠 탓에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 것만 같았다. 아이젠이 불편해서 벗었더니, 눈길이 미끄러워서 하마터면 미끄러질뻔했다.

두 어르신들과 함께 한 목숨을 건 산행이었다. 집에 와서야 새끼발가락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사진을 보며 집에서 홀로 흡족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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