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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e May 13. 2020

여행 에세이를 쓰고 출간 미팅을 하게 되기까지

눈물겨운 원고 투고기

2019년 새해, 야심 차게 책 한 권을 써보겠노라고 다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1년. 그 안에 내가 브라질에서 살면서 그리고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글로 남겨보자고.


홀로 글을 쓰는 작업은 고독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누구와 언제까지 글을 쓰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 나 혼자만의 작업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떤 날은 신나서 끄적였고,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운 날은 도저히 이 작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몇 주를 내팽개쳤다. 외로웠다. 이게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에 출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없기에 물어볼 곳도 없었다. 그저 홀로 목차를 정하고 묵묵히 글을 쓸 수밖에.


2019년 12월. 드디어 원고가 완성되었다.


원고 완성 후 나는 출간 계약 후기들에서 본 것처럼 원고를 투고할 출판사 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들 서점에서 여행 에세이들을 찾아보고,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출판사들을 골라 투고를 한다던데 나는 해외에 있어 서점에 갈 수가 없다. 어떡하지? 난감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출판사 리스트를 파는 곳도 있던데 돈을 주고 리스트를 사야 하나? 진지하게 갈등했다. 천만다행으로 어떤 천사 같은 작가님께서 무료로 출판사 리스트를 나눠주고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해당 리스트에 있었던 여행서적 전문 출판사 몇 곳과 인터넷서점에서 찾은 에세이 출판사 등 50여곳에 투고를 했다.


투고는 완성 원고 1부, 출간 기획서(이력 포함) 1부, PDF 1부씩 이메일로 보내는 것으로 진행했다. 원고와 출간 기획서는 필수였으며,  PDF파일의 경우 여행 원고라는 특성 상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아 PPT로 사진을 모아 파일을 만든 후 PDF로 변환한 것이다.


이윽고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혹여나 답장이 왔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메일을 들여다보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반기획출판이라는 제안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이 아닌, 어떤 제안을 받은 게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정 부분 내가 돈을 내야 한단다. 그렇게 내 투고에 대한 대답은 거절과 반기획출판 제의만 번갈아가며 올뿐이었다. 답장이 없는 곳은 말할 것도 없다.


거절의 이메일
반기획출판 제의


그 와중에 몇 군데에서는 글에 본인의 이야기가 거의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며 혹시나 에세이 위주로 글을 수정한 후 다시 투고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들으니 이게 문제였구나 싶었다.


나는 공공기관 직장인이다. 휴직 중이었음에도 수년간 내가 일을 했던 방식은 내 글에 그대로 나타났다. 완성된 내 원고는 "여행 에세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공공기관스러웠던 것이다. 여행 에세이라고 했으면서 나는 내 개인적인 것들을 원고에 거의 쓰지 않았다. 주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적어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었음을 해당 피드백을 받고서야 깨달았다. 한국에 돌아가기까지 한 달 조금 더 남은 시점. 나는 원고를 싹 다 갈아엎었다. 비로소 내 원고는 여행 에세이를 표방하는 원고가 되었다.


내가 두 번째 원고를 완성한 이때, 남편은 잠깐 일이 있어 한국에 일주일 간 머무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서점에 가서 여행 에세이 책들을 한번 살펴보고, 괜찮은 출판사가 있으면 출판사명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내가 자는 사이 교보문고에 가서 본인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의 표지와 출판사명을 보내왔다. 사진으로 직접 책 표지 등을 보니 해당 출판사가 지향하는 느낌이 확연히 드러났다. 역시 뭐든 직접 찾아보는 게 최고구나. 그렇게 나는 출판사 딱 3곳에 수정 원고를 보냈다.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원하는 출판사가 명확히 있었다. 꼭 긍정적인 연락이 왔으면 했다.


한국에는 언제 오시나요?


반갑게도 내가 가장 바랐던 출판사에서 미팅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귀국 후 일정에 맞춰 미팅을 하고 싶다는 답장이었다. 세상에,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출간 후기들을 보며 마냥 부럽기만 했었던 긍정적인 답변을 마침내 받은 것이다. 내가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하기 2주 전의 일이었다.


귀국하고 며칠 되지 않아 나는 출판사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출판사가 작든 크든 이미 나는 내 원고의 가치를 알아봐 준, 그 출판사와 무조건 계약을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미팅에는 대표님이 직접 나오셨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출판사는 작지만 경험이 많음을 어필했다. 출판사를 새로 만들기 전까지 했던 본인들의 편집 경력을 쭉 말씀해주셨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미팅을 진행할수록 더욱 믿음이 갔다. 대표님은 나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밀당이 뭔가요? 나는 계약 조건이고 뭐고 다 좋다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출간에 한 발걸음 더 가까워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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