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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마케타 Nov 03. 2022

카피라이터들이 극혐하는
영국 광고

500개의 카피로 변주되는 영국항공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

영국항공의 32개 영상광고 시리즈 중 하나




팬데믹 발발 이후 해외여행은 한번들 다녀오셨는지요? 저는 2019년 겨울 이후 아직 외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만으로 3년 이네요. 매년 한두번의 해외여행 덕분에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었는데, 매일 같은 풍경을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제 안의 감사하는 마음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다음 비행은 몹시도 설렐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 가는 버스에선 어깨춤도 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루틴이 있는데요, 공항 검색대, 면세점 쇼핑, 기내식 그리고 은근 귀찮은 입국신고서 작성입니다.   


영국항공의 이번 캠페인 비주얼 코드는 입국 신고서 입니다. 방문 목적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대답은 사업 아니면 휴가 겠죠. 광고에는 새로운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사업, 휴가 같은 무심하고 딱딱한 이유 말고, 좋은 아빠 되기, 프랑스 훈남 만나기, 롱디의  끝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이유 말이죠. 이번 영국항공 광고를 보는데, 저는 한창 폼 좋던 시절의 대한항공 광고가 많이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어쩌면 이번 광고의 레퍼런스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죠. ㅎ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은 위에 나온 몇몇 필름 광고 만이 아닙니다. 영국 항공은 이런 영상만 무려 32편을 제작 했고, 옥외광고, 인쇄광고, 2층 버스, 인터넷 광고에서 500가지의 다양한 맞춤형 카피를 집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광고들은 날씨, 장소, 그날의 뉴스에 맞춰 그때그때 다양한 형태로 적용된다고 하니, 그 거대한 계획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한마디로 현생에서 이뤄지는 컨텍스트 퍼포먼스 광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선, 이제부터 폭발하게 될 여행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 그리고 탑승객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여행의 목적에 모두 관심을 가지겠다는 선언 입니다. 모두에게 가장 개인화되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 하겠단 500가지 약속입니다.  


하지만, 저는 왜 눈물 부터 나는 걸까요? 기록적인 제작물을 만드느라 개고생 했을 카피라이터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제 눈도 붙이시고 한동안은 편히 쉬세요. RIP 



추가로, 여행의 목적 500가지 중 몇가지를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은 왜 여행을 떠나시나요? 


"별 보러"

"조용한 퇴사" 

"총각파티, 기도해줘" 

"영국 날씨 개구려서" 

"아직 그녀를 사랑해" 

"결혼생활에 심폐소생이 필요해" 

"월요일 점심에 낮술 한 잔" 

"인공 태닝은 냄새가 나거든" 

"일주일 동안 책 5권 읽으려고" 

"SNS에 올릴 무언가가 필요해서" 

"만원이 넘는 맥주는 너무 하잖아" 

"왜냐하면 올해는 정말 엄청났거든" 

"청혼 반지가 주머니에 꽤 오래 있었거든요"

"따뜻한 바람 맞으러, 지하철 들어올 때 부는 그런 바람 말고"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4ups5XFpN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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