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켜면, 유튜브 피드를 내리면, 등장하는 화려한 장면들이 있다.
물론 알고리즘으로 보이는 영상들이니 평소에 관심이 없다면 보이지 않겠지만, 쉽게 돈버는 법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심심찮게 보일수 있다.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슈퍼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사람이 명품 가방을 여러 개 늘어놓으며, 스무 살 갓 넘은 청년이 두바이 호화 호텔에서 일상을 공유한다.
"20대에 경제적 자유 달성",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날", "월 수익 공개"라는 자극적인 썸네일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 영상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궁금하면 DM 보내", "돈 벌고 싶으면 메시지 주세요". 얼핏 보면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친절한 제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것이 공짜로 돈을 벌게끔 만들수 있을까?
이것은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니다. 청년들의 경제적 불안을 먹잇감 삼는 신종 사기이자, 교묘하게 위장된 변종 다단계다.
나무위키의 정의를 빌리자면, 실질적인 사업 성과나 구체적인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성공한 모습' 그 자체를 상품으로 포장해 수익을 남기는 구조를 말한다.
즉, 진짜 팔고 있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성공의 이미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파는 것은 '돈 버는 방법'이 아니다.
그들이 진짜 판매하는 것은 '희망과 감정'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간절한 바람, "지금의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함, 그리고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조급함. 이런 감정들이 그들의 진짜 상품이다.
실제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성공한 '척'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그 연출된 이미지를 보고 현혹된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는 것. 그것이 성공팔이의 본질이다.
성공팔이 다단계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계산되고 단계적으로 설계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1단계: 과시와 유혹
첫 단계는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의 과시다. 슈퍼카 열쇠를 돌리는 장면, 부모님께 수백만 원의 용돈을 전달하는 영상, 명품 쇼핑백을 가득 든 채 웃는 모습. 이런 영상들은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또래 청년이나 고등학생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저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2단계: 가입비와 코칭비
DM을 보내면, 처음부터 수백만 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노골적이니까.
릴스를 본 사람들은 계정 주인에게 DM을 보내면 가입비와 코칭비를 요구한다.
실제로 추적60분의 제작진이 만난 강의를 구매한 학생(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은 SNS 알고리즘 추천에 뜬 해당 영상을 보게 됐다.
어린 나이인데도 사업을 시작해서 발리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는 모습. 정 군은 자신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16만 9000원의 가입비와 49만 9000원의 코칭비를 결제했다.
3단계: 고액 코칭과 다단계 구조
그리고 본격적인 착취가 시작된다. "1:1 프리미엄 코칭", "마스터 클래스", "시크릿 커뮤니티" 같은 이름으로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강의나 프로그램을 권유한다. 이미 앞 단계에서 돈을 지불한 사람들은 본전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다음 결제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비싼 코칭의 내용은 무엇일까?
결국 핵심은 "너도 나처럼 사람들을 데려와서 이걸 팔아." 이것이다.
수익을 내는 방법은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뿐이다.
이것이 바로 다단계 구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이런 명백한 사기에 속아 넘어갈까? 개인의 판단력이나 지능의 문제일까? 아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경제적 불안
현재 한국 사회의 청년들은 극심한 경제적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취업을 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모 세대처럼 안정적인 중산층에 진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영앤리치' 같은 단어들은 마치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진다.
구조적 문제: 거대한 다단계가 된 사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다단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력을 해도 계층 이동이 어렵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에서,
청년과 청소년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특별한 비법', '남들이 모르는 방법'이라는 유혹에 더 취약해진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가장 악랄한 것은, 이 구조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수백만 원을 쓴 사람은 본전 생각에 친구를, 동생을, 후배를 이 늪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나는 이미 돈을 썼으니까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청소년지도사로서 많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
SNS에 도배된 화려한 영상들, 그 뒤에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패배감 또는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는 그 누군가가 있고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짜 성공은 빠른 것이 아니다. 화려한 것도 아니다.
진짜 성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설령 속도가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성공이다.
경제적 자유보다 중요한 것은 남을 쫓지 않고 살아가는 건강한 자신감이다.
SNS 속 누군가의 화려한 삶을 따라가려 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속도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힘. 그것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성공'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실패할 자유'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남들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고, 화려하지 않아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었을 때, 성공팔이의 먹잇감이 되는 피해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아무런 댓가 없이 자신의 비법을 공개하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에 간절한 사람을 이용하는 가해자가만 있을뿐이다.
그 간절함을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데 쓰지 말고, 여러분 자신의 진짜 성장에 쓰길 바란다.
청소년지도사로서 당부하고 싶다.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만의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청소년이 진짜 자신감을 얻고, 진짜 성장을 경험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