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우연

by 슈히

일요일 오전이었다. 박하는 남자 친구 도현과 함께 햄버거를 먹고, 인근 백화점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가를 누비는데, 그녀는 멈칫했다.

“왜 그래?”

도현이 여자 친구에게 물었다.

“방금, 아는 사람 봤어!”

“그래? 어디? 누군데?”

도현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오진 말고.”

박하가 말했다.

“응.”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목표물을 바라보며, 묵묵히 걸었다. 남녀 한 쌍이 회색 탁자에 마주 보고 앉아 식사 중이었다. 여자는 낯빛이 창백했고, 야위었다. 안색이 누렇기까지 했다. 청바지를 입은 가녀린 여자의 다리에 박하의 시선은 잠시 머물렀다.

‘맞네! 여기서 만나다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얼굴이 매우 수척하군. 게다가, 여전히 아이는 없는 것 같고…… 쯧쯧. 저 남자는 남편인가? 어디, 얼굴 좀 볼까?’

박하는 여자의 뒤편으로 넌지시 몸을 기울였다. 흰 피부의 남자는 더벅머리였다. 덥수룩한 머리칼과 안경이 얼굴 절반 이상을 가렸고, 전체적으로 마른 인상이었다.

‘몇 해 전에 사진으로 봤을 땐, 남편이 덩치 있고 체격 좋아 보이던데. 실물은 말라깽이네. 뭐, 그간 고생해서 빠진 걸 수도 있고. 깔끔하게 이발 좀 하지, 지저분하네.’

박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여나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까 마음 졸였다. 때마침, 박하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누군가 그녀를 봤더라도, 알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했다.

‘날 보지도 않았고, 눈이 마주치지도 않았어. 내 존재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휴, 모자와 마스크를 쓴 게 신의 한 수였군!’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도현에게 다가갔다. 누가 들을세라,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는 사람 맞아. 근데, 아는 척은 안 했어.”

“아는 사람인데, 왜 아는 척 안 해?”

“음, 아는 척할 필요 없는 사람이라서.”

도현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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