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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오 Apr 21. 2019

 『아주 작은 습관의 힘』치킨을 먹는 습관

[도서]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는 어렸을 때 좋아하는 음식을 가장 나중에 먹는 습관이 있었다.

  떡볶이를 예로 들면, 거기에 들어있는 어묵이나 달걀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떡부터 부지런히 골라 먹었다. 결국 어묵과 달걀만 남게 되면 그제야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온 양 그 상태를 만족스러워하며 진지하게 먹기 시작했다. ‘어묵달걀볶음’을 먹기 위해 떡볶이를 시키고 떡부터 골라 먹었던 것이다.

  이런 습관은 치킨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퍽퍽한 가슴살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목주변, 옆구리, 날개, 다리살을 먹고 맨 마지막에 두툼한 가슴살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중간에 목이 메이지 않게 콜라도 마셔가면서. 한 입 가득 가슴살을 베어 물었을 때의 흡족함은 내가 치킨을 먹는 이유의 거의 대부분이었다.


 성인이 되자 친구들과 여럿이서 치킨집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거기서도 습관대로 목주변살을 먼저 집어먹었다. 다른 때처럼 치킨을 ‘닭가슴살튀김’으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고 그저 습관이었다. 그런 다음 옆구리살을 먹고, 이제 날개살을 먹어볼까 했는데… 없었다. 날개살은커녕 다릿살도 없었다. 당연히 가슴살도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조금 전에 먹은 목주변살과 목살뿐이었다. 나는 좀 서운했다. 물론 친구들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 치킨을 먹으면서 가슴살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꿔야 했다. 나에게 치킨을 먹을 때 가슴먹지 못했다는 것은 그냥 학교 앞 분식점 튀김을 먹거나 마찬가지였다. 난 치킨의 가슴살을 정말 좋아했고, 자꾸 가슴살을 놓치는 것이 속상했다. 대부분 다리살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퍽퍽한 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상황을 여럿이 한 그릇에 담긴 것을 먹는 ‘경쟁 상태’와 각자가 개인 그릇에 담긴 것을 먹는 ‘비경쟁 상태’로 구분했다. 만약 ‘경쟁 상태’ 일 경우에는 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었고, ‘비경쟁 상태’ 일 때는 예전처럼 좋아하는 음식을 맨 나중에 먹었다. 그러면 언제나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습관이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치킨은 어느 부위든 맛있다. 만약 좋아하는 것을 놓치더라도 다음에 먹으면 된다. 맛있는 음식은 주변에 널려 있고, 이제 난 배부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권하기도 한다. 상대가 미안한 마음에 거절하면 알레르기가 있다고 거짓말도 한다.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맛있게 만들어서 대접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난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다가 문득 이런 나의 습관의 변화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해보았다. 일단 편식을 좀 덜하게 됐고,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됐고, 음식을 덜 먹게 됐고... 하고 싶은 것에 우선순위를 더 잘 정할 수 있게 됐고, 또 그것들을 좀 참을 줄도 알게 됐다. 좀 집요하게 따지고 보면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치킨을 먹는 아주 작은 습관의 변화 정말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아무튼, 만약 내가 이 책을 소개한다면 ‘아주 작은 습관이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어’ ‘좋은 습관을 갖는 법이 나와 있어’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어’라고 말하진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왜 지금의 습관을 갖게 되었지를 인정할 수 있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상관없이, 제임스 클리어 그것들이 형성된 이유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만약 때마침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또 운이 좋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습관 만드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 비록 습관을 들이고, 습관을 없애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치킨은 다 맛있다고 여기게 된 것처럼 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지음 /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때 조금씩 시도한 아주 작은 일들이 삶을 바꿨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자기계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고교 시절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저자는 연습 중 동료의 야구 배트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당하는 큰 사고를 당했고, 걸을 수조차 없었던 저자는 절망에 빠지는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찾아 그것을 반복하자고 마음먹었다. 그 후 매일 걷기 연습을 해서 6개월 만에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6년 후에는 대학 최고 남자 선수가 되었다.

그 후 자신을 인생의 나락에서 구해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최고의 자기계발 전문가가 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집약해서 습관 하나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한다. 저자는 더 나은 습관을 세우는 계획에 대해 단계별로 소개한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심이 분명해야 하고(제1법칙), 매력적이어야 하며(제2법칙), 쉬워야 하고(제3법칙), 만족스러워 하는데(제4법칙), 이 네 가지 법칙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빠르고,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금연, 다이어트에서부터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뤄내기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습관을 세우고 삶을 변화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이라도 몇 년 동안 꾸준히 해나가면 정말로 놀랄 만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하며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으로 매일 조금씩 좋은 습관을 만든다면 무엇을 결심하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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