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불이 켜지자마자 한 소녀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꽤 큰소리로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본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웃음이 났다.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출처 : 다음
앤디가 아끼는 장난감이었던 우디는 장난감들의 리더로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 내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토이 스토리(1995)>에서는 새로운 장난감에 밀려나고 질투심에 눈이 멀어 큰 사고를 저지르지만 그것을 계기로 더 성숙한 장난감이 된다. <토이 스토리 2(1999)>에서는 망가진 자신이 버려졌다고 오해하지만 버즈 덕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앤디의 곁으로 돌아간다. <토이 스토리 3(2010)>에서는 자라서 대학에 들어가는 앤디와 헤어져 보니라는 새로운 아이를 만나게 된다. 우디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정한 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며, 다른 장난감들도 그런 우디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잘 따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시리즈 내내 위험천만한 모험의 발단은 우디였다.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다른 장난감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여태까지 한 경험과 나름의 희생 때문인지, 특히 이번 <토이 스토리 4>에서 우디의 자기주장과 고집은 더 강해졌다. 다른 장난감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만 옳다는 식의 행동을 자주 보인다. 특히 보니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소녀가 우디를 보고 일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출처 : 다음
영화 속 그런 우디의 모습은 자신의 아이를 향한 애정이 넘치는 일부 부모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아이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아이를 돕는 부모들, 그들은 아이가 직접 해야 할 말과 생각과 행동을 대신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아이가 자라 자신의 독립적인 세상이 갖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출처 : 다음
어쨌든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잘 끝났다. 물론 그것에 섭섭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리즈가 더는 스스로의 흠을 만들어낼 일이 없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만하면 됐고, 이만큼 하면 됐다 싶다.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어린아이였고 그 이후로 24년이 흘렀다. 나도 나이를 먹은 만큼, 영화 속 우디도 나이를 먹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그것을 아주 여실히 느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흐르는 시간은 아무도 어쩔 수가 없는걸. 그래도 비호감은 되지 말자!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연출 조시 쿨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애니 포츠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출처 : 다음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난감의 운명을 거부하고 떠난 새 친구 ‘포키’를 찾기 위해 길 위에 나선 ‘우디’는 우연히 오랜 친구 ‘보핍’을 만나고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한편, ‘버즈’와 친구들은 사라진 ‘우디’와 ‘포키’를 찾아 세상 밖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