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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Mar 24. 2020

UX가 코로나와 싸우는 방법

모바일 UX도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이별한 친구에게나 할 법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 사람은 병을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강해진다. 한번 걸렸던 질병은 웬만해서는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우리의 ‘몸’이 ‘뇌’보다 기억력이 더 좋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회도 마치 사람처럼 '몸의 기억력'이 작동한다. 그래서 전염병을 극복하면 대처하는 시스템이 '성숙'한다. 예를들어


2002년, 사스를 막아낸 후 질병관리본부가 탄생했고,

2009년, 신종플루 종식 뒤 백신 연구과가 신설되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집단 감염에 홍역을 치르고

전국 단위의 국가지정 음압 병동이 도입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3번의 시련을 거치며 완성된 현재의 방역 시스템은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는 전장의 의료진에게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지켜줘요, 질병관리본부! [출처 : KBS]


다만 지금까지 구축된 훌륭한 시스템은 모두 오프라인 세상의 이야기였을 뿐, 모바일 UX 같은 요즘 애들(?)이 낄 자리는 없었다. 2002년(SARS)에는 스티브 잡스께서 아직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팟(!)을 뚝딱거리고 있을 무렵이었고, 2009년(신종플루)은 삼성전자가 그 유명한 옴니아(!)를 치워버리고 짜잔, 갤럭시 1을  처음 내놓은 해였다. 그러니 이 시절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질병을 통제한다’는 말이 스타워즈 광선검 소리처럼 허황되게 들렸다.


2015년(메르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메르스 확진자의 동선을 보여주는 모바일 UX가 개인 개발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시 높으신 양반들께옵서 전염병 정보를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꽁꽁 싸매 둔 탓에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쳤다. 더불어 앱의 UX는 여전히 컴퓨터 스크린(웹)을 따라한 기초적인 모양에 불과했다. 고작 5년 전이지만 UX라는 단어 자체도 ‘배우신 분들의 전문 용어’였을 뿐,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사용 가능한 앱의 수 :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출처 : statista]






I. 모바일 UX의 진화


이번엔 좀 다른걸?


그러나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는 다르다. 모바일 UX가 최초로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후방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의 모바일 UX는


1. 코로나 고위험군 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2. 시민들이 코로나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대처하는데


상산의 조자룡처럼 활약중이다.


1. 고위험군 집단 관리 : 예를 들어 이미 전염병이 크게 퍼진 국가(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나, 자가격리 대상자는 ‘입국관리 앱’ 혹은 ’ 건강관리 앱’을 강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통제형 UX는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던 사람이


1. 칠렐레 팔렐레 돌아다니는 것을 막고,

2. 역학조사를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 앱들을 조금 꼼꼼히 살펴보면, 아직도 관료주의적이고, 사용자 경험은 뒷방에 미뤄놓은 무신경함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이 1. 질병관리본부장님의 흰머리에서 보이는 것처럼 급박했던 점, 그리고 2. 과거에는 비슷한 시도조차 없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일단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뭐든지 시작을 해야 좋아진다.


대한민국에 입국자는 모두 앱을 통해 통제받는다.


2. 시민들의 정보 숙지/대처 : 하지만 훨씬 큰 성과는 따로 있다. 바로  국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염병과 관련된 요구사항을 모바일에서 확인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생태계는 지난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칼날비가 내리는 서비스 전쟁터에서 생과사를 넘나든 끝에, 이제는 1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코로나 19에 대처할 수 있는 신무기를 만들 만큼 발전했다. 지금의 UX는 사람들이 코로나 19에 가지는 생각을 빠르게 캐치하고 화면으로 꾸려내고 있다.



II. UX 지원군, 어떻게 생겼나 


코로나 19 관련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전염병 확산 : 코로나 19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불안함

2. 전염 가능성 : 확진자와 같은 위치에 있었을까 겁남

3. 자기 진단 : 몸이 아프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름

4. 감염 시 대처 :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됨

5. 개인 동선 보호 : 나의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꺼려짐

6. 방역물품 구비 : 마스크를 어디서 구하는지 모르겠음

7. 가이드라인 숙지 :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 헷갈림



모바일 UX는 이러한 니즈에 일일이 대응하여 아래와 같은 해결책을 만든다.



1. 전염병 확산 -> 질병 관련 통계 제공

2. 전염 가능성 -> 지도 위 확진자 동선 공개

3. 자기 진단 -> 모바일 자가 증상 검사

4. 감염 시 대처방안 -> 방역당국 즉시 연결

5. 개인 동선 보호 -> 개인 정보 익명화

6. 방역물품 구비 -> 지도 위 약국 공개

7. 가이드라인 숙지 -> 공식 가이드 제공



코로나 19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 7가지 서비스는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코로나 19 모바일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집단이 크게 셋인데, 하나는 정부, 다른 하나는 IT 대기업, 마지막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의 화려한 지원 사격을 살펴보자.


싸움을 도우러 갑시다!



1. 정부 : 질병관리본부 - COVID-19


첫 번째는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COVID-19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정부가 운영한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똑 부러진 대시보드 UI를 자랑한다. 시도별 확진환자, 주간 환자 동향을 알려줌과 동시에, 대상 별 맞춤 가이드라인, 공적 마스크 공급 현황까지 나온다. 더불어 반응형 웹으로 디자인되어있어 모바일로 접근했을 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확진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 시각화


다만 아직 아쉬운 점을 꼽자면,

1. 상세 정보를 그래픽이 아닌 텍스트로만 제공한다는 점,

2. 회원가입 체계가 없기 때문에 정보 개인화가 안된다는 점,

3. 반응형 웹의 한계상 모바일 최적화가 부실하다는 점,

4.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 정부기관들이 하던 것처럼 엑셀 파일 하나를 대충 띡-하고 던져놓은 뒤(or 숨겨놓은 뒤) '우리 정보공개했는데요? 하하’라고 어처구니없게 우기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서비스는 2050년 정부가 했다고 해도 믿을만큼 발전한 형태다



2. 대기업 : 카카오톡 - 코로나 19 탭


한국 IT업계의 리오넬 메시 격인 카카오는 그 이름값에 걸맞게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줬다. 처음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슬금슬금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월 17일경, 카카오는 코로나 관련 뉴스 자동 알림 서비스를 도입했다. (원래 있던 서비스지만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앱 내 주요 화면에 재배치했다) 더욱이 3월 4일 경에는 카카오톡 뉴스 탭의 상단에 '코로나 19 전용 바’를 별도로 개발했다. 기업 프로모션용으로만 활용되던 상단 바를 정보 공개용으로 바꿨다.


컬러 구성(긍정 : 파랑 / 부정 : 빨강)에 굉장히 신경 썼다.


카카오는 정보의 구성은 물론 가독성 면에서도 정부기관의 시스템보다 월등한 형태다. 그래픽 UI 전문가가 다수 활동하는 기업이다 보니 사람들이 어떤 화면을 편하게 보고 쉽게 이해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똑같은 정보도 ‘데이터가 익숙하지 않은’ 엄마, 아빠에게까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다듬었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점은 전국 단위 정보를 클릭하여 소규모 지자체를 조회하는 경우, 별도의 가공 없이 지자체 홈페이지를 연결해버리는 것 정도가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서버 데이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또한 카카오 맵에서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코로나 정보를 개인화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3. 스타트업 : 케어랩스 - 굿닥


마지막은 스타트업 케어랩스의 굿닥 서비스다. 스피드가 생명인 스타트업답게 재빠른 업데이트가 굉장히 돋보였던 사례다. 굿닥은 본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원과 약국을 추천해주던 서비스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굉장한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였다. 질병과 병원에 대한 관심이 세상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굿닥은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스크 알리미 앱을 아주 빠르게 도입했다. 이 기업은 평상시에도 지도상에 약국과 병원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었다 보니, 유독 뛰어난 UI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굿닥은 병의원을 찾아가기 무서운 사람들을 위해 데이터 베이스 상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한 병원들을 따로 뽑아 사용자에게 안내해주기도 했다.


스타트업 특유의 빠르고 시원시원한 UI


이처럼 순식간에 다양한 서비스가 코로나 19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IT 고급인력들이 회의실에서 참깨라면을 먹어가며 중노동을 해 만들어낸 결과다.


일반적인 IT기업의 서비스 개발은


1. 서비스 기획자가 기능과 정책을 설계하고,

2. UX 전문가가 사용자 조사 후 상세설계도를 짜면,

3. 디자이너가 버튼 인터랙션과 화면(GUI)을 그리고,

4. 서버와 앱 개발자가 각자 맡은 영역을 구현한다.

5. 이제 QA(품질보증)에서 테스트를 거쳐

6. 앱 마켓에 업데이트하는 절차를 다- 지나면

최소 3주에서, 길게는 5주까지도 소요된다.



이번 코로나 19 사례처럼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1,2주 만에 사용자의 손바닥에 완성된 화면이 떨어지게끔 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대단한 IT역량이다.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료진들이 가장 존경받아야 하지만, 이처럼 시민 개개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IT인력들의 수고도 멋진 후방지원이다.






III.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까?  


앞으로 모바일 UX가 사회적 전염병을 막는 새로운 항체가 되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욱 발전해야 한다. 해당 분야를 전부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조금은 삐끗한 제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UX 성벽을 더 단단하게 만들자!


1. 정부가 데이터를 수집/개방한다. 


정부는 전염병 정보를 처리하는 중앙 서버를 구축하고, 환자 이름을 익명화한 전염병 데이터를 오픈 API로 개방해야 한다. 정부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공공은 이미 구축된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 시스템(청구명세서 DB, 질병통계 DB)이 있다. 따라서 전염성이 강한 국가지정 전염병의 경우, 해당 질병(전염병)의 테이블(정보표)에 별도의 칼럼(정보 수집 항목)을 추가하여, 질병관리본부에서 수집한 역학조사 결과(동선 등)를 입력하고, 이를 민간에 개방할 수 있다.


전염병 관련 Open API를 설계해야 한다.


중앙 시스템의 보안 수준이 워낙 높아 실시간 정보를 API로 제공하기 어렵다면, 공단이나, 심평원의 데이터 전문 부서가 확진자의 동선을 매일 저녁, 지도상에 표기하여 익명화한 파일을 올려주면 된다. 이때 남의 일에 관심이 너-무 많은 일부 오지라퍼 빌런들이 동선을 역으로 추적하여 개인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근처에서 발생한 여러 확진자 동선을 하나로 묶어 마치 한 사람의 동선인 것처럼 올려주는 방법이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집단 감염이 많은 코로나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결국 정보를 확인하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누가 갔는지가 아니라 어디를 갔었는지만 알면 된다.


둘째, 전염병 정보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에 대응할 정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기반(Join Key)으로, 진단 정보, 이동 동선, 처방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야 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부기관이 데이터를 다룬다고 해서, 민간기업보다 보안 수준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해킹의 위험성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받아들이기에 정부기관이 수집, 가공, 공급한 데이터의 신뢰성이 훨씬 높다. 더욱이 공공은 절차에서부터 법과 제도를 하나하나 준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안 사고의 위험성이 적다.


셋째,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전염병 서버와 데이터셋을 구축할 때는 해당 기관이 골방에 틀어박혀 마치 건담 피규어를 조립하듯 일방적으로 만들고, '이거 활용해! 난 할 만큼 했어!'라고 하면 안 된다. 앞으로 이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할 UX 디자이너, 서버 개발자, 개인정보 전문 법률가, 의료인 등과 함께 협의하며 만들어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만의 시각을 반영해서 설계한 시스템이야 말로 정말 유용하고, 동시에 안전하다.



2. 민간이 잘하는 것은 민간에 맡긴다. 


앱을 통해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민간에 맡겨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직접 앱을 만들면 되지! 뭐하러 민간에 맡겨요?’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한 생각은 공공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공공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다. 공공은 시민들의 눈높이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데, 그 이유는 다음 3가지다.


첫째, 공공은 민원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공공이 서비스를 디자인하면 시민들의 반응(민원)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무작정 소리를 지르는 70대 할아버님이 민원을 50개씩 넣으면서 사용자 탭을 바꿔달라고 우기면 공공은 이것을 무시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따스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법령 구석에서 쭈뼛대는 소심한 UI가 나오게 된다.


지금도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는 중에 기행을 일삼는 조커들이 속출하는데, 공공 분야는 이런 사용자들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다독이고 함께 가야 한다. 민간의 여러 기업들이 각자 서비스를 만들게 되면 이런 악당들을 효과적으로 분산/관리할 수 있다.


둘째, 공공에는 앱(프런트)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 공공에는 UX/UI 디자이너부터, 앱 클라이언트 개발자까지 실제 사용자 화면과 관련된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해당 작업들은 공공 특유의 초-저가(!)로 외주업체를 시켜 급조할 수밖에 없다. 지금 개발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여러 앱들을 살펴보자. 결과물이 얼마나 신통치 못한 지.(...) 전문가 풀이 충분하고, 서비스 퀄리티를 10계명처럼 여기는 민간 IT기업에서 개발을 맡아야 사용자에게 좋은 서비스가 전달된다.


공공앱 : 최소 비용 = 최소 UX 


셋째, 앱 클라이언트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설령 지금 공공에서 앱 전문가들을 잘 섭외해 최신의 UX를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선제적인 유지보수를 하지 않는(유지보수 예산을 다람쥐꼬리만큼 책정하는) 공공의 특성상 앱은 오류가 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계속 퇴화한다.(고도화 과정이 전혀 없다) 이번에 잘 만들어 놓더라도 2년, 3년 후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할 때가 되면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모바일 UX는 발전이 굉장히 빠른 분야다. [출처:쿠팡/pxd story]


현재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협력하고 있는 분야로는 대중교통 서비스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지자체(서울시)와 공공기관(서울교통공사)은 버스나 지하철 정보를 수집, 저장, 가공하여 개별 IT기업에게 열어준다. 그러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거대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 정보를 패턴화 하고, 다양한 장소 정보와 결합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 내부에서는 수많은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이 더 쉬운 지도를 보고, 편리한 이동을 할 수 있을지 하루 종일 고민하면서 말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로 인해 한국의 모바일 지도/대중교통 서비스는 구글맵보다도 월등히 우수한 점이 있다. 구글맵이 세계를 제패하면서도 한국시장에는 완벽하게 침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국토교통부가 구글에 서버를 열어주지 않기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 프런트를 개발하고 있는 우리나라 IT기업들이 '잘하고 있어서’ 한국의 사용자들이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기 때문도 있다. 만약에 네이버 지도, 카카오 맵이 엄청나게 불편했다면, 정부기관이 사용자들의 성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


지도 정보와 대중교통 정보를 통시에 제공한다.



3. 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셋째, 코로나 관련 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현재 모바일에서 코로나 19 서비스는 개인화를 지원하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맞춤형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의 서비스는 정보를 주로 전국 단위로 보여준다. 확진 환자의 거주지역이나, 이동 동선, 혹은 마스크 보유 약국과 같은 필요 항목은 사용자가 위치를 직접 검색하면서 찾아야 한다.


이제 사용자 개개인의 집/회사/이동 동선을 바탕으로 ‘내’가 알아야 할 정보만 필터링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이 영등포구이고, 회사가 종로구일 때는 영등포구와 종로구,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대중교통 노선의 확진자 정보만 추려 줄 수도 있다. (아래 UI 참고) 또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위치 기반으로 실시간 푸시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질병 관련 정보를 개인화하면 크게 2가지 장점이 있다.


어디가지또의 동선 정보 UI를 [주의 지역 알림]에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정보량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전국 뉴스와 재난문자에 파묻혀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위치를 중심으로 정말 필요한 알림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개인이 소화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정보를 퍼붓는 설계는 잘못된 것이다. 사람들은 과도한 정보가 들어오면 이해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목적으로 알림을 전달하려면 1. 위치 정보를 지금보다 세밀하게 나누고, 2. 조회가 필요한 순간에만 일목요연하게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 장점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월 초부터 확진자의 동선 공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할 때는 ‘49번 환자의 동선은 A, B, C입니다’처럼 환자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홍길동 씨(사용자)가 이동하는 지역의 경고 구간은 A, D, K입니다’라는 식으로 사용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확진자와 공공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 예시





IV.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길


우리는 아픈 만큼 강해지고, 모바일 UX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전염병 관리 UX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해 놓는다면, 다음번에 지금과 비슷한 '코로나 20' 혹은 '코로나 21'이 발생했을 때 마음만 먹으면 쉽게 대응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일반 시민들도 지난 세 달 동안 전염병과 싸우며 학습된 행동이 있어 고도화된 시스템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다.


지구에서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모바일 UX 선진국은


첫째, 기반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중앙기관,

둘째, 전문가들이 맡은 역할을 2배, 3배씩 해내는 IT 서비스 기업,

셋째, 별도의 IT교육이 없더라도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민들이 있을 때 완성된다.


UX가 모두를 지켜주길.


고통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고,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건강한 사회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모바일 UX가 전염병을 단숨에 제압하는 든든한 항체가 되길, 그래서 지금처럼 의료진과 공무원의 고된 희생으로 질병을 틀어막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시스템, 그리고 UX 설계가 시민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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