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 게스트하우스
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제주 여행 둘째 날. 내가 2박 3일간 묵은 숙소는 그린데이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다. 여기엔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그냥 공항 근처라서 선택한 곳이고, 사실 고양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갔다.
고양이의 애교 없는 성격은 별로지만, 예쁘니까 선호하는 편이다. 처음엔 네발짐승과 언제 마주칠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나들 땐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여행자에게 물어봤다.
“혹시 고양이 봤어요? 여기서 한 마리 키운다는데.”
그러자, 늦은 밤에 입실한 한 손님이 대답했다.
“네, 아까 현관에서 봤어요. 문 앞에서 앉아있던데요.”
그 말을 듣고, 쏜살같이 문지방을 넘어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과연, 마당에는 생명체가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반가웠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이 짐승은 실내로 쏙 들어와 앙증맞은 짧은 다리로 복도를 상큼상큼 지났다. 그 뒤를 잰걸음으로 쫓았다.
거실 한구석에는 사료가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반려묘의 이름은 ‘락쓰무’였다.
“이름이 특이하군요!”
“ 인도 부富의 여신 이름을 딴 거래요.”
숙소 근무자가 설명했다. 그의 외모도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한 묶음의 장발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화 도중, 그도 내가 거주하는 도시에서 왔단다. 신기한 일이다. 벌써 같은 지역 거주민을 둘이나 만났다.
이곳에서 일하는 그들은 네 명이 이틀씩 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다. 제주도에 와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는 모양이었다. 놀 때는 놀이에만 집중하는 주의라서 결코 일하고 싶지 않다. 또, 오래 체류하고 싶지도 않다. 왜냐고? 짐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아서다.
지난달에 제주를 방문했을 땐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라서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다행히 지금은 3단계로 완화돼서, 간단한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7시, 나갈 채비를 마치고 거실 탁자에 앉았다. 이미 식사를 마친 부지런한 락쓰무가 내 주변을 맴돌았다. 미역국에 백미를 말아 김치를 곁들여 한 사발 들이켰다. 미역국은 건더기가 별로 없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식사량을 채우기 위해 흰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 섞었다.
락쓰무가 책장 너머에서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커다랗고 둥근 두 눈이 마주쳤다. 귀여웠다.
열심히 식사하고 있자니, 20대로 보이는 두 남자가 다가와 자리 잡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대구, 부산에서 온 그들은 2박 3일의 여정으로 한라산을 등산했고, 오늘 귀가하는 여정이라고 했다. 세수도 안 한 기색이 역력한 숙소 근무자가 탁자 옆에서 다림질했다.
“혹시, 모발 기증하려고 머리카락 기르는 거예요?”
내가 그에게 질문했다.
“어, 그건 아니에요.”
그러자, 손님 중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가 자기도 최근에 모발 기증을 했다고 했다. 그러자, 내 눈엔 그의 외모가 더 빛나 보였다.
‘오, 멋지다!’
아도록한: 아늑한(제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