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물정보, 아리수맵 UX를 구출해보자!
얼마 전 서울시 따릉이 앱을 대차게 뚜들긴 글을 쓴 뒤 이곳저곳에서 수십 통의 메일이 왔다. 새삼 브런치는 회사 구석에 숨죽이고 있는 쭈글이도 무대 한복판에 올릴 만큼 놀라운 영향력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날아온 메일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했는데, ‘속이 빵-! 뚫림, 완전 가스활명수임!’이라는 칭찬도, ‘니가 뭔데 지적질임? 재수없음(?)’하는 욕도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메일이 한통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나이가 서른이 다되어 가도록 부모님 슬하에서 등짝 맞아가며 자란지라 수도세 한번 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어인 일로 연락을 주신 것일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부탁이 담겨있었다. 요는 이랬다. 이번에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서울시의 물, 곧 ‘아리수’의 정보를 담은 ‘아리수맵’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1. 사람들이 도무지 쓰지를 않고,
2. 왜 안 쓰는지 전혀 모르겠고,
3. 따라서 UX 전문가(?)분께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1. 우선 저는 UX 전문가(...?)까지는 아니구요,
2. 공공기관에 정식으로 코멘트를 주는 건 주제넘은 일 같습니다,
라는 이유로 거절했겠지만, 메일을 두 번씩 보내시는 마음과, 꼬맹이에게까지 정중히 부탁하시는 모습이 아-주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동안 공공기관 이곳저곳과 일해보았지만, 이분만큼 자기 서비스에 애착이 있는 분도 드물었다. 가기 전에 딱 한 가지, ‘저는 할 말 다하고 싶기 때문에 답례는 비타500 하나도 주지 마세요’ 약속을 받은 뒤 상수도 사업본부로 향했다.
상수도 사업본부의 아리수맵은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모든 물의 정보를 한눈에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1. 서울 시민이 꿀꺽꿀꺽 마시는 물의 수질부터 시작해서,
2. 그 물이 지나온 경로,
3. 물과 관련된 공공시설,
4. 상하수도 공사 정보에 이르기까지
한양 땅에 흐르는 모든 H2O 정보를 철판 볶음밥 누르듯이 꾹꾹 담아놓았다. 한눈에 보아도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무지막지한 노력이 들었음이 분명했다.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아직 실무적/본질적으로 큰 문제점들이 있었다.
아리수 맵을 요리조리 만져보며 이상한 점들을 찾아나가자 우선 크게 3가지 실무적인 포인트가 있었다. 이것을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현재의 아리수맵은
1.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2. 관리자 중심 구조라는 점,
3. 전문가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1. 나(한 사람 한 사람)를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
2. 사용자 중심 구조여야 한다는 것,
3.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려 했다.
이리수 맵의 첫 번째 문제점은 이 서비스가 ‘모든 서울 시민’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딴지 좀 적당히 거세요-.
모두 사람을 위하는 게 뭐가 잘못이에요?’
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서비스 기획의 99%는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 반드시 아주 또렷한 특징을 가진 하나의 집단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서비스가 된다. 아리수맵은 딱 이 경우였다.
지금까지 대박친 수많은 서비스는 모두 초창기에 탄탄한 타깃 팬층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사례를 한번 보자.
쿠팡은 초창기 11번가와 옥션이 시장통을 호령하던 때,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 공동구매’라는 묘수를 들고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 시기 쿠팡이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바친 대상은 2030이었는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격에는 누구보다 민감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기기에는 익숙한 계층이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자신의 핵심 타깃에게 매끄러운 ‘접근성'과 파격적인 ‘초저가'를 제공했다. 이처럼 초창기 쿠팡은 모두에게 열려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유독’ 활짝 열려있었던 셈. 쿠팡은 이처럼
1. 청년층을 먼저 공략한 뒤
2. 품목을 확장해 4050으로 타깃을 넓히고,
3. 로켓배송과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를 계속해서 도입하여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보라색 유니콘으로 불리는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마켓컬리는 구매력이 높지만, 시간은 없는 강남의 워킹맘에게 구애했다. 돈보다도 여유가 부족한 직장 엄마들은
1.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우수한 품질의 식자재를
2. 원하는 시간에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필요했다.
지금이야 모든 사람이 마켓컬리 샛별 배송으로 유기농 핫도그를 냠냠 사 먹고 있지만, 초창기 컬리는 자신의 팬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그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처치해줬다.
그런데 슬픈 사실은 우리의 아리수맵에게는 이런 첫사랑도, 그리고 그 첫사랑을 위해 해결하려는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맵은 착한 공공 서비스 기획자가 기획했기 때문에, 서울 시민이라는 ‘세상에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인물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실제 서비스를 접한 서울 시민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란, ‘아 이거 참 좋네요, 그런데 내가 쓸만한 건 아닌데요’ 일 수밖에 없다.
만약 아리수맵의 서비스 기획을 다시 해보라면 ‘30대 중후반에, 자기 아이를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는 예-민한 엄마는 물 정보에 관심이 많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것을 검증해 볼 것 같다. 물론 이분들이 반드시 아리수 서비스를 쓴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딩굴딩굴 속 편하게 ‘고객은 많으면 좋지 뭐’ 하기보다는, 우리 서비스가 정말 먹힐만한(?) 후보군을 추리고 추려서 그 사람이 가진 소소한 문제들을 꼼꼼히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서비스를 전달할 대상자를 찾고 나면 우리의 목표(고객)가 일상에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관찰해야 한다. 이때는 인터뷰를 해도 좋고, 실제로 그 사람을 관찰하며 행동을 기록해도 좋다. 아래 그림은 2년 전 헌혈 증진 프로젝트에서 레드커넥트(대한적십자사 공식 헌혈 앱)를 개발할 당시 헌혈자들이 겪는 불편을 조사하고 이를 ‘사용자 저니맵’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이게 다예요? 소리가 나오는 한 장짜리 그림이지만 이 그림이 나오기까지 2명의 기획자가 헌혈의 집에 3주 동안 머물렀고, 각각 2번의 헌혈을 했으며, 50명이 넘는 헌혈자를 인터뷰했다. 이것을 아리수 맵에 대응해 본다면, 평상시 삶에서 목표 사용자가 1. 물을 쓰고, 2. 물 관련 정보를 탐색하며, 3. 정보에 반응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기획 그림의 시작이다.
저니맵을 통해 사용자가 불편한 지점을 꼬치꼬치 찾아냈다면, 이제는 그들의 고통에 양발을 탁탁 딛고, 해결책(기능)을 만든다.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사용자 불편이 아귀가 딱 맞아떨어져 해소될 때 저니맵 작성이 끝난다. (저니맵 하단 4가지 색상 참고) 이렇게 만든 서비스가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사용자를 무시한 채 1. 내가 하고 싶고, 2. 내가 할 수 있는 대로만 만든 서비스보다는 성공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두 번째 문제는 공공 서비스에서 아주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아리수맵의 현재 구조는 사용자를 위한다는 훌륭한 명목 하에 실제는 관리자 중심으로 되어있다. 세상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사용자 화면과 관리자 화면을 따로 가지고 있어서, 사용자에게는 개인 별로 필요한 정보만 담아 보여주고, 관리자에게는 서비스 전체 통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지금의 아리수맵 정보 구성은 사용자의 관심사가 아닌 관리자의 편의에 따라 나뉘어있다. 수질정보, 공원 음수대, 공사 정보로 분절된 메뉴는 사용자가 기준이라기보다 상수도관리본부 내의 각 부서별 담당 업무가 기준인 듯하다.
위에 그려놓은 IA(Information Architecture)는 지금 아리수맵의 구조를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1. 장소 검색 엔진이 1개(통합형)이 아니라, 화면 별로 따로 있다는 점,
2. 사용자에게 그-닥 의미없는 정보(산하기관 등)가 주요 항목으로 부각된다는 점,
3. ‘자동측정기’/‘수도꼭지’처럼 사용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정보가 분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끔씩 여름철에 찜통더위가 계속되면, YTN에서 무진장 심각한 표정을 지은 공무원 아저씨의 얼굴이 등장하고 그 뒤로 시뻘겋게 변한 한국전력의 중앙 관제 센터 스크린이 보이곤 한다. 지금의 아리수맵 화면은 그 화면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혹은 군대 훈련 중에 보는 전투 시뮬레이션 화면도 지금의 이리수 메뉴와 굉장히 비슷하다. 정리하자면 극소수의 관리자가 보고 싶은 화면을 만들었으니, 극소수의 사용자가 쓰는 것이 당연하다. 많은 사람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화면을 고민해야 한다.
아래 IA는 사용자 중심으로 아리수맵을 개편해본 내용이다. 우선 가장 큰 변경점은 사용자가 상수도에 대해 궁금해할 ‘실제 질문’을 바탕으로 IA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우리집'(검색장소)을 중심으로
1.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2. 우리 집 물은 어떻게 오는 것인지,
3. 우리 집 근처의 물 상태는 어떤지,
4. 문제가 있으면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를
'한방에' 보고 싶어 한다. 각각의 정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물에 대해 일맥상통한 정보는 나눠져 있으면 안 되고, 하나의 메뉴에서 한 번에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검색엔진에서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10길 1-3]이라고 치면 해당 주소를 기준으로 상수도 정보의 모든 항목이 정렬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로 따로, 수질 따로, 음수대 따로 나오는 정보는 사용자에게 똑같은 행동(클릭)을 반복하도록 강요하고, 짜증을 만든다. (짜증은 사용자가 이탈하는 감정이다)
새롭게 그린 IA에 담기는 정보는 기존 IA에 담기는 정보와 똑같다. 다만 구성을 변경했을 뿐이다. 때때로 조금 이상한 컨설턴트(?) 분들이 서비스의 UI나 UX를 지적할 때 대뜸 백엔드에 있지도 않은 정보/기능만 신나게 추가하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실무를 하는 기획자는 해리포터가 아니고, 개발 회의를 할 때마다 ‘그거 안 되는데요’ 소리를 5번씩은 들어야 한다. 우선 있는 정보부터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서비스의 발전방향을 위해 굳이 한 가지 기능을 첨언하자면 이런 지도 서비스는 내가 관심있는 지역만 등록해두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즐겨찾기 기능이 필수적이다. 아리수맵을 제외한 모든 지역 기반 앱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지역의 정보만 즐겨찾기를 통해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앱의 대표적인 예인 ‘에브리에어’는 집, 회사와 같은 관심지역을 즐겨찾기로 설정할 수 있다. 앱은 이렇게 설정된 즐겨찾기를 바탕으로 공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1. 직관적이고 (캐릭터/색깔을 활용) 2. 꼼꼼히 (모든 정보 정리) 전달한다.
아리수 맵도 여타 지도 앱처럼 방문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그 사람이 관심있는 지역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리수맵은 어른, 그중에서도 전문가를 위해 만들어져 있다. 지금 아리수맵을 들어가면 서울시의 수도 공사 정보나 수질 정보를 상세히 볼 수 있는데, 이 정보들이 마치 사회탐구 영역의 ‘무조건 틀려라’ 3점 문제처럼 표기되어있다. 우선 공사정보 항목부터 살펴보자. 이 정보는 사용자와 초면 머리말에 ‘단위공사’라는 알쏭달쏭한 문구를 넣어두었다. 일반인 중 그 누구도 ‘단위공사’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부연 설명도 마찬가지다. 공사 개요를 보면 L=1,924 / D=20 ~300 / 변류 …와 같이 남파 공작원 접선 암호같은 것이 기재되어있는데, 무슨 이유에서 일반 시민이 보는 화면에 이런 희한한 건축 정보를 표기한 것일까. 서울시 전체에서 이 정보를 보고 알아들을 사람은 딱 두 집단뿐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 공사 업체 직원 끝.
수질을 표시하는 화면에도 문제가 있다. 이 화면에서 훌륭한 점은 물 정보를 ‘마시기 적합’이라는 사용자 중심 어휘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문구들은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질 페이지에서는 측정 항목에 대한 상세 설명이 없다. 일반인은 잔류염소와 내가 마시는 물이 정확히 어떤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냥 있으면 안 좋나 보다.. 하는 정도) 더불어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대장균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궁금한 것은 알려줘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문제점들을 잘못된 UX 라이팅이라고 한다. UX라이팅은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1. 쉽고, 2. 빠르고, 3. 가능한 재미있게 이해시키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어려운 서비스의 UX라이팅을 시도할 때면 80살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는지, 8살 어린이로 이해할 수 있는지 검증해보는 것이 주효하다. 예전에 지하철 정보를 새로 디자인해본 적이 있었는데, 30년 동안 자가용만 운전하시느라 지하철이 대충 500 원인 줄 아는 아버지께 검증했을 때 가장 인사이트가 있었다. (높으신 정치인들 얘기인 줄만 알았더니..)
앞서 말했던 공사 정보를 정말 8살 꼬마 서울 시민의 입장에서 고쳐보면
예전 : [공사 정보]: 단위공사 : 5개소 노후 배급수관 공사, 공사기한 : 12월, 공사개요 : L=1,924 / D=20 ~300 / 변류 N61, 문의처 000-0000
새로 : [알림] 수도 파이프 교체 :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파이프(배관)를 새것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12월까지 공사 마치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은 000-0000으로 연락 주세요.
담겨있는 정보는 같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쪽은 분명하다. 쉬운 말로 목적과 기간을 명시하고, 담당부서의 연락처만 달아놓는다. 그 외 전문적인 공사 정보는 필요가 없다.
수질 정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측정 항목을 쉽게 서술하고, 색상이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해서 초등학교 3학년 과학교과서처럼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이런 페이지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아리수맵이 정말 일반 시민을 위해 개발된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안타깝다.
위 3가지 내용을 모두 고치더라도 아리수맵에는 여전히 큰 문제점이 2개 남아있다.
하나는 상수도 본부의 신뢰도가 높을수록 서비스 사용률이 떨어진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이다. 대다수의 서울시민들은 ‘우리나라 수돗물은 깨끗하지’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물 정보를 굳이 확인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
비슷한 컨셉의 지도 정보 서비스로 작년에 난리였던 ‘미세먼지 맵’이나 지금 난리 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맵’이 있지만 이 두 가지는
1. 관리자가 완벽히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먼지/바이러스),
2. 정보가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의 물은 상황에 따라 수질이 바뀌지 않고 또 않아야 하니 어려운 과제다. ‘시민 참여형 수질 측정’같은 서비스 확장이나, ‘깨끗한 우리 집 물 자랑하세요’ 같은 마케팅 정책도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물정보 하나만으로는 플랫폼을 유지할 방문자 수(트래픽)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는 근원적인 문제다. 아리수의 물 정보는 소중한 정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일 들어와 확인하기에는 지도 상에 있는 수많은 정보 중 아주 일부일 뿐이다. 때문에 아리수 맵은 현재와 같이 단독 지도로 서비스하는 것보다 Open API 형태로 정보를 가공한 뒤 주요 지도 서비스(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와 효율적으로(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리수맵은 여러 가지 난제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잠시 치워두는 것이 낫다. 우선 앞서 말한 실무적인 개선부터 진행해보는 것이 어떨까.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1. 돈이 없어서, 2. 개발자가 없어서, 3. 보안 때문에, 4. 법 때문에, 5. 회사 정책 때문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지만 사장되는 것이 쏟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한 UX 기획자라면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와중에도 누에고치처럼 개선사항을 뽑아내야 한다. 마지막까지 꼼꼼히 토론하시던, 반짝반짝 담당자분들이 계시니, 앞으로 아리수맵이 무사히 구조되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