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광섭 Feb 15. 2022

배달특급은 진짜 성공했을까?

포장을 걷어내고 알맹이만 확인해봤습니다.


이 글은 정치적인 입장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공공 배달앱'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IT서비스 기획자의 시선을 정리한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전,

공공 배달앱(배달특급)이 출범했습니다.


일 잘하고 정의로운 지자체가

수수료 장사를 하는 악덕 플랫폼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었죠.


서비스는 꽤 성공한 듯 보입니다.

1) 수수료 1% 약속도 지켰고,

2) 1년 누적 거래액도 1000억 원을 달성했으니까요.


많은 매체들이 대서특필 했습니다.

"공공 배달앱과 소상공인의 승리!"를 말이죠.


공공 배달앱 성공! (출처 : 미니언즈)


저는 2020년 4월 즈음

'공공 배달앱은 근본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라는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최신 뉴스들을 보면

예측이 모두 빗나간 것 같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공공이 해낸 것일까요?


(공공 배달앱이 배민을 이길 수 없는 5가지 이유)


4가지 판단기준을 세우고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첫째, 세금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독립성)

둘째, 유의미한 성과를 냈을까? (성장성)

셋째,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고 있을까? (방향성)

넷째, 구체적인 미래 전략이 있을까? (미래전략)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공 배달앱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관점에서

신통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 없습니다.


큰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량한 명절 선물세트처럼

세금으로 덮어놓고 가려놓은 상태라는 건데요.


공공 배달앱이라는 주제만큼

IT 플랫폼에 완벽한(?) 반면교사가 없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봤습니다.

하나씩 귤 까먹는 마음으로 살펴볼까요?



1. 독립성 : 세금 없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먼저 독립성입니다.

수수료 1% 구조에서는

배달 플랫폼이 자생할 수 없습니다.

세금으로 영원히 지원해야 합니다.


거래액이 1,000억 원이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돈으로 보이죠.

하지만 실제 매출은 딱 10억 원입니다.(1%)


IT서비스가 과연 10억이라는 돈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아니오, 불가능합니다.

배달특급은 여태까지 "경기도의 예산"으로만

2020년 : 21억 원,

2021년 : 137억 원을 이미 사용했고,

2022년 : 80억 원을 더 쓸 예정입니다.

시 단위로 집행한 예산까지 합치면 훨씬 많습니다.

1) 배달비 쿠폰, 2) 지역화폐 할인의 경우

시 단위 지자체(예: 수원시, 고양시 등)에서

일부 예산을 담당하고 계시거든요.


* 여태까지 많은 기자분들이
경기도 주식회사 측에
구체적인 프로모션 예산을 물었지만
언론에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쉽게 말해 공공으로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세금)이

무려 15배가 넘게 많은 것입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고작 전단지 앱 하나 만드는게 뭐가 어려워?'

라는 비판을 자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는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걸까요?


IT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큰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건비만 한번 따져볼까요?

우리 눈에 '쉬워 보이는 앱'이 있으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일해야 합니다.


앱의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도 마찬가지였죠.

현재 배달특급 플랫폼과 관련된

내부 인원만 약 30명가량 일하고 계신데요.


매년 10억 원의 돈만 가지고는

내부 인력이라도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까요?


(경기도 주식회사의 조직구조)


심지어 IT서비스의 핵심인
기술 인력(모든 종류의 개발자)은
대부분 민간의 외주 업체가
계약을 통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주식회사'가

운영과 마케팅은 어떤 돈으로 하고 있는 걸까요?


배달특급이 현재 1% 수수료 구조를 유지한다면

동일선상의 민간기업으로 대입해 볼 때

기업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투자할 수 없는 스타트업입니다.


1) 직원들의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2) 최소한의 프로모션도 불가능하며

3) 역동적인 제품 개발은 꿈도 꿀수 없고

4) 비즈니스 모델이 특별한 것도 아니죠.


“이봐요!! 앞으로 성장하면 해결돼요!

원래 플랫폼 산업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라고 희망 섞인 반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액이 10배 늘어나

매출이 100억이 된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볼 때
이건 개선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곧 성장할 거니까 딱 기다려! (출처 : 미니언즈)


배달 플랫폼은 산업의 특성상

1) 음식점 인프라의 설치 및 관리

2) 고객 유지를 위한 끊임없는 마케팅

3)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 접수가

규모에 비례해서 꾸준히 증가합니다.

그래서 1% 수수료는 적자가 필연입니다.


1) 기획, 개발 분야의 추가적인 인건비나
2) 폭증하는 서버 비용, 보안 비용은
고려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덤이고요.


현재 시장에서 배민이 제시하는 수수료는

적게는 6.8%에서 많게는 12% 수준입니다.

분명 너무 과한 것 같아 밉고 싫을 수 있습니다.


배민의 수수료 제도 (출처 : 우아한 형제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잠시 내려놓고

세금 지원 없이 혼자 살아남아야하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볼까요?


그러면 꽤 절제된 수수료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딜리버리 기업들은

20%가 넘는 무시무시한 수수료율을 자랑합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면 최대 28%까지도 있죠)

현재 시장의 10%대 수수료율은

1) 여론과 2) 정치권, 그리고 3) 공정거래기관이

이미 함께 꾹꾹 눌러놓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우버이츠는 28%의 수수료율을 자랑합니다.)


최근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니

1% 수수료율에 벅참을 느끼시는지

2023년부터는 1% → 3-4%로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야금야금 수수료를 올리시면

국민들의 세금으로 배달 시장을 학습해가며

결국은 민간 기업과 똑같아지는 것 아닌지요?


이런 경우 민간앱 대비 공공앱의 장점이 뭔가요?

1) 1% 수수료를 유지하자니 자생력이 없고

2) 수수료를 올리자니 명분이 없어지는

이 알쏭달쏭한 체크메이트에서

대체 어떻게 벗어나려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현행 수수료 구조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2. 성장성 : 냉정하게 볼 때 성공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초등학생이 1년에 1cm 크면 많이 큰 것일까?


공공 서비스에 세금을 쓰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당연히 세금을 쓸 수 있죠.


또, 공공사업이 민간사업처럼

모두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1) 길거리에 나무를 심는 것도

2) 신도시에 도로를 까는 것도

3) 한강에 다리를 짓는 것도

모두 세금으로 하지만

자생력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세금을 알맞은 곳에 효과적으로 쓴다면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도

장기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이 되어

시민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나올 경우

훌륭한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따릉이의 경우,

1) 지금도 연간 1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 모든 서울시민이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좋은 사업입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성공으로 볼 수 있죠.

(당연히!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요.)


(매해 1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따릉이)


공공 적자 서비스들의 핵심은

돈을 까먹더라도 ‘임팩트’(성과)가 크고

점점 많은 시민들이 효과를 체감한다는 걸 텐데요.

그렇다면 배달 특급도 그동안 홍보해온 것처럼

충분한 성과를 냈을까요?


아래 그래프는 최근까지 배달특급이

15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태워가면서

만들어낸 성적표입니다.


'누적' 1,000억원 돌파 (출처 : 경기도주식회사)


얼핏 보면 꾸준히 성장해온 서비스 같죠.

하지만 그래프를 30초만 더 살펴보시겠어요?

분명히 조금 미심쩍은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답은 이 그래프가 ‘누적'이라는데 있습니다.

누적 그래프는 애초에 우하향(하락곡선)이 없습니다.

벽돌을 계속 쌓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올라가 ‘보이는' 구조인 겁니다.


누적을 떼고 이 그래프를 다시 그리면

월 거래액이 100억 초반대에

정체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시 후 한 달도 빠짐없이 말이죠)


월간 10억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경기도가 온갖 지자체와 함께 꾸준히 태웠는데

월 거래액은 100억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했다면,

이 말은

1) 음식값을 10% 이상을 공공에서 대신 냈지만

2) 할인 목적이 없는 소비자 외에는 안 쓴다.

2가지 뜻입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기간, 민간 기업은 어땠을까요?

아래는 배민의 거래액(추정) 그래프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그래프는 누적이 아닙니다.

매월 정직하게 찍힌 금액입니다.


월 별로 꾸준히 성장하는 배민 (출처 : 와이즈앱)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3년간 한 해 2배씩 꾸준히 성장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만 압도적인 성장을 누린 것도 아닙니다.

쿠팡이츠, 요기요를 비롯해

대부분의 딜리버리 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 시기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초창기 4달만 비교해봐도 이렇습니다. (Y축 차이도 엄청나죠) (출처 : 모바일 인덱스, 서울경제)



정리하자면 시장의 모든 배달앱들이

전염병으로 역대급(!) 특수를 맞는 상황에서

배달특급은 혼자 정체되어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IT기업도 핵심으로는 쓰지 않는

1) 누적과 2) 거래액 지표를 발표하시면서 말이죠.

(1) ‘월별’과 2) ‘매출'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자꾸 독특한 지표를

자랑하시는 건 왜일까요?

아래는 배달특급이 발표한

1) 정보량 점유율(출범 직후 발표)과

2) 소비자 호감도(2021년 5월 발표) 조사입니다.


TV 프로그램도 아니고 정보량을 왜 측정하나요. (출처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호감도가 사용량은 아닙니다. (출처 : 경기도주식회사, 차이커뮤니케이션, 중기이코노미)



세상에 어떤 플랫폼 기업이

1) 정보량과 2) 호감도로 성과를 측정하나요?

매출이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지표를 두고요.


대학입시를 치르는데 수능은 쳐다보지도 않고

1) 반에서 소문의 중심에 있었음

2) 반에서 인기가 많았음이라고 말한 뒤

자기 뽑아달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정직하게 지표를 공개하고 당당하게 경쟁해주세요.

그리고 세금을 쓰는 만큼 마케팅, 판촉비 명목도

도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자체의 지원 예산까지요)


분명한 것은 배민, 쿠팡이츠보다

호감도가 높은 앱을 만든다고

소상공인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냉정한 시장에서 호감도 조사라니요..)



3. 방향성 : 핵심은 수수료보다 배달비입니다.


배달 공급 시장은 왜 등한시하시나요?


공공 배달앱이 끝없이 홍보하는 것은

1%라는 중개 수수료율입니다.


배달 산업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음식 매출의 1%만 내면

배달비가 포함인 것으로 아시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중개 수수료는

말 그대로 '음식점을 소비자와 연결해준 것'에

대가로 내는 수수료입니다.

1) 홍보비 (ex. 전단지를 붙이는 돈)

2) 임대료 (ex. 목 좋은 자리를 잡는 돈)

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소상공인이 배달 서비스를 하려면

중개수수료 외에 배달 대행료를 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라이더들이 받는 돈이죠.


예를 들어 아래 영수증을 한번 살펴볼까요?

치킨 1마리를 팔 때
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1,600원

배달료는 2,800원입니다.


배달비가 훨씬 힘듭니다. (출처 : 필자)


금액만 보아도 느껴지시죠?

소상공인을 정말 힘들게 하는 건

10%를 떼고 있는 중개 수수료보다도

끝없이 폭증하는 배달비입니다.


이렇게 배달비가 급등하는 이유는

일부 언론에서 말씀하시는 것과는 달리

배민과 쿠팡이 악독해서는 아닙니다.


답은 고등학교 1학년 경제 교과서에 있습니다.

배달을 원하는 수요는 넘치는데

정작 음식을 나르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1) 배달을 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예전에는 배달을 하지 않던 곳들)

2) 코로나 19로 외식보다 배달이 대세가 되면서

기존의 오토바이 라이더들(공급)만으로는

폭증한 수요가 감당이 안되는 것이죠.


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습니다. (출처 : 필자)


더욱이 ‘음식을 빨리 먹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가

쿠팡이츠의 1건 배달 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배달 라이더의 묶음 배달 효율성도 낮아졌습니다.


배고플 때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을 간파한 쿠팡이츠 (출처 : 쿠팡이츠)
그렇다고 쿠팡이츠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니까요.


그런데 배달특급은 배달비와 관련된 영역,

즉, 라이더 공급 시장은 전혀 건드리지 않습니다.


IT 플랫폼 중 비교적 만들기 쉬운

마케팅 플랫폼(배달 주문을 받는 곳)만 구축하고

가장 어렵고, 고된 부분(공급자 영역)에서는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배달특급 사장님 앱 화면인데요.

배달을 수락한 뒤, 주소만 알려주면

배달특급의 일은 여기서 종료됩니다.


배달 대행사를 호출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출처 : 배달특급 유튜브)


가게 사장님들은 주문 수락 후,

별도로 계약한 배달 대행사 앱을 사용해

주소를 접수하고 고액의 배달비를 내야 합니다.


오히려 온갖 욕을 먹는 민간 배달앱들은

공급자 시장에서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은

“우리는 치킨은 늘 뜨겁게,

아아(커피)는 늘 차갑게 전달해야 합니다’를

기업 미션처럼 이야기하며

배달 라이더 문제 해결에 사활을 겁니다.


이들은
1) 배달 수요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니

2) 배달 라이더 공급을 최대한 늘려서

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추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배달원이 되는 제도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과거에는 배달 인력이

오토바이 라이더라는 전문집단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퇴근 후 직장인,

전업주부, 대학생도 배달을 합니다.
(부끄러워 하는 분위기도 점점 없어졌구요.)


만약 이런 식의 정책 설계가 없었다면

배달비는 분명 지금보다도 더 올랐을 겁니다.


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습니다. (출처 : 필자)


최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공공에서 배달비 폭등을 해결하기 어려우니

[배달비 상한제]를 도입해 버리는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뭐?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고?

그러면 배달비를 최대 2,000원으로 제한해!'

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나오는 일이 흔하니까요.


이런 정책이 나오게 되면 공급은 더욱 위축되어
1) 소비자들은 배달을 시키면 2-3시간이 걸리고
2)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있던 판로가 막힐겁니다.

부디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아 주세요.


공공 영역이 오히려 시도할 수 있는 것은
1) 마케팅 플랫폼보다
2) 소외계층 일자리 플랫폼입니다.


정부의 각종 일자리 프로그램들과 연계하여

일거리를 원하는 1) 노인층, 2)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배달 파트너 교육을 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은 어떨까요?


시장에 추가 공급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IT 활용이 어렵다는 이유(ex. 앱사용)로
접근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원하시는 분들에 한해
공공이 도움을 드리면 좋겠죠.
(이럴 때 따릉이를 써도 괜찮을겁니다.)


현재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은 굉장히 전통적인 영역에 한정되어있습니다. (출처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런 제도를 공들여 정착시키면

1) 소상공인은 배달비 부담이 낮아지고

2) 소외계층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3) 소비자는 배달비가 낮아집니다.


공공이 배민보다 마케팅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다른 접근방식들을 고민해주세요.



4. 미래전략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


경쟁 플랫폼은 지금도 미친 듯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공 배달앱이 부진하다해서
미래에도 계속 그러라는 법은 없겠죠?

그렇다면 혹시 배달특급은
2-3년 후에는 민간을 이길 수 있을 만큼

뾰족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아니오, 불행히도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민간 플랫폼들의 전략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배달플랫폼들이 머리빠지게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방문객을 늘릴 수 있을까?'입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야 거래가 늘어나니까요.


온라인 플랫폼으로 설명하면 조금 복잡하니,

우리에게 친숙한 오프라인 플랫폼인
'신세계 스타필드'의 사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오프라인 쇼핑 플랫폼 스타필드 (출처 : 신세계 스타필드)


신세계 스타필드(플랫폼)는

입점 업체(소상공인)로부터 임대료를 받습니다.

대신 그 임대료(수수료)를 사용해서

1) 전국의 유명한 맛집들을 끌어들이고,

2) 멤버십 할인을 해주기도 하며,

3) 서점, 놀이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4) 각종 이벤트까지 꾸준히 유치합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1) 맛집에 가기 위해

2) 멤버십 할인을 받기 위해

3) 편의시설에서 놀기 위해

4)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스타필드(플랫폼)를 찾아가고

이 과정에서 입점업체(소상공인)의 물건을 삽니다.



배달 플랫폼들의 전략은

이것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입점 업체로부터 배달 수수료를 받아
새로운 투자를 합니다.

앱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1) 먼저 쿠팡이츠는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블루리본 가게(맛집)를 영입하여 방문객을 늘렸습니다.

(출처 : 블루리본)


2) 요기요같은 경우
월 9,900원의 요기패스(멤버십)를 도입하여
정기 고객에게 3만원 가량의 할인을 제공했고요.

9,900원 내면 30,000원 할인하는 멤버십 (출처 : 요기요)


3) 시장1위 배달의 민족은
라이브 커머스, 전국 별미(편의시설)등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쇼핑센터를 만들었습니다.


4) 마지막으로 3개 앱 모두
4-5개가 넘는 상시 이벤트를 운영하며
소비자에게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있습니다.

민간 앱은 매월 각종 제휴사와 상시 이벤트를 운영합니다. (출처 : 각사)


결국 모든 플랫폼이 '방문객을 늘린다'

명제는 같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곧 돈을 쏟아붓는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공 배달앱에는

이렇게 구체적인 전략이 없습니다.


그동안 경기도 주식회사 사장님의

인터뷰를 거의 다 읽어보았는데요.
공공 배달앱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는

[종합 커머스 앱이 되겠다] 정도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확인해보면

1) 지역 밀착 특산물을 팔겠다.(?)

2) 정책 홍보용 미디어 커머스가 되겠다.(!?)

라고 답변하셨습니다.


우선 1) 지역 밀착 특산물의 경우,
이미 네이버, 배민,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최강자들이 무한경쟁하고 있는 레드오션입니다.
과연 공공에서 경쟁사들보다
좋은 상품을 싼값에 공급해올 수 있을까요?
커머스는 모든 플랫폼 중 가장 '빡센'분야입니다.

커머스야 말로 진짜 고수들의 영역입니다. (출처 : 각사)


2) 정책을 홍보하는 미디어 커머스의 경우
솔직한 말씀으로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지자체 정책을 왜 들어야 할까요.
(시민들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속도 경쟁은 시장 왜곡이니
이것을 막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겠다."
라는 놀라운 말씀도 서슴없이 하십니다.


이 말은 공영홈쇼핑이 살아남기 힘드니

쿠팡의 로켓배송을 금지하겠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공공 영역이 앞장서서 입법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인 경쟁을 막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요?


공공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이 정한 시장의 룰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마치며


공공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주세요.


시장에서 독점이 일어나면

특정 기업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집니다.

이럴 때는 공공의 전문가가 문제를 진단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습니다.
(예: 독점이 발생하는 합병 금지)


그러나 지금처럼

1) 스스로 플랫폼 기업이 되어
2) 뚜렷한 전략이 없는 상태로
3) 국고를 태워가며 민간 앱을 따라하는 것은

서비스가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수백억의 세금을 썼지만

1) 1% 대에 그치는 점유율과

2) 1등 앱의 2% 수준인 월간 사용자,
3) 12개월간 정체되어있는 거래액이

이 서비스의 과거와 현재를 말해줍니다.


이에 더해

1) 소비자를 끌어들일 전략의 부재
2)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방향성은
미래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
The attempt to make heaven on earth
invariably produces hell.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가 선한 것은 아닙니다. (사진 : 칼포퍼)


'착한 소비'라는 주관적인 개념으로
배달 시장에 천국을 불러오려 할수록,
시장은 왜곡되어 천국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리고 그 천국을 만들기까지
사용되는 것은 보통 시민들의 세금입니다.


공공 배달앱이 지금 할 일은
전국 단위의 서비스 지역 확장이나
이미 존재하는 특산물 연계가 아니라

1) 배달 시장의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2) 공공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낸 뒤
3) 세금을 쓰더라도 효과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수단이 목적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보호한다"는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공공의 용기있는 방향 전환을 기대합니다.



표지출처 : 미니언즈 + 배달특급

* 글을 가져가시는 것은 좋지만 출처는 반드시 밝혀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UI설계서란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