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크리에이티브 포럼 4번째 _ 함영훈, 이석우 디자이너.
2018년 3월 10일 토요일 14:00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5층에서 열린 DCF(대신 크리에이티브 포럼) 4th에 다녀왔다.
이번 4회의 큰 주제는 디자인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픽토그램을 디자인하신 함영훈 디자이너님과 메달 디자인을 하신 이석우 디자이너님이 본인들의 디자인 프로세스와 그 안에서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강연이었다.
대신증권에서 이렇게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무료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무료기 때문에 신청을 해도 추첨으로 뽑혀야 갈 수 있는 운? 이 걸린 세미나 행사이다. 특히나 이번 4회는 평창올림픽의 여러 디자인중 픽토그램과 메달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정말 가고 싶었던 행사였다.
참고로 나는 당첨이 되지 못했지만... 운이 좋게 아는 동생의 도움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이렇게 공유하기 위해 오랜만에 브런치 후기글을 작성해보았다.
현재 픽토 그래퍼로 활동하시고, 니모닉의 대표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작업물을 평창 동계올림픽의 픽토그램이고, 그 이전에는 ollehKT 사옥,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삼양, 네이버 연수원 등의 건축 물안에 들어가는 픽토그램을 작업했다고 한다.
첫 시작은 본인이 지금까지 작업한 작업 물들을 보여주며 발표를 시작했다.
과거 기업에서 일했을 때에는 주제들을 다양하게 해석하며 기업 내에서의 여러 서비스들을 단순히 표현하며 여러 형태들로 나타내는 것에 집중을 했는데, 현재는 다양한 형태만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심벌, 로고, 전용서체> 안에서 본인의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들로 작업을 진행을 한다고 한다.
픽토그램의 기본 요소를 점, 선, 면, 원, 세모, 네모 그리고 곡선과 사선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형태라고 정리를 해준 내용인데 그전에 내가 픽토그램을 만들 때에는 기본 요소가 아닌 단순히 형태와 선의 통일성만이 픽토그램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자세한 요소요소들을 비교해가면서 피티 자료로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알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내용이었기에 더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았다.
내가 그리던 것은 픽토그램이 아니라 그냥 '아이콘'과 '일러스트'였구나...
<좌측>은 기존의 또는 보통의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프로세스인데, <우측>은 함영훈 디자이너분께서 본인이 생각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재 구축해서 그려준 모습이다.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 요소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 요소인 <심벌, 색상, 서체>등이 나와서 픽토그램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때에도 통일성 있게 작업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공감을 했다.
디자이너분께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던 <쾰른의 본 공항 그래픽 작업물>인데, 서체 제작을 하고 그 서체의 조형적 특징 (서체 DNA 분석)을 파악해 그 요소요소 하나하나를 분해해서 픽토그램에 그대로 녹여 작업을 한 프로젝트였다. 서체와 그래픽의 조합이 어울러졌을 때의 통일성과 조형미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었다.
보통 작업을 하면 최대한 느낌만이라도 비슷하게 작업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서체의 특징 하나하나를 분석해서 그것을 픽토그램에 녹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꼭 이와 같은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다.
그다음은 현대카드의 픽토그램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심벌과 서체에서부터 이미 연관성이 있으며, 그 연관된 부분을 중심으로 서체의 여러 요소들 <두께, 끝선, 기울기, 라운드, 형태> 등을 나눠서 보며, 그것을 팩토 그램의 형태 안에 녹여내는 과정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었다.
특히 다양한 선의 굵기와 미세한 차이 등을 픽토그램에도 녹이기 위한 과정들을 거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고민을 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심벌과 서체와 픽토그램의 3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가 잘 각인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렇게 앞단에서 픽토그램에 대한 정의와 작업물 소개, 그리고 본인이 어떻게 작업을 해오게 되었고 그 안에서 느꼈던 것들을 설명한 뒤에 모두가 기다렸던? 평창 올림픽 작업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앞단에서 설명했던 부분을 평창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뼈대는 비슷했지만 앞에서는 영문을 가지고 작업했다면, 이번 평창에서는 <한글>을 활용한 작업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기했다.
평창의 로고와 한글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을 했는데,
1. <ㅍ,ㅊ>과 한글의 개념
2. 라인으로 구성된 평창로고
3. 한글 모티브
라는 부분을 기본으로 가지고 분석을 시작했고, 한글의 각 글자들 중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한 <ㄱ,ㄴ,ㅅ,ㅇ,ㅔ,ㅖ,ㅢ>를 뽑아서 그 안에서의 형태를 가지고 곡선과 직선으로 분류했다. 그러한 분류로 나온 것이 아래 사진에 있다.
<ㄱ,ㄴ,ㅅ,ㅇ,ㅔ,ㅖ,ㅢ>에서 나온 직선, 원, 곡선의 형태를 다시 한번 정리해서 형태를 만들고, <직선 = 장비> <곡선 = 사람> <원 = 연결>로 표현하여 픽토그램의 기본 형태를 만들었고, 평창로 고의 <굵기>를 가지고와 <ㅍ,ㅊ>의 굵기를 대입해 다시 한번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기본형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하나가 바로 <2D + 3D>를 표현한 픽토그램이라는 점이었다. 기존 올림픽 픽토그램들은 평면, 한쪽에서 바라보거나 아예 실제 모습을 딴 형태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약간의 투시와 살짝 각도를 틀어서 형태의 차별성을 줬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렇게 듣고 나서 보니 다른 올림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픽토그램의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에 함영훈 디자이너님의 책을 읽으면서 픽토그램에 대해 이해했다 생각을 했고, 그 뒤부터 아이콘이나 픽토그램 작업에 빠져서 열심히 작업했었는데,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이 다 일러스트 또는 아이콘이었으며, 실제로 픽토그램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픽토그램 이전에 역시나 중요한 것이 <서체>와 <로고/아이덴티티>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좋은 디자인에서 디테일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점과 끊임없는 분석과 시도가 쌓이고 쌓여서 결과물을 내는구나 그리고 본인의 작업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다 보여주면서 뭔가 <달인의 비법>을 전수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든 강연이었다. 픽토그램을 좋아하는 나로서 개인작업의 욕구가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두 번째 강연은 제품 디자이너로 유명하신 이석우 디자이너님의 강연이었다.
예전에 서비스디자인을 공부할 때도 많은 사례로 나왔던 SWBK에 계시던 분이셨고,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바로 그 멋진 메달을 디자인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 메달이 나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 강연으로 그 궁금증이 조금 풀리기도 했다.
<좌측 첫 번째>는 KT의 우산 디자인인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우산을 들면서 폰을 사용하기란 어려운데, 그 부분을 해결하고자 팔걸이를 만들어 언제든 KT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녹아든 이야기를 들으니 아! 하는 디자인이었다.
<나머지 사진 3장>은 최근 지진이 일어나고 재난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만들었던 제품인데, 어느 날 벽시계 안을 보았는데 텅 비어 있던 것을 보고 그 안에 재난용품을 담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 디자인 메달을 할 때 다양한 스케치를 했었는데 평면적이면서 입체적인 느낌을 함께 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나 한글을 이용해서 <ㅍㅇㅊㅇㄷㅇㄱㅇㄹㄹㅁㅍㄱㅇㄱㅇㅇㄹㅍ - 평창 동계올림픽이 공일 팔의 자음> 자음이 길게 뻗어나가는 형상으로 그 안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형태들을 묶어 원의 형태로 잘랐을 때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2차원의 글씨 형태가 3차원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이때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실제로 메달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 수 있을지 테스트를 많이 했다고 한다. 또한 스트랩에는 한옥의 섬세한 패턴을 자수로 넣어 디자인을 했고, 케이스는 한옥의 곡선을 참고해 넣었지만 너무 한국적이지 않게 과하지 않고 추상적이며 심플하게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찾아낸 재미있는 요소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본인의 작업실에는 항상 좋은 생각들을 붙여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기록하고 모아두는 것이 하나하나 모여서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았다.
항상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
제품 디자인을 하고 계시지만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다른 분야의 디자인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중요하다고 말해준 부분은 생각을 어떻게 가시화해야 되는지였는데, 보통 디자인 작업을 하면 대충 스케치하고 바로 디지털로 옮기게 되는데 그전에 <글, 정리, 낙서 또는 3D>로 한번 끄집어내면 정리가 되면서 더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번 시각화되면 그 시각화 안에서 자꾸 맴돌기 때문에 더 풍부하게 뽑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제품이나 다른 디자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UI 작업을 할 때 충분히 머릿속으로 그리거나 손으로 스케치와 텍스트로 정리한 뒤에 시각적인 작업을 들어가는 편이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또한 다양한 소재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그것을 실제 제품에 연결해 작업하는 과정들도 소개가 되었는데, 사진자료를 많이 찍지 못해 남기질 못했다.
처음에 철사와 스타킹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실제 모양을 만들 때 많은 참고가 되어 하나의 제품이 되는 과정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
ppt에 소개되는 자료들 대부분이 무엇을 만들 때 재료나 표현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표현을 잘할 수 있는 것들도 나타내어 만들어보고 그것을 비슷하게 이끌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번에 짠 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역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것을?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분께서 만든 과정들을 들으면서 오히려 정말 당연한 것을 안 하고 있는 건 나 또는 우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로써 주변에 민감하지 않으며 나 스스로의 과정에 대해 익숙해져 뛰어넘은 것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디자인을 만들고 싶고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강연을 들으면서 많이 고민을 한 것 같다.
최종 후기 >
강연을 들으러 다니면서 이렇게 과정과 본인이 어떤 식으로 작업에서 영감 받고 그것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강연은 그러한 점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 같았다.
또한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놓치지 않고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끊임없이 기록하고 탐구하여 표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UI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얼른 작업을 하면서 느껴보고 싶다.
평창 올림픽 디자인이 주제가 아니라, <디자이너분들이 그전부터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떻게 작업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결과물들이 평창 올림픽 디자인에 나타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후기를 마무리한다!
두서없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