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 확보, 그리고 2년....
2019년 12월 27일 많은 진통과 난항 끝에 드디어 만 18세 청소년들의 선거권이 보장되었다.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지난 1948년 제헌국회 총선거 때 만 21세 이상으로 시작했다. 이후 12년 후인 1960년 제5대 총선에서 만 20세로, 그다음으로는 45년 뒤인 2005년에서야 만 19세까지 하향됐다.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는 촛불 청소년 인권 법 제정연대는 당시 45년 만에 낮아진 만 19세 이상 선거연령 또한 다른 법률과 비교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형사법상 미성년자 기준도 만 14세 미만이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만 15세 이상이면 노동할 수 있다. 그런 기준들을 참고하더라도 만 19세 선거권은 너무 불합리하게 높다고 생각한다.” -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
강 위원장의 말처럼 형법상 미성년자 기준은 만 14세 미만이다. 근로기준법상에서도 의무교육에 지장이 없을 경우 만 15세부터 노동이 가능하다. 공무원 시험, 현역 입대, 운전면허, 결혼의 경우에도 만 18세가 기준이다. 이처럼 만 19세에서 멈춰있는 선거권을 한 살 더 끌어내리기 위해 청소년들은 지난 3월부터 거리로 나섰고, 드디어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2020년 치러진 총선은 만 18세 청소년이 참여하는 헌정사상 최초 공직선거가 되었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 청소년 선거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는 다양한 시민들의 염원의 결과인 것과 더불어, 2004년 참여정부 공약으로 설치되었었던 청소년특별위원회(현. 청소년 특별회의)에서 그 해 제안되었던 안건 중 하나였기 때문에 청소년지도사로서 더욱 큰 울림을 갖는다.
선거연령이 1년 하향되었다고 해서 이 세상이 당장 바뀌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변화를 위해 자신의 한 표가 큰 역할을 한다는 민주시민의 마음을 조금 더 일찍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세상의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겠는가.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지난 2019년 임시회기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많은 국회의원들이 18세 청소년 선거권 하향 반대 의견을 내며 굳이 반박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발언을 많이 했다.
“고3 대상으로 정치인들이 금품 살포를 할 수 있다”, “교실이 선거 운동장이 된다”는 등의 발언은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인 것이다.
그들은 ‘학교의 정치화, 교실의 정치화로 인한 면학분위기 저해’ 등을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들에게 청소년은 생활 속 불편 함조 차 얘기하지 말고 살아야 하느냐, 학교 안에서는 불편함도 다 감수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아야 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걸 얘기하는 것부터가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하는 정치가 더럽기 때문에 학교가 정치화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정치여야 되는 것 아닌가. 어느 집단에서는 정치 얘기를 할 수 없는 게 말이 되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 같다.”
이 같은 반대 여론과 방해 속에서도 청소년들은 참정권을 위해 삭발을 하고, 천막 농성을 40여 일 넘게 이어왔다. 이들에게 청소년 참정권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들의 인터뷰를 인용하자면
“참정권은 곧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이 아닌 사회 속의 인간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활 속 불편함을 얘기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걸 말하는 게 잘못됐다고 하지 않고, 그 잘못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다 생각해주지 않을까 한다. 정치적으로도 한쪽에서만 모든 걸 갖고 있는 건 권력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다. 정치를 할 수 있는 게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됐으면 좋겠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생긴다면 더 이상 청소년은 어느 학교 학생,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나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의 반대들에도 불구하고 18세 청소년들의 선거연령 하향이 통과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의 흐름 속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많은 국민들의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우리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고, 우리 사회가 더 넓은 다양성을 갖게 되었다.
선거 연령 하향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준비를 했는지 되돌아봐야 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도 기성세대의 숙제가 되었다.
청소년들이 사회의 주체로서 설 수 있도록 사회 참여에 대한 폭넓은 기회를 마련해 주는 민주시민교육 또한 교육계뿐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가 고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연령 하향을 통해 정치와 청소년은 별개라는 기존 인식이 바뀌면서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정치를 논의하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문화는 희망사항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큰 어젠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